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3세대… '지능형 조폭' 아시나요?

기사등록 2011/03/20 06:00:00 최종수정 2016/12/27 21:53:16
유흥업소-부동산서 영역확대 기업·금융 사기로 전환
 화이트 범죄로 진화…경찰 "전문 수사관 양성 절실"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조직폭력배들이 관리구역을 정해 유흥업소나 오락실 등에서 보호비 명목으로 돈을 뜯거나 세 확장을 위해 패싸움을 벌이는 것은 이제 옛말이 됐다.

 그간 폭력조직은 유흥업소 등에서 돈을 뺏거나 주류도매상 등을 운영하는 전통적 영역에서 활동하는 1세대 조폭,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되던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건설 시행사를 운영하면서 아파트 및 상가 분양시장에 진출해 활동하는 2세대 조폭으로 나눠졌었다.

 하지만 최근 활동 중인 3세대 폭력조직들은 부동산 경기 불황을 이유로 주요 활동무대를 기업·금융 사기 등으로 옮겼다. 3세대 조폭들이 지능형 범죄조직으로 진화(?)를 거듭하면서 '지능형 조폭'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지능형 조폭들은 주로 무자본 M&A, 회사자금 횡령, 상장 기업 주가조작 등의 방법을 사용해 불법적인 수익을 얻는다. 심지어 기업 경영까지 참여해 금융사기 범죄를 저지르는 '화이트 범죄자' 양상도 보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이천세)는 지난달 1일 허위자료를 메신저 등으로 유포하고 인터넷 주식 동호회 회원들에게 매수를 추천하는 수법 등으로 불법 시세차익을 남긴 증권사 전 직원 이모(27)씨와 주식카페 운영자 박모(27)씨 등을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이들의 범행에 가담한 차모(25)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주가조작 브로커의 지시를 전달하면서 범행에 필요한 대포폰 등을 지급한 조직폭력배 차모씨 등 2명도 구속기소했다.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설립한 뒤 고가의 스마트폰을 국내외에 유통시켜 수억원을 챙긴 조직폭력배도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3일 스마트폰 700여대 등 '대포폰' 1300여대를 개설하고 이를 국내와 중국에 불법으로 판매해 14억5000만원을 챙긴 양모(32)씨 등 3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자금책 최모(31)씨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양씨 등은 지난해 7월 서울 노원구 상계동 A통신사 가맹점에서 유령법인 명의로 최신형 스마트폰 3대를 개설해 대포폰으로 유통시켜 374만원을 챙기는 등 2009년 11월부터 최근까지 유령법인 551개를 설립해 최신형 스마트폰 등 1300여대를 국내외에 유통시켜 모두 6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충청지역에서 활동하는 폭력조직 '연무사거리파'의 행동대원들로 인터넷으로 모집한 노숙자와 신용불량자 등의 명의로 법인을 설립하고 휴대전화를 개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거나 사고를 위장해 수년간 수십차례에 걸쳐 보험사기를 벌인 조직폭력배도 무더기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대전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3일 역주행하는 차량을 들이받거나 자해 등의 수법으로 합의금을 가로채거나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받아 챙긴 조직폭력배 A(25)씨 등 54명을 사기 등 혐의로 검거했다.

 A씨 등은 2007년 4월19일 새벽시간대 대전 중구 선화동 한 골목길에서 음주운전하는 차량에 고의로 추돌한 뒤 이를 빌미로 운전자를 협박, 합의금 명목으로 400만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B씨 등 11명은 지난해 1월말 대전 동구 용전동 네거리에서 2대의 차량을 이용, 횡단보도에서 가벼운 추돌사고를 낸 후 보험사로부터 치료비와 합의금으로 1900만원을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이같은 수법으로 2004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약 7년간 28차례에 걸쳐 모두 1억4100여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확인됐다.

 2세대 조폭들이 지능형 3세대 조폭으로 진화한 이유는 무엇일까?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국내 폭력조직에 소속된 조직원 수는 2009년 5450명으로 2001년과 비교해 1297명(31.2%)이나 늘어났다. 폭력조직(계파) 수도 2009년 223개로 같은 기간 24개(12.1%)가 증가했다.

 수사당국은 과거 유흥업소 운영 등에 국한됐던 폭력조직의 자금원이 대부업이나 건설시행업 등으로 옮겨졌으나 부동산 시장의 불황으로 자금원 확보 여의치 않자 기업·금융 사기 쪽으로 확대된 것으로 분석했다.

 또 과거 유흥업소 운영 등에 국한됐던 폭력조직의 범죄가 기업화, 지능화되고 있는데 반해 피의자 인권 보호, 불구속 수사 원칙 강화 등으로 수사 여건이 악화된 데 따른 것도 한 몫 한 것으로 수사당국은 판단했다.

 수사당국은 최근 조폭들이 이전에 세 과시를 위해 수십명씩 떼를 지어 움직이는 형태가 아닌 돈이 되는 일이 생기면 여러 조직이 뭉쳤다가 해체되는 등 점조직형태로 다변화된 양상을 띄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돈만 된다면 누구와도 결탁할 수 있을 정도로 조직간의 경계가 사실상 허물어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사당국은 조폭범죄가 지능화되고 있는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적이고 특화된 수사관 양성을 위한 교육과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존의 전통적인 조직 범죄와 달리 지능화된 범죄의 경우 피해정도와 범위가 광범위 하다"며 "불구속 수사원칙 강화로 지능화된 폭력조직 수사를 벌이거나 단속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조폭 범죄가 지능화된 만큼 경찰 수사능력도 진화해야 되는데 현실적으로 못 따라가는 부분이 없지 않다"며 "체계적인 교육과 시스템 구축으로 지능화되고 있는 조폭 관련 범죄를 사전에 차단하고 단속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sky0322@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