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꽃보다 남자’에 ‘F4’로 나온 연기자들은 차기작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꽃보다 남자’는 평균시청률 25.7%를 기록하며 각광받았지만, ‘F4’는 차기작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김범(22), 이민호(24), 김현중(25)은 한 자릿수 혹은 10% 초반대 시청률을 따내는 데 그쳤다.
이들이 전작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꽃보다 남자’의 기시감과 1년이 넘도록 침체의 늪에 빠졌던 MBC TV 드라마라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다.
김범이 출연한 MBC TV 수목드라마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는 지난해 3월 평균시청률 5.8%로 막을 내렸다.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는 1년 넘게 한 자릿수 시청률에 머문 전작 ‘히어로’, ‘맨땅에 헤딩’, ‘트리플’ 등을 이은 드라마다. 전작의 인기가 새 작품의 시청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운이 없었다.
‘꽃보다 남자’가 후광보다는 멍에로 작용한 면도 있다. 김범은 차기작에서 여성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인디밴드 천재 뮤지션으로 등장했다. 10세 연상의 여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인물이다. 연상만 빼면 ‘꽃보다 남자’중 ‘F4’ 플레이보이의 모습과 겹친다.
또 다른 ‘F4’ 이민호는 공교롭게도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후속작에서 주연했다. 그러나 ‘개인의 취향’ 평균시청률은 11.7%로 두 자릿수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이민호 역시 ‘꽃보다 남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까칠하면서도 이기적인 캐릭터를 유지했다. 재벌그룹의 아들 대신 건축사로 옷을 갈아입었을 뿐이다. 1년여 고심 끝에 고른 작품이었지만 ‘꽃보다 남자’의 그늘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김현중은 ‘로드넘버원’ 후속인 MBC TV ‘장난스런 키스’로 컴백했다. ‘로드넘버원’은 평균시청률 6.2%를 찍은 드라마다. ‘장난스런 키스’는 지난해 MBC 수목극의 불운에 마침표를 찍을 다크호스로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평균시청률 3.5%로 바닥을 쳤다.
‘꽃보다 남자’에서 김현중은 ‘F4’의 꽃미남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장난스런 키스’에서도 꽃미남이었다. 다만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천재라는 설정만 덧대졌을 따름이다.
한편, ‘F4’ 가운데 가장 늦게 차기작을 결정한 김준은 MBC가 아닌 KBS를 택했다. ‘강력반’에서 김준은 부유한 배경, 수려한 외모, 그리고 명석한 두뇌까지 두루 갖춘 형사로 등장한다. ‘꽃보다 남자’에서는 보스가문 출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선보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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