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전 참전했던 70대 노인, 40년 만에 형님 만난 사연

기사등록 2011/04/15 06:00:00 최종수정 2016/12/27 22:02:03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미국으로 떠났던 한 사나이가 70대 노인이 돼서야 고국을 찾아 꿈에 그리던 형을 만났다.

 15일 서울 구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7일 차덕현(70)이란 이름의 노인이 개봉지구대를 찾아와 형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경찰관들이 자초지종을 묻자 차씨는 자신을 월남전 참전 노무자라고 소개했다.

 차씨의 설명에 따르면 1941년생인 그는 27~28세 청년이었던 1968~1969년 베트남 땅을 밟았고 미군이 철수하던 1973년 개인 사정으로 조국 대신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행선지로 택했다.

 미국에 도착한 차씨는 택시기사 등으로 일하며 바쁘게 사느라 한국에 있는 형 차덕선(1939년생)씨를 찾아볼 생각도 못했다.

 알래스카로 이주해 어느덧 70대 노인이 된 차씨는 더 이상 주저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형을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약 40년 만에 무작정 고향 서울로 돌아왔다.

 차씨는 고국을 떠나기 전 살았던 구로구 개봉동 일대 동사무소와 공인중개소 등을 돌아다니며 형의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실패했고 결국 개봉지구대를 찾았다.

 차씨의 딱한 사연을 들은 개봉지구대 경찰관들은 차씨가 불러준 형의 이름과 생년월일로 신원을 조회해 주소지가 양천구 신정동 모 아파트란 사실을 알아냈다.

 경찰이 아파트 관리소 등을 통해 행방을 수소문하자 이 소식이 차씨 형의 딸에게 전해졌다. 딸은 차씨 형에게 "삼촌이 아버지를 찾는다"고 알렸고 깜짝 놀란 차씨 형은 10일 개봉지구대로 연락했다.

 연락이 닿았단 소식을 듣고 지구대로 달려온 차씨는 전화 상으로 형의 목소리를 확인한 뒤 눈시울을 붉혔다. 차씨는 이튿날 형이 있는 전남 목포로 달려가 40여년 만에 감격적인 상봉을 했다.

 형과 함께 목포 유람을 즐긴 차씨는 15일 부모님 산소가 있는 경기도 파주를 찾아 성묘를 한 뒤 16일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차씨와 형은 1년에 1번씩 꼭 만나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daer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