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막한 글이 담긴 편지 한 통과 함께 지난해 4월 잘려진 탯줄이 마르지도 않은 상태에서 서울의 한 장애아동 시설 앞에 버려진 아이. 생후 9개월에 몸무게 6㎏이 채 안 되는 작은 체구를 가진 새벽이는 오늘도 힘겹게 숨을 내쉰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새벽이는 선천적으로 심장에 구멍이 뚫린 채로 태어났다. 젖병을 물고 있을 힘도 없는 새벽이에게는 숨을 쉬는 일 조차 버겁다.
이러한 새벽이가 최근 폐렴 증세까지 나타나 서울대학교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추운 겨울에 걸린 감기가 폐렴으로 악화된 탓이다.
40도가 넘는 고열로 숨을 쉬기가 더 어려워지자 새벽이의 오물거리는 작은 입 위로는 산소마스크가 덮였다. 병상에서 삶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싸우는 일은 태어난 지 고작 1년도 안 된 한 살 배기 갓난아이가 감당하기에는 참 가혹하다.
하지만 태어난 이후 처음으로 설 명절을 맞게 된 새벽이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새벽이가 설 연휴만 지내고 나면 심장 수술을 받게 돼 앞으로 아프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장애아라는 이유로 부모로부터 버림 받은 새벽이가 '설날의 기적'과 같은 선물을 받게 된 데에는 시민들의 도움의 손길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불우이웃을 돕는 단체인 '사랑밭 새벽편지'를 통해 새벽이의 딱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은 십시일반으로 기부금을 냈다. 모금이 시작된 지 보름 정도가 지나지 않아 당초 목표액이었던 2500만원을 뛰어 넘는 3000만원의 모금액이 쌓였다.
모금에 참여한 강모씨는 "새벽아 지금이 너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날일 것"이라면서 안타까운 목소리를 전한 뒤 "희망찬 새로운 미래를 바라는 많은 엄마와 아빠가 있다"며 격려를 북돋아줬다.
주부 박모씨도 "아무것도 모른 채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의 얼굴을 보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며 "한 아이의 엄마로서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작은 보탬이라도 되려 한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의 응원 덕분인지 새벽이는 폐렴 치료를 무사히 마치고 센터로 돌아와 이곳에 함께 있는 18명의 다른 장애아들과 함께 설을 맞이하고 있다. 새벽이는 자신이 아픈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환한 웃음을 짓는다.
사랑밭 새벽편지 배성근 간사는 "시민들의 사랑과 관심으로 모인 기부금으로 새벽이가 수술을 받게 됐다"며 "수술비를 제외한 나머지 기부금은 새벽이와 생활하고 있는 다른 장애아들을 위해 함께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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