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몽정기’ ‘자카르타’ 등을 연출한 정초신(50) 감독이 소설 ‘하늘사다리’를 통해 조금은 특별한 관계의 아버지와 아들을 소재로 단절과 소통, 도전과 희망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하늘사다리’는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떠난 오토바이 여행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아버지를 이해하고,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 청년의 성장 이야기이다. 녹록지 않은 현실에 좌절하고 꿈을 잃어버린 아들에게 꿈과 도전,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으라고 다독이는 세상의 모든 아버지가 아들에게 전하고 싶은 길고 긴 편지이기도 하다.
한 청년이 있다.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의 부재라는 근원적 관계 단절과 혹독한 가난을 경험한 그는 세상을 무시하고 자신의 외로움마저 외면하는 메마른 마음을 품고 성장한다.
정 감독의 두 번째 소설 ‘하늘사다리’에 등장하는 주인공 ‘서빈’은 그렇게 세상과 단절된 존재다. 세상에서 의지할 유일한 존재인 어머니에게도, 자신을 따르며 호의를 보이는 회사 후배에게도 그는 차갑고 단단하다.
어느 날 사형 집행을 앞둔 아버지와의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에서 한 장의 메모를 건네받은 그는 아버지의 형 집행 소식을 들은 다음 날 낯선 주소가 적힌 그 메모를 따라 여행을 시작한다. 미지의 장소를 향해 나아가는 그의 앞에 아버지라는 연결고리로 이어진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연이 희망이란 이름으로, 또는 사랑이란 이름으로 다가온다.
인간이 경험하는 모든 관계 맺기의 시작은 바로 가족이다. 아버지와의 관계 맺기에서 철저하게 실패를 경험한 주인공에게 세상과의 단절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다양한 만남을 통해 아버지를 이해하고 아버지와의 단절이 해소됐을 때 비로소 주인공은 세상 속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된다.
“자식을 가진 세상 모든 아버지의 동일한 마음을 이 책에 담았다. 세상의 아버지들이 아들에게 남기고 싶은 것, 바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를 향한 무한한 애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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