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를 훌쩍 넘긴 것으로 보인다. 옷을 자주 갈아입지는 않지만 늘 깔끔하다. 찬바람이 불면서부터는 베이지 트렌치 코트차림으로 멋도 냈다. 단정한 백발과 고운 얼굴이다.
이 할머니는 맥도널드와 아무런 연고도 없다. 그런데도 ‘맥도널드 할머니’라고 불리는 것은 서울의 어느 맥도널드 매장에서 매일 밤 잠을 자고있기 때문이다.
저녁 7시 무렵 매장으로 들어와 새벽 5시 이후에 나간다. 가끔은 감자튀김을 사먹기도 하지만 거의 아무 것도 구입하지 않고 찬이슬만 피한다. 오전 1~2시께 이 매장을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패스트푸드점 특유의 좁고 불편한 의자에 앉은 채 새우잠을 자고 있는 할머니를 볼 수 있다. 할머니 앞에는 늘 성경이 펼쳐져 있다. 항상 들고 다니는 종이봉투는 신문지 따위로 가득하다.
할머니는 수년째 이런 생활을 하고 있다. 이 매장의 직원은 “나는 2년 전 입사했는데 할머니는 그 전부터 오신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맥도널드 할머니는 6년 전 겨울 서울의 24시간 커피숍들에도 출현했다. 밤샘 영업을 하는 가게로 밤 12시쯤 들어와 동틀 무렵 나가는 일을 반복했다. 벽에 기대어 잠들기도 하고, 어떤 날에는 아예 소파에 누워 자기도 했다.
그러자 20대 남녀 손님들이 업주에게 항의했다. 동정심에 한 번 두 번 받아주던 가게들도 영업 방해를 이유로 할머니를 문전박대하기에 이르렀다. 이 가게, 저 가게 전전하던 할머니는 결국 커피숍 업주들의 담합에 맞닥뜨려 그해 겨울이 지난 뒤 종적을 감췄다.
그러다 24시간 영업하는 맥도널드 매장으로 잠자리를 옮긴 것이다.
가수 이광필씨(48)는 “내가 2005년께 커피숍을 할 때 할머니를 5개월여 이상 가게에서 쉬어 가게 했다”며 “당시 손님들의 항의가 빗발쳤지만 못들은 척했는데 어느 날 밤인가부터 오시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2007년 생명운동을 시작한 이후 그때 할머니를 적극적으로 돕지 못했던 것이 늘 마음의 짐이 됐는데 11월 초 할머니를 우연히 다시 보게 돼 한편으로는 반가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6년 전 보다 나아지지 않은 할머니의 처지가 안타까웠다”며 “자선단체나 종교단체도 아닌 맥도널드 입장에서 할머니가 매일 밤 매장 안에 머무는 것이 부담스러울테고, 할머니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가 이미 내부에서 나왔을텐데도 몇 년째 할머니를 내쫓지 않고 계속 머물게 하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이고 대단하다”고 전했다.
이씨는 “할머니의 허락을 받는대로 할머니의 하룻밤을 담은 동영상을 유튜브 등에 올려 주무부처 공직자들에게 경종을 울릴 생각”이라면서 “맥도널드 할머니 같은 독거노인들이 따뜻한 방에서 두 발 쭉 뻗고 여생을 보낼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길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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