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화살 안성기 "예술적 가치있다"…뜻밖에도
기사등록 2012/01/15 07:01:00
최종수정 2016/12/28 00:05:20
【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법정 실화극 '부러진화살'에서 사법부를 상대로 싸우는 역할로 열연한 배우 안성기가 10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go2@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젊음의 비결이요? 영화라는 행복한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것이 심적으로 젊음을 주는 것 같아요. 정년이 없잖아요. 사업하는 친구들 말고는 다 정년이 지나서 할아버지가 됐는데 저는 영화에서 실제 나이보다 5~10년 정도 젊은 역할을 하니까…. 대신 노쇠해졌다는 느낌이 들면 안 되니 운동을 많이 하지요. 하하."
안성기(60)는 외골수다. 한결같다. 1957년 영화 '황혼열차'로 연기를 시작, 55년 세월동안 다른 길로 빠진 적 없다.
부드러움의 대명사, 한국의 아버지상을 제시한 안성기의 올해 첫 작품은 '부러진 화살'이다. 꼬장꼬장하고 매우 보수적이고 고집스럽다. '석궁 테러'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사법부와 타협 없이 맞선2007년의 성균관대 수학과 김명호(54) 교수를 그대로 재현했다.
【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법정 실화극 '부러진화살'에서 사법부를 상대로 싸우는 역할로 열연한 배우 안성기가 10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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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후반 강우석 감독과 법정영화를 찍었다. 거기서 변호사 역할을 했는데 대사 때문에 힘들었다. 다시는 법정영화를 찍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번에는 피고인이지만 변호사 같은 피고라 대사가 부담이 됐다. 법정 장면은 노트를 사서 전체를 다 적고 밑줄 긋고 외웠다. 다 외우고 하니 편했던 것 같다"며 웃었다.
이 영화에 참여한 이유는 명료하다. "사회적 파장? 나 역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영화는 잘 만들어졌다. 메시지도 좋고 영화 완성도도 있고 예술적 가치가 있는 영화다. 누가 뭐라고 해도 괜찮고 좋은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법정 실화극 '부러진화살'에서 사법부를 상대로 싸우는 역할로 열연한 배우 안성기가 10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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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 정지영(66) 감독이 13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영화다. 정 감독과 동시대의 감독들은 사라지다시피했다. 안성기는 "영화 풍토가 바뀌어서 90년대 초중반부터 대기업 자본이 들어오다 보니 이쪽에서 일하는 분들이 젊어지고 있다. 관객들이 젊고 어린 데 포커스를 맞추다보니 나이가 들었다며 물러나는 감독님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너무 오락적인 재미를 위해 달려가는 것은 아닌가 싶다. 예전에는 좋은 영화가 있으면 손해보는 것 같아도 했는데 지금은 다 손익을 계산하고 기업적으로 되다보니 제작하지 않는다. 상업성이 떨어진다는 부분도 있고 대하기에 껄끄러운 부분도 있어 제작이 쉽지 않은 것 같다."
【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법정 실화극 '부러진화살'에서 사법부를 상대로 싸우는 역할로 열연한 배우 안성기가 10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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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는 "본의 아니게 못 하게 되고 안 하게 되니 자연스레 연출에서 물러나는 것 같다. 반면 정 감독은 '나, 늙지 않았다. 나이가 들은 게 아니다'면서 좋은 감각을 보여준 것 같다. 굉장히 가치가 있는 영화다. 나이가 많은 감독에 대한 편견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가능성이 있는 거구나', 마음을 열게 하는 영화가 될 수 있는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했다.
후배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영화를 찍는 그 순간을 위해 모든 것을 아낌없이 준비하고 생각해야 한다"는 충고다. "신인 때 느슨해질 때가 있다. 길이 옆으로 샐 수도 있는데 초심만 흔들리지 않으면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사업을 하기보다는 연기면 연기, 쭉 흔들림 없고 인기에 아랑곳하지 않아야 한다. 연기하는 것에 행복해하는 배우는 옆에서 보기만 해도 좋아 보인다."
【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법정 실화극 '부러진화살'에서 사법부를 상대로 싸우는 역할로 열연한 배우 안성기가 10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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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거대자본 유입, 대형배급사의 횡포, '퐁당퐁당' 상영 등 영화계 현실은 못마땅하다. "'마이웨이' 같은 큰 작품의 흥행이 조금은 기대에 못 미쳐서 투자가 위축될 염려가 있다. 하지만 영화는 대형자본 투자가 전부는 아니다. 전보다 저예산 영화를 많이 찍고 있기는 하지만 배급 문제, 퐁당퐁당 등 기회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적인 비즈니스 측면이 강조된다. 대중문화도 기업이지만 개념이 다르다. 생각을 키운다면 서로 배려를 통해서 결국은 영화가 더 커져나갈 수 있는 장을 마련할 수 있다. 그때그때 결과만 중시하다 보니 모든 게 급박해진다. 호흡이 짧다 보니 깊이가 없어지는 것 같다. 깊이와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gogogirl@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