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무인 정찰기 둘러싼 美 vs 이란 공방

기사등록 2011/12/19 09:15:05 최종수정 2016/12/27 23:12:29
8일 이란 국영방송에 공개된 미 무인정찰기 RQ-170 '센티넬'의 모습. 이란은 전자공격을 통해 무인정찰기를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뒤쪽 배경의 이란 국기 위에는 "미국 망해라" "이스라엘 망해라" 영국 망해라" 등의 글이 쓰여져 있다. <테헤란=AP/뉴시스>
【서울=뉴시스】권성근 기자 = 이란 정부는 지난 4일 자국 동부 지역 상공을 침범한 미군 무인정찰기를 격추시켰다고 밝혔다. 이란 관영 라디오 방송은 이 무인정찰기가 아프가니스탄 국경에서 225㎞ 떨어진 동부 도시 카쉬마르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이란 군관계자를 인용 “기체가 많이 손상되지는 않았다”며 “현재 이란군이 기체를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 관리들은 중앙정보국(CIA) 소속인 RQ-170이 격추됐다고 주장할만한 어떤 증거도 없다고 말했다. 미 관리들은 또 RQ-170이 추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익명의 한 당국자는 미군은 RQ-170을 아프간 신다드 공군기지에 배치한 뒤 정찰임무와 이란 감시와 같은 특별한 군사작전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복수의 미군 관계자들은 이란이 ‘센티널(Sentinel)’로 알려진 RQ-170 관련 정보를 취득할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미 국방부 대변인인 존 커비 해군 대령은 “유인이든 또는 무인이든 우리가 접근할 수 없는 장소에서 항공기를 잃어버리면 걱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란이 미국의 무인정찰기 잔해를 발견하더라도 무인정찰기가 고도 비행 중 추락했기 때문에 남아 있는 잔해물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무인정찰기는 특수한 재료와 그 외형 때문에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다”며 “이란이 RQ-170과 같은 무인정찰기를 만드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버지니아에 있는 렉싱턴 연구소의 국방연구원인 로렌 톰슨은 미군이 현재 소수의 RQ-170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RQ-170은 미국의 군수업체인 록히드 마틴사가 제작했으며 B-2 폭격기와 비슷한 외형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찰기는 아프가니스탄에 주로 배치돼 ‘칸다하르의 야수(Beast of Kandahar)’로 불린다. RQ-170은 지난 5월 알카에다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 때 투입돼 명성을 얻었다.

 ▲ 이란 국영 TV, 추락 미 무인정찰기 외관 공개

 이란 국영방송이 지난 8일 이란군이 탈취한 미군 첨단 무인 정찰기의 모습을 방영했다. 이에 앞서 이란 정부는 자국 상공을 침범한 미 무인정찰기 RQ-170 센티넬을 격추시켰다고 밝혔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방송을 통해 무인정찰기의 외관을 2분 이상 공개하며 무인정찰기가 이란의 손 안에 들어왔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이날 이란 방송에 공개된 무인정찰기는 외관이 멀쩡한 모습이었다.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이란 혁명수비대 공군사령관은 전자공격을 통해 무인정찰기를 격추시켰기 때문에 외관이 멀쩡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자데 사령관은 “이란 정규군과 혁명수비대 합동 작전을 통해 무인정찰기를 포획했다”고 국영방송에서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란 당국이 선전전을 목적으로 무인정찰기의 모습을 공개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이란 국영 방송을 통해 외관이 공개된 무인정찰기 뒤편에는 별이 아닌 해골이 들어간 성조기가 걸려 있었다.

 이와 관련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 영상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비 대변인은 “이란 측의 주장에 대해 아직까지 밝힐 특별한 의견은 없다”고 말했다.

 ▲ 이란 당국, 무인정찰기 반환 놓고 미국과 신경전

 이란 정부는 자국군에 의해 포획된 미군 무인정찰기를 미국에 돌려줄 계획이 없다고 지난 11일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부사령관이 밝혔다.

 살라미 부사령관은 이날 이란 국영방송에 출연해 미 무인정찰기의 이란 상공 정찰은 ‘적대적 행위’라며 더 강력한 대응이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으나 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살라미 부사령관은 “국가 안보와 관련해 비밀 정찰활동을 벌인 당사자에게 누구도 공격의 상징물을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살라미는 무인정찰기 포획은 미국과의 정보와 기술전에서 승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란은 이제 첨단 무인정찰기를 소유한 국가가 됐다”며 “미국과 이란의 격차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보전에 승리한 자는 그 방법을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이란 당국은 무인정찰기 격추에 어떤 기술이 들어갔는지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 고위 관리들은 정보를 분석한 결과 무인정찰기가 격추되지 않았고 사이버기술이나 전자공격이 동원된 것도 아니라고 밝혔다. 미 고위 관리들은 무인정찰기가 비행 중 기능상의 문제로 추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12일 미 정부가 이란에 추락한 미 무인정찰기 반환을 요청했다고 밝혔으나 이 무인정찰기 추락이 미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선 밝히기를 거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이란 정부에 무인정찰기 반환을 요청했다”며 “이란이 이에 어떻게 반응할지 두고 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란군은 RQ-170 무인정찰기 제조 과정을 파악할 것이라고 현지 프레스 TV가 이란 의원을 인용해 지난 12일 보도했다.

 의회 국가안보·대외정책 위원회 소속 호세인 에브라히미 부위원장은 “이란군의 과학능력을 고려할 때 조만간 미 무인기를 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파르비즈 소루리 의원은 “이란은 미 무인정찰기 소프트웨어를 거의 해독했다”며 “제조 과정을 연구해 개선된 무인정찰기를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ksk@newsis.com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57호(12월26일자)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