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손대선 기자 =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선언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21일 기자회견은 한편의 퍼포먼스였다는 평이다.
오 시장은 그동안 "너무 말을 잘 하는 것이 되레 약점이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변호사 출신답게 정치권 최고의 '달변가'로 손꼽혔다.
그는 정치적 고비마다 이성적인 논리로 포장된 달변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왔다.
앞서 또 다른 승부수였던 12일 대선불출마 선언때도 잠시 목이 잠기기는 했지만 평정심을 잃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오 시장의 15분여 동안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의 시작과 끝은 눈물로 시작해 눈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의 목소리는 '시민 여러분께 충심(衷心)으로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연설문을 읽을 때부터 젖어 있었다.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제 몸과 마음은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다"며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천만 시민 여러분께 실망과 상처를 안겨드리는 것은 아닌가 스스로 묻고 또 물어봐야만 했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부터 눈가에는 조금씩 물기가 차오르기 시작하더니 자신의 리더십 부재를 자인하는 대목에서는 급기야 연설을 중단하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한번 터진 눈물샘은 좀처럼 마를 기색이 없었다.
오 시장은 문장의 흐름이 급박해질 때마다 연방 눈물을 쏟아냈다. 이 와중에 수차례 취재진에 등을 보이면서까지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어냈다.
기자회견의 절정은 오 시장이 연설문을 모두 읽은 뒤였다.
오 시장은 연설을 마친 뒤 급기야 단상 아래로 내려와 무릎을 꿇고 시민들에게 절을 올리기에 이르렀다.
이 절은 시장직 연계에 따른 미안함과 사흘 남은 주민투표에 대한 적극적 참여를 부탁하는 의미를 담은 게 아니겠느냐는 게 오 시장측의 해석이다.
서울시장이라는 거물급 정치인이 공개석상에서 '석고대죄'를 연상시키는 장면을 연출하자 사진기자들도 일시에 카메라 프레시를 터트리기에 바빴다.
어떤 의미에서는 17일부터 이틀동안 계속되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중단된 깜짝 피켓 홍보전에 이어 꺼내든 마지막 홍보카드를 내놓은 셈이다.
오 시장의 이날 행동은 다양한 의미에서 회자되고 있다.
주민투표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의도된 '쇼'라고 폄훼하고 있지만 찬성하는 측에서 보면 '진정성'의 증거로 간주하고 있다.
시민들의 감정선을 자극하는 상투적인 행동이겠지만 적어도 주민투표 참여율 33.3%라는 지상과제가 위태로운 입장에서 그만큼의 절박함을 담아낸 행동이 아니었겠냐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정치인보다는 젠틀맨의 이미지가 더 강했던 오 시장이 비로소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본격적인 정치인으로 거듭났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날 행동이 고도로 계획된 연출인지 그렇지 않은지의 여부와는 상관 없이 말이다.
설핏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가수 임재범이 윤복희의 '여러분'을 부를 때와 비견될 장면을 연출한 오 시장이 자신의 바람대로 24일 주민투표 때 시민들로부터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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