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고유의 조직문화를 만들어라
조직문화가 기업의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만큼 어떤것이 좋은 것인지 세세히 톺아볼 필요가 있다. 최근 추세를 보면 많은 기업들이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빠르게 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자유롭고 창조적인 조직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롯데그룹, KT, 대우조선 등 보수적인 대기업들이 직급 폐지 및 축소를 통해 수평적 소통이 활발한 유연한 조직으로 변화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반대로 이 같은 변화가 잘 맞지 않는 기업들도 있었다. LG나 오리온그룹의 경우 앞선 기업들과 같은 이유로 2000년 영어 공용화 및 직급 폐지를 선포했지만 2008년 이를 철회했다.
존칭 표현이 없는 영어를 사용해 수평적 분위기를 만들려고 했지만 외국인 직원들과 영어 회의 후 다시 한국어 회의가 중복 진행되는 등 업무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직급 폐지로 수평적인 문화를 만들어 내기보다 직원들 간에 어색한 분위기만 형성됐던 것이다.
어떤 기업에는 효과적이던 조직문화가 다른 기업에서 부작용을 낳은 것은 조직문화의 단절적 이해 때문이다. 조직문화는 기업의 핵심가치가 행동양식, 제도 등으로 발현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모든 기업의 핵심가치는 다르기 때문에 그를 반영한 조직문화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가 생가는 이유도 많은 기업들이 모범 사례로 알려진 기업문화나 최근 트렌드를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조직문화는 기업의 핵심가치를 구성원들과 합의해 나가는 과정이고, 결과적으로 이를 통해 기업이 추구해야 하는 것은 기업의 비전 및 전략 달성이다. 모든 기업에게 통하는 좋은 조직문화란 존재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 기업만의 '고유한' 문화가 '좋은' 조직문화인 셈이다.
◇‘조직문화’의 4가지 유형을 살펴라
개별 기업의 비전과 전략을 달성하는 데 가장 적합한 조직문화의 유형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조직문화 이론의 대가인 퀸과 로르보는 경쟁 가치 모형(CVF)이라는 것을 통해 4가지 유형으로 조직문화를 분류했다.
이 4개의 조직문화는 기업이 중요시하는 가치를 2가지 축으로 분류한 데에 따라 발생된다.
첫 번째 축은 유연성∙자율성 vs 통제∙안정성이다. 기업을 운영하는데 자율적이고 유연한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통제에 따른 안정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것이다.
두 번째 축은 내부 지향성 vs 외부 지향성이다. 조직의 내부적 통합과 외부적 평가, 둘 중 어떤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이 2가지 축의 끝에 있는 가치들은 동시에 추구하기 어려운 것들이기 때문에 이것을 경쟁 가치 모형이라 부른다.
이를 토대로 조직문화의 유형은 크게 4가지로 분류된다. 유연성, 인간에 대한 배려, 고객 중시를 통한 내부 안정에 초점을 맞추는 '공동체형 문화'는 조직의 단합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문화다.
조직 구성원들을 조직과 공통된 이해관계를 가진 협조적 동반자로 보기 때문에 정보 공유 및 참여적 의사결정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나 균일가 판매상인 다이소 등이 이런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 조직 구성원의 참여와 성장이 기업 전략 수행에 큰 역할을 하는 기업에게 이런 문화가 적합하다.
유연성과 개성의 강화를 통한 성장을 추구하는 '유기체형 문화'는 애플, 보안업체인 아이디스, 디지털 셋톱박스 제조업체인 휴맥스와 같이 역동적인 분위기와 기업가정신 및 창의성이 충만한 조직에서 자주 나타난다.
실험과 혁신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며 이를 위해서라면 위험도 기꺼이 감수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기업이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장기적 목표가 명확하지 않거나 시급하게 수행해야 하는 일들이 많은 벤처기업의 경우 이런 조직문화가 잘 맞는다.
안정과 통제를 강조하면서 외부환경 적응과 목표달성을 중요시하는 '시장형 문화'는 도전적인 목표를 정해놓고 이를 효율적으로 추구하는데 적합하다. 리더와 조직 구성원들은 경쟁적이며 목표 지향적으로 맡은 일을 추진력 있고 강하게 진행해 결과를 완수해 내는데 성취감을 느낀다.
삼성, 락앤락 등이 이런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이런 기업들은 짧은 시간 안에 목표를 달성해 빠르게 성장하는 공통점을 보인다.
끝으로 안정성과 통제를 통한 내부 통합에 초점을 맞추는 '위계형 문화'를 들 수 있다. 시스템이 중심이 되어 돌아가는 이 문화에서는 공식적 규칙과 프로세스 아래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중요한 가치로 여겨진다.
효율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그를 통한 조직의 안정적 유지가 큰 목표가 된다. GE, 도요타, 메가스터디 등과 같이 시스템 및 프로세스가 매우 정교하게 짜인 기업들이 이에 속한다. 이런 기업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특징을 가진다.
기업들은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경쟁 가치 모형에서는 이 4가지 유형을 균형 있게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한쪽으로 치우칠 경우 단기적으로는 목표 달성에 유리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다른 한 편의 가치를 경시하게 되어 조직의 성장과 변화에 악영향을 끼친다. 조직문화란 불변하는 것이 아닌 유기체적인 관점에서 계속해서 변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김지유 IGM 주임연구원은 "조직문화의 개발과 구축은 단순히 한 번의 회의와 몇 번의 워크숍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 조직 구성원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 가치를 변화시키는 것이 단시간 안에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우리 기업의 핵심가치를 가장 잘 반영하고, 지속적 성장을 도울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고자 한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구성원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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