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사의 70% 이상이 혼외정사라는 점과 ‘교합정탈(交合精奪: 성교로 정기를 빼앗긴다)’이라는 색풍의 발생기전을 떠올리면, 한마디로 무리한 성관계가 성교사를 초래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잠깐 혼외정사의 경우를 상상해 보자.
자, 당신이 상대할 여성이 항상 그 옷에 그 얼굴인 아내와는 10년 이상 차이 나는 신선한(?) 사람이다. 장소도 집이 아닌 다른 곳이니 분위기 또한 새롭다. 분위기 잡기 위해, 또 맨 정신으론 곤란해서 술을 마시는데 그것도 자꾸 과음하게 된다. 그런데 자꾸 아내와 자식들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려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이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는 놓치고 싶지 않으니 이왕이면 멋들어지게 장식해서 ‘끝내 줬다’는 영어로 ‘Period!’라는 말을 들어야겠다.
이 정도면 남자가 받는 스트레스는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여기에 술을 많이 마셔서인지 성반응까지 더뎌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 어찌 되겠는가? 사망신고는 시간문제일 것이다.
성교사를 설명하다 보니 묘하게도 혼외정사 쪽으로 흘러 버렸는데 아무튼 불륜의 혼외정사는 피하는 게 신상에 이롭다. 비록 외상이 전혀 없는 돌연사이기에 자식들 고생시키지 않는 ‘달콤한 죽음’이라 하지만, 성교사는 생전에 얼굴 한번 마주치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말반찬’이나 제공하는 등 깨끗함과는 거리가 먼 죽음이다. 더구나 조강지처(糟糠之妻) 놔두고 다른 여성과 재미보다 그랬다면 ‘고종명(考終命)’과는 아예 담쌓은 죽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교사를 흉사(凶死)가 아닌 길사(吉死)라고 하니, 길사하고픈 남성은 ‘니 맘대로 하세요’.
세상만사 모든 일이 자기 뜻대로 될 수 있다면, 즉 만사여의(萬事如意)하다면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일이란 원대한 꿈을 가지고 뜻한 바를 열심히 추구해도 수많은 난관에 봉착돼 좌절감을 맛보는 경우가 다반사다.
물론 이런 이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어렵고 힘들어 때론 중도하차의 아픔이 존재해 모든 일에 대해 성취욕이 불타오르고 또 이뤘을 때의 기쁨도 배가(倍加)되는 법이라고 말할는지 모른다. 하지만 누구든지 자신이 뜻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는 마음에 상처를 입고 언짢아지는 게 사실이다. 때문에 우리는 가상의 인물임을 빤히 알면서도, 불가능한 게 없다고 여겨지는 수퍼맨이나 원더우먼을 동경하기 마련이다.
영화를 즐겨 봤던 저자는 007시리즈를 최근의 22탄 퀀텀 오브 솔러스(Quantum Of Solace)까지 몽땅 섭렵했다. 주인공 ‘제임스 본드’는 성적으로 한창 예민하던 중·고등학교 시절 최고의 우상이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유머와 위트를 잃지 않는 쾌남아 본드를 부러워한 까닭은, 비록 할리우드식이지만 권선징악(勸善懲惡)의 실제적 집행자로서 영화가 끝날 때까지 절대로 죽지 않는 그야말로 불사신인 점도 없지 않았지만, 그보다 더 솔직한 이유는 불철주야 따라다니는 매력적인 ‘본드 걸’ 때문이었다.
특히 미끈한 팔등신의 미녀가 그것도 몇 명씩이나 나타나서 몸 바쳐(?) 목숨 바쳐 본드를 보호하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었다. 저자뿐 아니라 아마도 모든 남성들이 화면 가득 펼쳐지는 미녀들의 육탄 공세를 즐겁게 받아내는 제임스 본드를 질투 반(半), 동경(憧憬) 반(半) 했으리라!
그러나 007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을 성적인 면에서 질투와 동경이 뒤섞인 눈길로 바라볼 수 있는 남성은 건강한 사람에 한정된다. 왜냐하면 어떤 이유에서든 남성의 원초적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건강치 못한 사람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의학에서는 남성의 성기능 발휘에 애로 사항이 있는 경우를 통칭해서 성기능장애라 한다. 성기능장애가 있는 남자들은 자신은 물론 아내에게도 고통을 안겨줘 결혼 생활을 원만하게 이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흔히 ‘성기능장애’ 하면 발기부전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남자가 정상적인 성교를 이끌기 위해서는 성욕→발기→성기 접합→사정→쾌감 및 이완의 과정을 자연스레 거쳐야 하니, 이상의 과정 중 한 가지 이상이 결여되거나 불충분해 전체적으로 조화롭지 못한 상태를 총칭해서 성기능장애라 한다.
