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컨템포러리 아트에는 컨템포러리가 없다

기사등록 2010/05/30 08:37:00 최종수정 2017/01/11 11:56:08
【서울=뉴시스】드미트리 홍의 아트 Talk! Talk! <3> = 최근 여기저기서 ‘컨템포러리’라는 단어를 많이 접하게 된다. 특히나 미술계에서 컨템포러리는 유행어와 같이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컨템포러리 아트’란 과연 무엇일까?

 ‘동시대 미술’이라고 번역이 되는 컨템포러리 아트를 필자는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싶다.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작가들이 느끼고 경험하는 시대를 바라보는 시각을 예술의 형태로 표현하는 활동.’

 냉철하고 의식 있는 다양한 시각이 모여 그 시대의 시대정신을 이룬다. 시대정신을 또 다른 의미로 바라보면 한 세대가 갖는 시대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세대란 약 20~30년의 간격을 두고 있다. 쉽게 말하면 아버지와 아들 세대의 시간적 간극이라 볼 수 있다. 같은 시대에 대한 아버지의 시각이 있고, 자식이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최근 미술시장에서 새롭게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작가들의 나이를 보면 주로 40세 전후 작가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소속감보다는 개성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그들은 극히 개인적이고 다양하다. 그러한 개인적이고 다양함이 기존의 사회를 바라보는 고정화된 시각과는 다르게 독창적으로 표현된다. 시대가 변하고 새로운 시대정신에 맞는 작가가 부상하는 것은 세계미술시장에서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이러한 세계적인 시대의 흐름이 국내에서는 이제야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한국 현대미술은 오래되고 낡은 틀 속에서 오랜 시간 동안 방황을 해왔다. 오로지 지나간 미술만이 옳고 그들이 걸어온 길을 답습하며 새로운 시대에 맞는 시대정신을 표출하고자 하는 작가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저해하고 있다.

 그렇다고 지난 시대의 미술이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 시대가 요구하고 필요로 했던 작가들의 중요한 부분도 당연히 존중해야 한다. 그들이 써온 역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롭게 써 나아갈 역사의 가치와 가능성도 받아들이고 높이 평가해 줘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높이 평가해주기는커녕 오히려 과거의 틀 안에 가두어두려는 경향이 심하다. 이는 예술의 생명력인 창의성을 가로막는 뒤떨어진 사고방식이다. 지금까지 다져온 역사가 우리에게 중요하듯 앞으로 써 나아갈 역사에 대해서도 그 가치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컨템포러리 아트는 이렇게 우리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현재의 예술이자 미래의 예술이다. 하지만 관객에게 보이는 컨템포러리 아트는 너무 제한적이다. 과거의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작품들도 많다. 세계미술시장도 한국의 과거의 미술이 아닌 현재 생생하고 독특한 한국의 컨템포러리 아트에 대한 상당한 호기심들이 고조돼 가고 있다. 또 실질적인 움직임들이 여기저기서 보이는데 정작 그것을 더욱 가속화 시켜줘야 하는 국내 미술계는 오히려 퇴행시키는 행동을 하고 있다.

 독일의 컨템포러리 아트가 현재 세계미술시장에서 돋보이는 것도 과거 독일미술의 답습이 아니라 새로운 현대적인 독일미술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그 중간에 독일 통일은 중요한 계기가 됐다. 지난 20~30년 동안 한국은 엄청난 변혁의 세월을 겪어 왔다. 이러한 각계각층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혁의 움직임은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의 진정한 컨템포러리 아트의 무한한 가치와 가능성을 만들어 내는 원동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렇게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역동적인 변혁의 과정 속에서 나오는 젊은 작가들의 독창적인 작품들이 바로 지금의 진정한 한국 컨템포러리 아트의 모습이라 생각한다. 그 동안 한국의 컨템포러리 아트에는 컨템포러리가 없었다. 아니, 움직임을 외면하려고만 했다. 지금은 전 세계적인 흐름과 호흡을 같이하면서 한 국가만의 독특한 예술을 만들어 가는 것이 곧 세계 미술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다. 한 국가만의 고집이 아닌 세계와 공감하면서 스스로의 독특함을 지니는 것이 세계적이면서 한국적인 미술이 되는 길이 아닌가 싶다.

 <사진> 고등어 ‘마지막 숲2-당신의 기억은 너무나도 오래되었습니다’ 109.1×78.8㎝·2009

 UNC갤러리 대표 dmitri@uncgalle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