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대물<31>"팬티 정중앙, 9층탑처럼 솟은 대물"

기사등록 2010/12/17 00:11:00 최종수정 2017/01/11 12:59:50
【서울=뉴시스】원작 박인권·글 유운하

 ◇제6화 판타지 클럽 화이트<31회> 

 화이트 클럽의 여군주 로즈마리가 오만하게 말했다.

 “그래서?”

 하류는 로즈 마리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마치 불꽃이 새파랗게 튀어나올 듯한 시선이었다.

 “난 삼대 원조곰탕 가문의 전수자로서 도저히 엉터리 곰탕을 내가 몸담아야 할 화이트클럽에 내 손으로 만들어 내 놓을 수는 없었던 것 뿐입니다.”

 “그 말을 내게 믿으라고 변명하는 거야? 지금?”

 “사실이니까요.”

 “좋아. 그럼…그 원조 곰탕이라는 걸 언제 식탁에 올릴 수 있는 건데?”

 하류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본래의 원조 맛을 내려면 이 앞치마와 더불어 5년 쯤 걸릴 겁니다. 정원 한쪽으로 우사를 지어서 한우 암소를 직접 키우고, 가마솥도 걸어야 하고, 참나무도 잔뜩 준비해야 하고, 장도 담가야 하며 오래된 진한 장맛….”

 “크크…푸흐흐흐…하핫….”

 화이트 클럽의 여신 로즈 마리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제야 비로소 하류의 의도를 짐작했던 모양이었다.

 “그래. 너…과연 보통 제비는 아니구나. 잔머리가 기가 막혀! 그런데 어쩌나? 난 분명히 널 스카우트 한 목적이 주방용인데?”

 하류가 물러서지 않았다.

 “제대로 주방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5년이 걸립니다.”

 로즈 마리의 음성에 은은한 노기가 배어 있었다.

 “날 차지할 정도가 되려면 5년은 족히 걸린다고 경고한 것에 대한 불만이라는 거 안다. 주방용도도 아니라면 고객용으로도 안 돼! 불량품을 내놓을 수는 없다.”

 하류는 앞치마를 천천히 벗었다.

 “화이트클럽의 제비로 사용하기에는 5일도 걸리지 않습니다. 어떤 시험도, 난관도 좋습니다. 곰탕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이 제비의 칼이 너무나 날카롭습니다.”

 하류의 바지가 내려갔다. 팬티의 정중앙에 대물이 9층 석탑처럼 우뚝 솟아 있었다.

 ‘크다!’고 로즈 마리는 느꼈다. 이미 목격한 바가 있었지만 하류의 대물은 놀라운 사이즈란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발…부탁입니다. 부엌칼이 아닌 보시의 칼이 되도록 해주십시오!”

 “보시의 칼?”

 “화이트 클럽의 고객들을 위한 보시를 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건방진 새끼! 너의 칼에 그리도 자신만만하냐?”

 하류가 자신의 물건을 두 손으로 움켜잡았다.

 “대물바위의 정기를 고스란히 이어받은 놈입니다. 제비로서 5일이면 주방의 5년을 능가할 것입니다.”

 로즈 마리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녀의 담배 피우는 동작 하나만도 예술에 가깝다고 하류는 생각했다. 문득 그녀가 혹시 백마강의 그 이름 모를 소녀가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었다. 신비하면서도 고상하고, 쉬울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기품을 지니고 있는 화이트클럽의 여신.

 그 여신이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좋아. 화이트클럽의 별 하나를 달 수 있는, 다시 말해서 정식 멤버가 될 수 있는 미션을 두 개 주마. 그걸 통과하면 넌 주방에서 일하지 않아도 돼! 그러나 만일 통과하지 못하면 넌 5년 간 주방에서 찍소리 말고 곰탕을 끓여야 한다.”  

 서울서부지검 505호실 하도야 검사의 방은 오늘도 늦은 시각까지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생수를 배달하는 소형 봉고차가 경비실을 지났다. 법원과 검찰청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현관 주차장에 멈췄다.
배달기사가 생수통을 둘러메고 청사 안으로 진입했다. 배달기사를 발견한 경비원이 제지하려는 순간에 엘리베이터 안으로 그는 사라졌다.

 “생수배달은 주로 아침 일찍 오는데…누가 급하게 물을 부탁했나?”

 생수통을 어깨에 멘 사내는 갈색의 목도리로 칭칭 목을 감고 있었고, 게다가 일반적인 야구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있어서 얼굴의 식별이 불가능했다. 그는 5층에서 내려서 유리로 된 전자 장치가 돼 있는 문 앞에서 멈췄다. 외부인이 이곳을 통과하려면 출입증이 필요하다. 생수 배달원은 이미 출입카드를 확보한 듯 기기 앞으로 카드를 내밀었다. 유리문이 좌우로 열리며 방문객을 받아들였다. 배달원은 망설이지 않고 복도 끝의 하도야 검사실로 향했다. 묵직한 노크 소리를 듣고 검찰 공소장을 살피고 있던 하도야가 고개를 돌렸다.

 “들어와요.”

 생수통의 배달원이 음산한 한기를 몰고 들어왔다.

 “오 회장님이 주문하신 배달입니다.” <계속>

 ※우신출판문화 032-906-9501 www.wooshinbook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