혹자는 부부 싸움할 때 아내가 내뱉는 말을 들으면 그 상대방의 성기능도 유추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의 이론적 배경은 꿈같은 연애 시절을 마치고서 결혼하고 나면 환상이 깨지면서 현실로 돌아온다. 현실적으로 아내가 불평하는 이유는 딱 두 가지다. 즉 경제력을 좌우하는 돈벌이와 밤의 행복을 보장하는 성기능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두 가지 모두 만족하면서도 싸울 때는 아내가 ‘잘났어 정말!’을 연발하고, 돈벌이는 괜찮은데 밤에 시원찮으면 ‘니는 밥만 먹고사나?’고 따진다는 것이다. 또 밤에는 잠 한숨 못 자게 귀찮게 굴면서도 돈벌이가 변변치 않으면 ‘어휴 짐승!’이라 하고, 둘 다 제대로 못하면 그 때는 ‘니가 나한테 해준 게 뭐 있니?’라며 절규한다나?
그러면 돈벌이는 직업에 따라 다르기에 관두고, 밤의 행복을 보장하는 남성의 성기능에 문제가 있는 성기능장애에 대해 알아보자. 손오공의 여의봉처럼 신축성 뛰어난 물건을 중심부에 달고 있으면서도, 아무리 ‘커져라 쎄져라’ 주문을 외워도 여의(如意)치 않는 발기부전을 위시해서 말이다.
남자가 정상적인 성기능을 발휘하기 위한 가장 첫째 조건은 바로 ‘하고자 하는 욕구’이다. 혹자는 성에 대한 욕구야 누구나 갖는 본능이기 때문에 발기가 먼저 아니냐고 질문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이 음경의 발기는 욕구의 발동에 따라 남성에게 가장 먼저 일어나는 성반응에 속한다.
저자는 “정상적인 남자치고 여자 싫어하고 돈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고 단언한 바 있다. 그리고 만약 있다면 성인군자이거나 쪼다, 그리고 그도 저도 아니라면 위선자라고도 했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해야겠다. 바로 정상적인 성욕을 지니지 못하고 너무도 무덤덤하게 지내는 소위 성욕감퇴의 장애를 가진 환자도 있노라고….
너무 모자라는 게 장애라면, 과한 것 또한 장애임에 틀림없다. 인간적인 판단으로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짓거리를 중독자처럼 행하는 바로 그런 것 말이다. 그래서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또 아무에게나 자신의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고 마구 풀어헤쳐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은 소위 성욕항진의 장애를 가진 환자이다.
그러나 욕망의 과부족을 논할 때 간과해선 안 될게 있다. 바로 논점의 대상이 다름 아닌 성이라는 사실이다. 그것도 굉장히 복잡 미묘한 정신세계 속에서 살면서 생식과 쾌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인간의 성! 따라서 눈에 보이지 않는 욕구에 소위 정량화(定量化), 정성화(定性化), 통계화, 수치화(數値化), 객관화 등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일률적 잣대를 적용하기는 무척 힘들다.
아울러 성욕의 강도는 나이, 체질, 환경, 직업, 교육 정도, 경험 유무 등에 따라 심한 차이가 있다. 얼굴이나 체형이 사람마다 다른 것처럼 성욕도 개인차가 현저한 것이다. 따라서 사람마다 다른 성욕에 대해 한마디로 ‘정상이다, 비정상이다’라고 규정지을 수는 없다. 이는 성문제를 전문적으로 상담하는 의사라도 마찬가지다.
진료실로 찾아와 상담을 원하는 환자들 중 몇몇은 자신의 성욕이 지나치게 항진됐거나 감퇴됐음을 호소하며, 저자에게 정상이냐 아니냐를 판단해 달라고 요구한다. 때론 ‘너무 집적대거나 그렇지 않는다’ 해서 입이 불거져 나온 아내까지 대동하고서. 그러나 저자는 무책임한 대답 같아도 ‘글쎄요’만을 연발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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