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의 맛칼럼]"장어,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기사등록 2010/04/12 14:26:21 최종수정 2017/01/11 11:39:10
【서울=뉴시스】박상권 기자 = 여름철 보양 음식으로 인기인 민물장어구이는 조리가 까다롭기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장어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무엇일까? 정답은 복사열이 강한 스토브로 기름을 충분히 제거한 후 애벌구이를 한 후 먹는 것이다.

 초보 주부가 남편의 보신을 위해 장어요리를 시도하다가 양념이 타들어가는 바람에 낭패를 본 사례도 적지 않다. 아, 아까운 장어….

 경기 고양시 일산 홀트복지관 앞 ‘장어 장가가는 날’이 장어에 대해 일반적인 상식을 일러준다.   

 ◇8개월짜리 장어, ‘식용에 안성맞춤’  

 뱀장어(민물장어)는 민물에서 5~12년간 살다가 태평양 한복판 심해에서 알을 낳고 죽는다.

 알에서 깬 새끼들은 그 어미가 살던 민물로 헤엄쳐 와 산다. 우리가 먹는 뱀장어는 민물에 살고 있을 때의 뱀장어이다. 대부분 양식인데, 어린 실뱀장어일 때 바다에서 잡아 민물에서 키운 것이다.

 0.2g 정도의 실뱀장어를 8개월간 키우면 250g에 이르고, 이를 우리가 먹는다.

 ◇애벌구이 후 숯불이 ‘제 맛’

 뱀장어는 기름이 많다. 이를 숯불에 구우면 기름이 숯불 위로 떨어져 연기를 피운다. 기름이 타는 연기가 뱀장어에 배는 것이다.

 이 연기가 훈연 향을 더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과다한 연기로 인해 장어의 맛을 상하게 한다. 이는 숯의 종류와 관계없다. 기름 타는 냄새를 피하기 위해서는 애벌구이를 잘해야 한다.

 복사열이 강한 스토브로 기름을 충분히 제거하는 애벌구이를 한 후 숯불에 구워 먹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장어를 태우는 것은 ‘금물’

 숯불은 한숨을 죽인 숯불이어야 한다. 벌겋게 살아 있는 숯불은 장어를 너무 익혀 살을 뻣뻣하게 만든다. 장어집에서 까맣게 장어를 태우고 있는 손님들을 볼 때면 나도 속이 까맣게 탄다.

 이 맛난 장어를 왜 그리 무신경하게 태워서 먹는지 알 수가 없다. 이를 말리지 않는 장어집 주인들에게도 큰 문제가 있다.

 장어집 주인들의 행태 중에 가장 나쁜 것은 생장어 그대로 내주면서 ‘셀프’로 구워 먹으라고 하는 경우이다.

 장어를 어떻게 구워야 하는지 잘 아는 손님은 없다. 장어구이를 ‘셀프’로 낸다는 것은 스시집에서 밥과 촛물, 해산물 따위를 주고 직접 스시를 쥐어 먹으라는 것과 같다.  

 ◇1kg, 2~3마리가 ‘최고’  

 장어는 클수록 살이 탄탄해 씹는 맛이 있고 작은 것은 살이 여리다. 너무 큰 것은 질길 수 있다.

 1kg에 2~3마리 짜리가 맛이 가장 좋다. 장어는 기름이 많아 소금만 뿌려 구우면 기름 향이 고기 맛을 지배하고, 장어의 진미를 못 느낄 수 있다. 애벌구이한 장어를 양념 발라 굽는 것이 장어 맛을 더 돋운다.(문의: 장어 장가가는 날 031-924-8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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