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지R vs 투싼ix'‥사촌끼리 '혈투'

기사등록 2010/04/01 17:18:10 최종수정 2017/01/11 11:35:44
【서울=뉴시스】정병준 기자 = 기아차의 2010년 신차 '스포티지R'이 지난해 8월 출시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는 현대차 '투싼ix'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대표하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간의 대결이자, 한 집안 두 형제가 자웅을 겨루는 형국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투산ix가 우세승.

 지난 달 23일 기아차는 과감한 변신과 진화의 과정을 거친 올해 첫 번째 신차 '스포티지R'을 출시하고 국내 SUV 시장 장악에 돌입했다.

 2004년 8월 출시된 2세대 스포티지 이후 6년여 만에 풀 모델 체인지를 단행한 스포티지R을 앞세워 기아차가 국내 SUV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 

 2세대 스포티지는 국내시장에서 총 20만7463대가 판매되며 소형 SUV 내수판매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린 바 있다. 광주 공장 양산차종 중 최초로 북미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신형 스포티지R은 지난 2월 18일 사전계약 실시 이후 30일까지 4132대가 계약됐다.

 스포티지R의 등장은 지난해 8월 출시돼 노후차 지원혜택까지 누리며 높은 판매고를 올린 투싼ix에게는 눈엣가시다. 스포티지R의 최대 경쟁차종 역시 사촌인 투싼ix다.

 내·외관 디자인은 각기 다른 노선을 타고 있지만, 자동차의 심장인 엔진 등 많은 부분이 동일하다. 같은 집안이니 당연한 일일 터.

 스포티지R과 투싼ix는 2000cc급 디젤R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40.0kg·m를 발휘한다.

 전장은 스포티지R이 4440mm로 투싼ix보다 30mm 길다. 전폭 역시 스포티지R이 1855mm로 투싼ix보다 35mm넓다. 반면 전고는 투싼ix가 1655mm로 스포티지R 보다 20mm가 더 높다. 휠베이스는 스포티지R과 투싼ix가 2640mm로 같다.

 외관 디자인이나 내장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만 엔진이나 차체 크기 등은 엇비슷하다. 다른 듯 닮은 스포티지R과 투싼ix이 국내 SUV 시장에서 라이벌 구도를 구축하게 되어 경쟁은 더욱 과열될 전망이다.

 지난 2004년 4월 출시된 현대차 투싼의 1세대 모델은 4개월가량 늦게 출시된 기아차 2세대 스포티지로 인해 2005년부터 2007년까지 판매가 뒤쳐졌던 적이 있다.

 2005년 2세대 스포티지는 5만7032여대, 투싼은 4만3778여대가 판매됐다. 2006년과 2007년에도 2세대 스포티지가 3만5867대, 3만2653대로 투싼 대비 각각 1000대와 2000대 가까이 더 판매됐다. 

 ◇차체·엔진·가격 '닮은꼴'··라이벌 구도 심화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듯 현대차는 지난달 31일 안전성과 상품성을 강화한 '2011년 투싼ix'를 출시했다. 과거의 패배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 '오묘한 시점'에 경쟁력을 끌어올린 2010년형을 내세운 셈이다.

 실제로 이번에 새로 나온 투싼ix는 차체자세제어장치(VDC)와 제동 및 조향 기능을 통합 제어, 차량의 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시켜주는 '샤시통합제어시스템'을 전 모델에 기본 적용했다. 투싼ix의 또 다른 강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기존 2.0 디젤 4WD X20 모델에서 선택사양이던 차체자세제어장치(VDC)도 기본사양으로 바꿔 전 모델에 기본 장착해 안전성과 주행성능을 크게 강화했다.

 아울러 변속기와 구동부품 사이에서 발생되는 동력손실을 최소화시켜 SUV 최고연비인 15.6㎞/ℓ(2.0 디젤 2WD/자동변속기 기준)을 달성해 스포티지R과 동등한 조건에 올라섰다.

 또한 연료 소모를 최소화하도록 엔진과 변속기, 에어컨 출력을 자동 제어하는 '액티브 에코 시스템'을 디젤 자동변속기 전 모델에 기본 채택해 실질 연비를 향상시켰다.

 이밖에 '운전석 통풍시트', '웰컴기능' 등은 모두 기존 투싼ix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기능들이다. 스포티지R에는 이 기능들이 이미 적용됐다.

 가격은 사양에 따라 다르지만, 2WD 최고급 모델과 4WD 최고급 모델은 스포티지R이 각각 29만 원 비싸다. 지난해 출시된 2010년형 투싼ix와 비교하면 스포티지R이 최대 100만 원 가량 비싸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차는 같은 그룹 소속이지만 쏘나타와 K5, 싼타페와 쏘렌토R 등 동급 차종간의 보이지 않는 경쟁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스포티지R이 나온 지 채 열흘도 되지 않아 현대차가 2011년형 투싼ix를 내놓은 것이 스포티지R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스포티지R의 판매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한응 기아차 국내마케팅팀 부장은 "2011년형 투싼ix는 출시 일정이 이미 잡혀 있었다"며 "투싼ix와 스포티지R은 서로 스타일이 달라 판매량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엔진·연비·최대출력 등 주요 제원에서 두 차종이 대부분 겹친다. 무엇보다 가격대가 동일 선상에서 형성돼 있다. 형제간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지만 '제 살 깎아먹는' 상황은 이미 시작됐다.

 jbj@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