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대물<84>강혜연 팬티가 바닥으로 미끄러졌다

기사등록 2011/02/08 00:11:00 최종수정 2016/12/27 21:40:34
【서울=뉴시스】원작 박인권·글 유운하

 ◇제17화 사자가 되기 위한 개<84회>  

 미스콘돔 강혜연 팀장이 좌우로 고개를 흔들었다.

 “내 마음대로 거래 가격을 조절할 수 없어. 회사 방침이야.”

 “지독하군. 대머리 아저씨!”

 하류는 미스콘돔의 대표를 떠올리며 갑작스럽게 강혜연의 허리를 잡아 당겼다.

 “어멋…?”

 강혜연이 놀랄 사이도 없이 하류는 그녀의 등 뒤에서 원피스 아래로 손을 넣었다. 탄력 있는 엉덩이가 만져졌다.

 “하류씨…여기…서?”

 차이니스 레스토랑의 별실에서 하류의 공격적인 자세에 강 팀장은 놀라 속삭였다. 때로는 의외의 장소와 분위기가 여자들의 성감을 높여 준다는 믿지 못할 통계도 있다. 하류의 손길에 강혜연의 팬티가 바닥으로 미끄러졌다.

 “쉬이!”

 하류는 의자에 앉은 자세로 그녀의 등 뒤에서 그대로 공략을 시도한다. 가슴을 부드럽게, 혹은 강하게 손으로 자극하면서 입술은 그녀의 목덜미를 간지럽게 애무하고, 입김을 귓속으로 불어 넣는다. 마치 정령의 지저귐이 강혜연의 고막을 뜨겁게 달궈주는 것만 같다.

 “어서….”

 섹스의 묘미를 체감하고 있는 강혜연의 몸은 삽시간에 불덩이가 됐다. 제비의 칼이 허리 아래로부터 찔러 들어왔다. 절정의 쾌감은 아니었으나 기대감이 충만돼 저절로 비명이 새어 나왔다.

 “악…4…40%”

 제비의 칼이 춤추기 시작했다. 의자가 들썩이며 테이블의 요리접시들이 덩달아 요동을 친다. 그릇들이 서로 살을 부딪치는 소음은 경쾌하다. 하류의 제비 솜씨는 그 경쾌함을 능가하는 리듬이 존재한다.

 “오우…50%, 더 이상은 정…말 곤…란해. 아아….”

 하류는 그녀의 허리를 껴안고 몸을 일으켰다. 마치 곡예를 하는 사람들처럼 상하가 결합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었지만 강혜연의 흥분은 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하류는 대물초식 중 한 번도 사용해 보지 못한 11번째의 비법을 발휘하고픈 충동을 느꼈다.

 “용음풍(龍陰風)!”

 단계를 무시하고 강력한 대물의 방중비술을 발동했다. 하류는 그녀의 허리를 들어 올린 그 자세로 몸을 빙빙 돌렸다. 강혜연의 몸뚱이가 허공에서 춤을 췄다. 미친 듯이 몸부림치며 두 팔을 허우적거렸다. 허공은 비어있고, 그녀의 두 손이 등 뒤에 있는 하류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나 죽을…같아…70…프…로…꺄악!”

 외마디 비명이 강혜연의 목청을 뚫고 나왔다. 차이니스 레스토랑이 영업을 개시한 이래 가장 큰 목소리의 주인공이 됐다. 종업원들이 놀라서 달려왔다.

 화이트클럽의 로즈 마리가 차를 권했다.

 “마셔. 자스민이야. 향기도 좋고.”

 하류는 그녀가 내미는 차를 입에 갖다 대면서 향기는 코로 음미했다.

 “역시 좋군요. 꽃 향유의 왕이여! 너 자스민이여! 로즈 마리가 건네는 이 차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로즈 마리는 하류의 넉살에 그냥 웃어준다.

 “시끄럽다. 엉뚱한 소리 말고 차 맛이나 평가해. 내가 제일 좋아하는 향이니까.”

 하류는 눈을 게슴츠레 하게 뜨면서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자스민의 꽃말이 관능적이란 거 아시죠?”

 로즈 마리는 약간 의외라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하류는 찻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튕겼다. 맑은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당신은 나의 것이란 뜻도 있구요.”

 “그래서?”

 “드디어 날 당신의 소유로 하고 싶다는 걸 이 차를 통해서 표현하는 거 아닙니까…시방!”

 로즈 마리는 어이가 없어서 실소를 터뜨렸다.

 “후후, 너 이제 보니 제법 귀엽다. 자스민 향에 대해서도 알고.”

 하류는 차 한 모금을 마시며 탄성을 토해냈다.

 “죽인다! 향기 역시 끝내주네. 난 말이죠…다른 공부는 꽝인데... 제비 관련한 문제는 그냥 감각적으로 입력이 된다니까요. 고객들에게 정확한 리얼리티를 전달해 주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좋아하는 꽃과 연관된 건 기본이죠. 코스모스는 순정, 장미는 사랑, 진홍장미는 수줍음. 백장미는 실연, 아이리스는 기쁜 소식 등등.”

 “그렇게 자신 있어? 올리브는?”

 “평화를 뜻하는 꽃말을 지니고 있으며 식물학적으로는 복숭아나 서양자두와 비슷한 협과(莢果)로 분류되는데, 핵 안에는 1개 또는 2개의 씨가 들어 있지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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