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극 '근초고왕' 타임머신 타고 만든다?

기사등록 2010/11/19 15:43:14 최종수정 2017/01/11 12:50:34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KBS 1TV 대하드라마 ‘근초고왕’이 고증에 주력하고 있다.

 드라마에는 비류왕(윤승원)의 왕궁을 둘러 싸고 있는 성으로 한성백제(BC18~475) 무렵 서울 송파구에 실존한 풍납토성이 출현한다. 고증을 거쳐 4세기의 풍경을 현실로 옮겨왔다. 기존의 사극 세트용 성은 모두 돌로 축조했으나 ‘근초고왕’은 사실감을 높이기 위해 토성을 별도로 쌓았다.

 이 같은 하드웨어는 물론, 문짝 하나에도 신경을 썼다.

 종이와 불교는 동시에 들어왔다. 백제에 불교가 전래된 것은 근초고왕 사후인 4세기 후반 침류왕 때다. 근초고왕 시절에는 종이도 없었다. ‘근초고왕’은 창호지가 아닌 마, 베 등으로 문을 발랐다. 등장인물들이 종이가 아닌 목간이나 천 등에 쓴 편지를 주고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청 역시 불교 전래 이후의 산물이다. ‘근초고왕’은 경북 문경과 충북 단양의 궁 세트에서 단청을 빼고 다시 색을 칠한 뒤 근초고왕 무렵의 백제궁과 위례궁으로 활용하는 고생을 사서 했다. 제작진은 “드라마에 나오는 수많은 건축물의 단청을 모두 빼기란 물리적으로 어렵지만 최대한 4세기 백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의상과 관도 고증의 산물이다.   

 비류왕의 둘째 왕자 부여 휘(이병욱), 책사 해건(이지훈) 등 백제 장수들이 입고 나오는 갑옷은 전남 고흥군 길두리 안동고분에서 출토된 1600년 전 철제갑옷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백제의 갑옷 유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백제군의 챙 달린 철제투구나 목가리개가 달린 판갑은 경북 고령군 지산동 32호분 석실에서 발굴된 유물 등에 뿌리를 둔다.  

 고구려 대장군 고치수(박철호)의 갑옷은 경남 합천 옥전고분 출토 종장복발주, 지린성(吉林省) 지안현(輯安縣) 삼실총과 통구 12호분 벽화의 갑옷 무사 등을 참조해 제작했다. 백제와 회맹장에 고구려 고국원왕 사유(이종원)가 머리에 쓰고 온 하얀 관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백라관’이라는 것으로 황해남도 안악 3호분 벽화에서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역사의 뒤안길에 묻힌 백제사를 끌어내다 보니 오해도 많다.

 시청자들은 부여화(김지수), 해비(최명길), 진비(김도연) 등 여배우들의 의상이 일본풍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제작진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날염, 소위 일본풍이라 여기는 문장이 찍힌 의상들이 실은 백제에서 건너간 염색방법으로 보고 의상에 문장과 문양을 날염해 의상을 제작했다”며 “충남 공주 무령왕릉 출토 유물, 삼국지 위지 동이전 등을 참고해 당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직물로 의상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서울특별시 한성백제박물관 건립추진단 김기섭 박사는 “백제의 역사는 알려진 것이 별로 없어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것이 국민들에게 역사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파급효과가 크다”며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라 역사 교육자료라고 생각하고 힘들더라도 최대한 고증을 거쳐 사실을 재현해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ac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