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戰, 본격화…M&A는 '양날의 칼'?

기사등록 2010/10/21 09:40:43 최종수정 2017/01/11 12:40:23
업계 "과거 실패사례 되풀이 하지 말아야"
인수기업에 독이 될 수 있는 대형 M&A

【서울=뉴시스】정병준 기자 =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핫 이슈로 떠오른 현대건설 인수전이 본격화 되면서, 인수전에 뛰어든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M&A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며 기업성장의 또 다른 기회를 창출하려한다.

 그러나 M&A를 자칫 잘못할 경우 해당 기업의 앞길을 가로 막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자금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할 경우 그룹 전체의 유동성에 심각한 차질을 빚어  곧 경영난 심화로 직결된다. 이 경우 기업간 시너지 효과 창출도 실패로 돌아간다.

 업계는 국내 건설시공 능력평가 1위인 현대건설 인수전이 과거의 실패 사례를 교훈삼아 성공적인 M&A 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단순히 높은 인수가격만을 고려한 평가 시스템에서 벗어나 인수사들의 재무적 건전성과 역량, 향후 운영능력 등 과학적인  평가기준에 따라 인수기업을 선정, 현대건설의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M&A는 양날의 칼…'승자의 저주' vs '지속적인 성장'

 국내에서 이뤄진 M&A 중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는 '금호그룹의 대우건설 인수'를  들 수 있다.'승자의 저주'로 평가받는 대표적 사례다. 

 지난 2006년 금호그룹은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3조원을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조달했다. 더욱이 주가가 일정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차액을 보전해주는 풋백옵션 계약까지 체결했다.

 그러나 '풋백옵션 계약'이 재앙의 불씨가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 대우건설 주가는 끝없이 하락했고 금호그룹이 지불해야 할 옵션비용은 무려 4조원까지 불어났다.

 결국 금호그룹은 자금력 부족과 무리한 컨소시엄 약정으로 대우건설을 다시 M&A 시장에 내놓고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라는 시련을 겪었다.

 포르쉐의 폭스바겐 인수 시도도 유사한 사례다. 2005년 포르쉐는 폭스바겐 인수 계획을 발표한 이후 인수과정에서 무려 90억 유로의 부채가 발생해 그룹 전체가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자사의 경영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강행한 포르쉐와 폭스바겐의 인수전은 결국 폭스바겐의 포르쉐 역인수로 마무리됐다. 상하이차의 쌍용차 '먹튀 M&A' 역시 실패사례 중 하나다.

 적절한 M&A를 통해 기업 전체의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한 사례도 많다. 대표적인 예로 두산을 들 수 있다. 2001년 두산에 인수된 두산중공업(한국중공업)은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2005년 말 미국 AES의 미주지역 수처리 사업부문을 인수해 역삼투압 방식의 해수 담수화 원천 기술을 들여 왔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지난해 3월 쿠웨이트에서 플랜트를 수주했다. 7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세계 최대 규모 담수 플랜트의 설비공사를 수주했다.

 또 2006년에는 영국 발전설비 설계·엔지니어링 업체인 밥콕을 인수, 보일러 설계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두산은 현재 이 원천기술을 보유한 세계 4대 기업 중 한 곳이다.

 이번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든 현대차그룹도 대표적인 M&A 성공기업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과거 성공 경력이 이번 인수전을 유리하게 이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98년 현대차에 편입된 기아차의 가파른 성장은 독보적인 수준이다. 기아차 인수 당시 이 같은 미래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현대차와의 동반 부실도 거론됐다.

 그러나 기아차는 인수 1년여 만에 흑자로 돌아서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올해 글로벌 판매는 3분기(7~9월) 마감 실적 기준 150만대를 기록했다. 기아차 창사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이다.  

 현대카드(다이너스카드)와 한보철강도 마찬가지다. 2001년 인수 당시 업계 점유율 3%로 최하위였던 현대카드는 현재 16.9%, 업계 2위 기업으로 환골탈태했다.

 97년 부도 후 7년여를 표류했던 한보철강은 2004년 현대제철에 흡수된 이후 6조2300억원의 과감한 투자를 통해 친환경제철소를 보유한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현재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지난 4월 연산 400만t 규모의 제1고로를 준공했다. 이어 11월 제2고로의 화입식을 앞두고 있다. 생산규모도 연산 800만t으로 늘어난다.

 아울러 현대제철은 향후 고로 1기를 추가해 3기의 고로로 연간 1200만t의 생산역량을 갖출 계획이다. 이를 통한 수입대체 효과는 120억달러(약 13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 한 M&A 전문가는 "현대건설의 성장을 뒷받침 할 수 있는 곳이 인수기업으로 선정돼야 한다"며 "단기 이익 보다 기업의 미래가치 부분을 충분히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일 인수 참여의향서 접수를 마감한 현대건설 매각 작업은 11월12일 본입찰을 끝내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이어 연말까지 최종 인수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jb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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