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현대건설 인수 성공 독일까 약일까

기사등록 2010/11/23 11:34:06 최종수정 2017/01/11 12:51:38
【서울=뉴시스】이형구 이민정 기자 = 현대그룹이 5조5000억 원이라는 거액을 베팅하면서 현대건설 인수에 성공했다.

 하지만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완전히 품에 안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대다수 인수합병(M&A)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우선 이번 인수금액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꼽는다. 당초 채권단이 예상한 현대건설 매각가는 3조5000억~4조 원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당초 예상가에 비해 2조~1조5000억 원을 더 써낸 것이다.

 2006년 대우건설 매각가와 비교해도 이번 인수 금액이 상당히 비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우건설 매각 당시 인수 지분은 전체의 72%를 금호그룹 컨소시엄이 6조4000억 원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현대건설 매각 대상 지분은 34.88%에 불과함에도 현대그룹은 5조5000억 원을 채권단에 지불해야 한다. 물론 앞으로 실사과정에서 금액의 가감이야 있겠지만 5조 원이 넘는 인수가격은 상당히 비경제적인 가격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M&A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현대건설 인수에 소요되는 비용이 사실상 대우건설의 2배 정도에 달한다”고 평가했다.

 현대그룹은 이처럼 높은 가격에 현대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자금조달과정에서 적지 않은 무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은 당초 보유하고 있던 현금성 자산 1조5000억 원에 최근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등 주력 계열사의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2조 원 가량의 자금을 추가로 끌어 모은 것이다.

 현대상선이 회사채 4500억 원, 기업어음 5000억 원, 현대부산신항 주식처분금 2000억 원, 유상증자금 3968억 원 등을 마련해 인수주체로 나서고, 현대엘리베이터가 회사채와 기업어음 발행 등으로 3000억 원, 현대증권은 1700억 원 정도의 현금성 자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여기에 현대그룹은 입찰 마감을 하루 앞두고 현대상선 컨테이너 등을 담보로 동양종금증권으로부터 7000억 원을,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을 재무적 투자자로 끌어들여 1조2000억 원을 조달했다.

 회사채와 어음을 제외하더라도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끌어들인 돈이 2조 원에 달하는 셈이다.

 따라서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자산매각 없이 2조 원을 어떻게 갚을 것인지가 문제다. 더욱이 현대그룹은 재무적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면계약(옵션)을 맺었을 가능성이 높다.

 현대그룹과 재무적 투자자들 사이에 맺어진 옵션의 내용이 무엇이냐에 따라 현대건설 인수의 성패가 갈린다고 해도 관건이 아니다.

 실제로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그룹도 재무적 투자자들의 지분을 일정한 가격(주당 3만1500원)에 다시 사주겠다는 풋백옵션에 발목이 잡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M&A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도 재무적 투자자에게 어떤 식으로든 수익을 보장해주기 위한 옵션계약을 체결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문제는 이 옵션의 내용이 무엇이냐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M&A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현대건설은 대우건설에 비해 매각 지분이 많지 않아 대우건설 매각 당시 금호그룹과 재무적 투자자들이 맺은 옵션과는 내용이 많이 다를 것”이라며 “하지만 현대그룹이 자산을 매각하지 않고 어떻게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보장할지는 계속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정은 회장은 지난 18일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 정주영·정몽헌 회장의 묘소를 참배한 후 현대건설 인수자금 조달, 채권단과의 재무약정 등 재무적 부담 가능성에 대해 “염려할 것 없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현 회장은 “국내외 투자자와 접촉하고 있다. 인수자금 등은 염려할 것 없다”면서 “재무약정 역시 현대상선이 이미 좋아져서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그룹이 재무적 투자자로 끌어들인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의 투자 성격과 이자부담 등에 대해서는 “자세한 말은 할 수 없다” 말을 아꼈다.

 이어 금강산 관광 사업 재개 의지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너무 오랫동안 서로 대치관계에 있었다”면서 “이제 대화를 재개할 타이밍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을 두고 경쟁을 벌였던 현대차그룹과의 관계도 회복하겠고 밝혔다. 그는 “정몽구 회장님을 존경하고 집안의 정통성은 그분에게 있기 때문에 앞으로 잘 지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ninelee@newsis.com
 benoit0511@newsis.com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03호(11월29일자)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