'한국판 워터게이트' 총리실 불법사찰…美 워터게이트는 어떻게?

기사등록 2012/04/01 10:59:47 최종수정 2016/12/28 00:27:12
【서울=뉴시스】이재우 기자 =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이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되고 있다.  청와대가 불법사찰에 개입하고 증거인멸을 지시했다는 폭로가 나온 데다 총리실이 언론사와 시민단체, 정치권, 재계 등 사회 전 분야를 대상으로 불법사찰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청와대는 궁지에 몰리고 있다.  이 사건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2008년 블로그에 이명박 대통령 풍자 동영상을 올려놓은 김종인 KB한마음 대표를 사찰하고 압력을 행사해 회사 지분을 포기하게 한 사건이다.  청와대 개입 의혹이 일었으나 총리실은 관련 하드디스크 등 중요 증거를 인멸했고 검찰은 증거가 없다며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등 사찰 실무자를 기소하는 선에서 일단락했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기소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청와대 증거인멸 개입의혹을 폭로하면서 문제는 재점화됐다.  야권은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규정하고 재수사 촉구는 물론 대통령 하야까지 언급하며 청와대를 압박하고 있고 여당마저 총선 패배를 우려해 특검을 역제안한 상태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1972년부터 1974년까지 미국 대통령 하야라는 초유 사태를 불러온 일련의 권력형 비리와 증거인멸 시도를 통틀어 지칭하는 말이다.  사건의 이름은 당시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본부 사무실이 있던 워싱턴 D.C 워터게이트 호텔에서 유래됐다.  1972년 6월17일 DNC본부 사무실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던 침입자 5명이 발각됐다.  침입자 중에는 전직 CIA요원이자 닉슨 대통령 재선캠프 소속인 제임스 매코드가 있었고 그들이 가지고 있던 수첩에서 역시 전직 CIA요원으로 닉슨 재선캠프 소속인 하워드 헌트의 전화번호가 발견됐다.  민주당은 백악관 연루 의혹을 제기했지만 백악관은 평범한 절도미수 사건이라고 일축했다. 매코드는 조직과 무관하게 사적으로 일을 벌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FBI는 수사과정에서 닉슨 재선캠프에서 침입자들에게 자금이 흘러 들어갔다는 것, 재선 캠프와 이들이 긴밀한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는 것을 밝혀냈지만 공표하지 않았다. 닉슨은 CIA를 통해 FBI 수사를 막았다.  결국 닉슨은 1972년 재선에 성공했지만 정상적인 국정운영은 불가능했다. 법무장관이 민주당 불법도청을 총지휘하고 캠프 인사가 전국을 돌며 불법도청 등 정치공작을 벌였다는 사실이 언론에 집중 보도됐기 때문이다.  또 침입자들은 재판과정에서 형량 축소를 전제로 백악관이 허위진술을 하도록 회유했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닉슨은 '백악관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뒤집고 '대통령은 몰랐고 아랫사람들이 제멋대로 저지른 일'이라고 말을 바꿨다.  보좌관 2명을 해직시키는 선에서 꼬리짜르기도 시도했다. 하지만 사태는 봉합되지 않았다.  이어 닉슨의 집무 중 모든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가 있음이 알려지면서 이를 두고 1973년 2월부터 상원 주최 워터게이트 청문회가 열렸다  닉슨은 국가 기밀을 이유로 테이프 공개를 거부하다 영장에 적힌 9개 중 7개만 공개했다. 2개는 애초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제출된 테이프 1개는 내용 일부분이 지워져 있었다.  이를 통해 법무장관, 국무장관 등이 도청과 문서위조, 매수 등 부정행위에 관련된 사실이 밝혀졌다. 닉슨이 거액의 탈세를 했다는 점, 걸프 오일 등 대기업의 불법자금을 받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닉슨은 자충수도 뒀다. 1973년 10월 워터게이트 사건을 수사하는 특별검사를 전격 해임한 것이다. 이에 반발한 법무장관과 법무차관이 사퇴했고 민심은 등을 돌렸다.  닉슨이 은폐과정에 관련돼 있음이 드러나자 하원 사법위원회는 1974년 7월 닉슨 탄핵을 결의했고 닉슨은 탄핵안이 가결된 지 4일 뒤인 1974년 8월9일 대통령직에서 하야했다.  닉슨은 하야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이제는 국가를 통치하는 데 필요한 정치적 기반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이후 DNC에 투입된 인원은 원래 정보 언론유출을 막기 위해 운영되던 이른바 '배관공팀'으로 닉슨 캠프 인사가 재선을 위해 이들을 불법 투입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ironn108@new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