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의인화시켜 비틀린 사랑법을 보여주는 연극 '황구도'를 18년 만에 재공연하는 연극연출가 조광화(46)씨는 "재공연이 반갑기는 하지만 예전의 치기 어린 모습을 보여 준다는 자체가 쑥스럽다"며 웃었다.
'황구도'는 1993년 작은신화의 창작 공모 프로젝트인 '우리 연극 만들기'의 출발 작품이다. 연극 '미친키스', 뮤지컬 '서편제'와 '남한산성' 등으로 유명한 조씨의 초기 대표작이다. 사랑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치밀하고 유려한 극본과 젊은 감각으로 호평 받았다.
특히, 개와 인간의 관점을 뒤바꿔서 표현한 기발한 발상이 돋보인다. 주인공인 '아담'과 '캐시', '거칠이'가 개라는 설정을 제외한다면 의상이나 분장, 대사까지도 인간 그대로다.
이에 반해 주인인 '장정'과 그가 수시로 바꾸는 상대 여인들은 특정 신체 부위가 크게 강조됐다. 거추장스런 의상들을 착용한다. 분장 역시 인형처럼 과장됐으며 대사 또한 부자연스럽다.
똥개 아담과 스피츠 캐시의 사랑이야기다. 둘은 서로만을 사랑하길 맹세하지만, 주인 장정은 아담이 똥개라는 이유로 둘 사이를 갈라놓는다. 이후 같은 스피츠인 거칠이와 캐시를 맺어준다. 결국, 아담은 집을 지키기로 한 주인과의 맹세를 저버리고 집을 나간다.
아담은 그러나 집으로 돌아와 용기를 내 주인을 문 뒤 캐시를 데리고 도망친다. 둘은 바닷가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지만, 아담의 마음 속에 캐시에 대한 불신이 싹튼다. 그러다 캐시는 상처를 받고 거칠이에게로 돌아간다. 맹세의 강박감과 불신의 상처로 고통 받던 아담은 뒤늦게 불신의 어리석음을 깨닫지만 이미 캐시는 조용히 잠든 후다.
이해타산과 욕정만으로 사랑을 하는 인간과 사랑에 대한 순정을 품고 살아가는 개들의 대비되는 사랑을 통해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되짚는다. 브라질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64)의 소설 '연금술사'와 영국의 소설가 에밀리 브론테(1818~1848)의'폭풍의 언덕'의 대사들이 삽입됐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장정을 비롯, 조씨는 그간 작품에서 '장정(壯丁)'을 자주 등장시켰다. "장정이라는 말은 인격이나 상관없이 어른 정도의 힘을 쓸 수 있는 사람을 일컫는다"며 "현대인들이 이런 모습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 "내가 장정이란 말을 작품에 쓸 무렵 작가 장정일씨가 주목 받았다"며 "투박한 외모와 달리 섬세한 시를 쓰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 모습을 장정이란 말에 투사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연출을 맡은 작은신화의 최용훈(48) 대표는 "'황구도'는 조광화 작가가 20대 중반에 시련의 상처를 딛고 지방에 칩거해서 단기간에 완성한 작품"이라며 "아담이 겪은 시련과 그가 느낀 배신감, 불신이 덜 정제된 것 같지만 날것의 느낌이 묻어나 생생하다"고 평했다.
18년 만에 재공연되는 작품인 만큼 현대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특히 "현대인이 인공적으로 만든 이미지를 스스로 소비하는 행태에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한다. 나무에서 진짜 사과 대신 애플사의 로고가 열리고 진짜 날아다니는 새 대신 트위터의 마크인 새를 매다는 식이다. "이미지에 경도돼 어느새 거기에 익숙해진 사람들을 상징했다."
작은신화 25주년 기념 공연의 마지막 작품이다. 15일부터 8월28일까지 서울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2관에서 볼 수 있다. 연극배우 강일, 이은정, 안성헌, 최지훈 등이 출연한다. 2만5000원. [이다.]엔터테인먼트. 02-762-0010
realpaper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