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미스터리 소설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후반부에 들어서야 범인이 밝혀지는 영미권 미스터리와 달리 중반부에 이미 범인의 실체가 드러나고 그때부터 진정한 추리가 시작되는 것도 백미다.
북유럽 미스터리는 이러한 요소와 더불어 낮은 지명과 인명으로 세계의 독자들에게는 아직 낯설다. 하지만 2005년 출간을 시작으로 각국에서 5000만부가 팔려 신드롬을 일으킨 북유럽발 초대형 미스터리 소설이 있다.
지난 12일 국내에서도 출간된 스웨덴 작가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3부작 (웅진씽크빅 문학에디션 뿔)이다.
해외 작가에 보수적인 영국 출판시장에서 책이 대성공을 거두자 곧바로 북유럽 소설 붐으로 이어져 최근 2년 새 많은 북유럽 작품이 영국에 소개됐다.
이처럼 각종 신드롬과 마니아를 양산시킨 ‘밀레니엄’ 3부작은 북유럽 미스터리 소설의 특징을 살린 대표적인 소설이다.
책은 36년째, 스웨덴 재벌 총수 ‘헨리크 반예르’에게 압화 공예 액자가 발신인 표시 없이 배달되는 것으로 출발한다.
라르손의 ‘밀레니엄’은 유례없이 개성있는 캐릭터와 인물들의 심리를 완벽히 묘사해 북유럽 최고의 추리문학상인 ‘유리열쇠’상과 스웨덴 최고 추리문학상을 수상했다.
덴마크의 작가인 페터 회가 쓴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은 국내 팬덤에게도 사랑받은 책이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코펜하겐의 아파트 옥상에서 소년이 추락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경찰은 단순한 실족사로 처리하지만 같은 건물에 사는 소녀 스밀라는 눈위에 남긴 발자국을 보고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스밀라는 이웃에 살던 수리공의 도움을 받아 소년의 죽음을 풀어낸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은 사건의 해결보다 스밀라 내면의 변화에 중점을 두고 진행한다. 또 미스터리와 로맨스, 스릴러, 문명 비판 등 각 장르의 요소들을 적재적소에 구현하고 있어 다채롭기까지 한 추리소설이다.
노르웨이 작가 카린 포숨의 ‘돌아보지 마’는 북유럽 추리소설을 대상으로 하는 글래스 키상 1996년 수상작이다.
서로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좋은 이웃들, 목가적인 노르웨이 산골 마을에서 소녀의 시체가 발견된다. 지극히 평화롭게만 보였던 마을은 콘라드 세예르 경감의 수사를 통해 점점 그 실체를 드러낸다.
‘돌아보지 마’는 독자들이 가슴을 아리는 슬픔과 여운을 느끼게끔 하는 것이 또 다른 매력이다.
아이슬란드 작가인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무덤의 침묵’은 확장일로에 있는 아이슬란드의 수도 외곽에서 땅속에 묻힌 유골이 발견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돌아보지 마’처럼 ‘글래스 키’상을 수상했고, 영어로 번역돼 2005년 영국 추리작가협회 ‘황금단도’상을 받았다.
국내에 소개된 북유럽 미스터리의 경우 평범한 사람들의 잔인함을 짚어내기 때문에 마무리 부분에서 추리소설 이상의 진한 여운을 남긴다.
겨울, 고립된 사람들과 얼어붙은 희망이라는 북유럽발 미스터리를 접해보는 것도 추위를 이겨내는 방법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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