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투자 고수하는 국민연금…선진국比 초라한 투자 성적

기사등록 2018/09/05 11:28:42
올해 상반기 수익률 0.90%…캐나다 6.6%, 미국 1.2% 비해 부진
포트폴리오 채권 비중 50%…글로벌 주요 연기금 중 가장 높아
"연기금, 장기 투자로 수익률 낼 수 있는 최적 환경 부여받아"

【서울=뉴시스】장서우 기자 = 국민연금의 올해 상반기 수익률이 미국, 캐나다 등 글로벌 선진국에 비해 크게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주식 투자 비중을 늘려가고 있지만 여전히 채권 등 안전자산 위주의 운용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 수익률 저조의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6개월 누적)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은 평균 0.90%로 지난해(7.26%)에 비해 크게 저조했다. 국내 주식 수익률이 지난해 26.31%에서 -5.32%로 급락했고 해외 주식 수익률 역시 4.54%로 지난해(10.68%)보다 부진했다.

5일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국내주식 20.8% ▲해외주식 18.2% ▲국내채권 46.6% ▲해외채권 3.8% ▲대체투자 10.6%로 구성돼 채권 위주의 운용 전략을 따르고 있다. 자산에서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총 50%로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31%), 캐나다공적연기금(CPPIB)(17%), 일본공적연기금(GPIF)(46%) 등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2010년 이후 국내주식 비중을 지속해서 늘려가는 추세라지만 여전히 보수적 투자전략을 유지해오고 있어 해외 연기금에 비해 저조한 수익성을 나타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글로벌 주요 연기금 중 거의 유일하게 채권 위주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김훈길 연구원은 "캘퍼스와 CPPIB는 전통적으로 위험자산에 무게중심을 둔 포트폴리오 운용을 해왔으며 이는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이들 연기금의 높은 수익성에 기여했다"며 "해당 기간 금리 하락으로 채권자산의 가치도 상승했지만 장기 호황을 보여 온 증시가 운용성과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전체 수익률이 6.6%에 달하는 CPPIB의 경우 자산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59.1%에 달한다. 지난해 수익률은 11.6%를 기록했으며 2010년 이후 평균 연간 수익률이 10%를 넘어선다. CPPIB는 주식 비중을 2011년 38.5%에서 지난해 57.1%로 크게 늘렸다. 반면 같은 기간 채권의 비중은 43.4%에서 24.4%로 반으로 줄었다.

상반기 1.2%의 수익률을 낸 캘퍼스도 마찬가지다. 캘퍼스 자산군에서 주식 비중은 48.6%, 채권 비중은 30.8%다. CPPIB에 비해 올해 수익성은 저조했으나 캘퍼스는 지난해 11.2%라는 높은 투자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캘퍼스의 경우 주식 비중이 2011년 52.3%에서 지난해 48.6%로 소폭 줄었지만 그렇다고 채권 비중이 크게 늘어나지도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CPPIB와 캘퍼스의 자산운용의 주식 위주 운용전략은 수년 전과 비교해볼 때 최근까지도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는 중"이라며 "CPPIB의 경우 미국 금리 인상이 시작된 지난해부터 가치 하락이 예상되는 채권 비중을 줄이고 주식 비중을 급격히 늘리는 전략을 택했는데 결과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2010년대 들어 주식 비중이 높은 서구권 연기금의 수익성은 국민연금을 포함한 GPIF 등 아시아권 연기금에 비해 일관되게 높았다. 2011년 이후 CPPIB의 연평균 수익률은 11.19%, 캘퍼스는 9.66%다. 반면 국민연금은 5.05%, GPIF의 경우 6.05%에 각각 그쳤다. 위험자산의 비중이 높은 만큼 시장 변동에 따른 수익성의 등락 폭은 컸으나 유럽재정위기, 중국 경기 우려 등 타격으로 열세를 보인 후에는 반드시 높은 성과를 회복했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자산가격이 높은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결국 펀더멘탈을 중심으로 평균 회귀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글로벌 경기가 확장되는 국면에서 증시 하락이 지속될 가능성은 작다"며 "미국 달러가 아닌 자국 통화를 사용하는 연기금의 경우 글로벌 증시 약세가 대체로 달러 강세를 동반한다는 점에서 해외 자산이 의외로 리스크 헤지 효과를 내재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국민연금과 GPIF의 수익성이 저조한 기저엔 수익성보단 운용의 안정성을 강조하는 보수적 투자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기금은 가입자의 노후복지와 관련된 책임을 부여받고 있다는 점에서 자산가치 보존에 대한 의무감도 작지 않다.

국민연금은 2010년대 들어 주식 비중을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으나 여전히 채권 위주의 운용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은 2011년 17.0%에 지난해 말 21.2%로 늘었고 해외주식의 경우 같은 기간 6.2%에서 17.5%로 더욱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에 지난해 국민연금 수익률(7.26%)은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011년 국내·해외 채권 비중이 80%에 육박했던 GPIF 역시 아베 총리 집권 이후 꾸준히 주식 비중을 늘려 현재는 58%에 이르는 상황이다.

같은 기간 채권의 비중이 국내·국외 합산 72.7%에서 52.5%로 줄었다지만 여전히 상당한 수치다. 5년 이후를 상정하는 중기자산배분계획에서도 채권은 주식과 같은 45%를 배정받고 있다.

김 연구원은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 전략을 계획할 수 있는 연기금이 패시브 전략으로 증시 투자 비중을 늘린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제안했다. 그는 "연기금은 위험자산의 높은 기대수익률을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환경을 부여받은 투자자"라며 "글로벌 경제가 추세적으로 위축되지 않는 한 투자자는 대부분 무위험 수익률 이상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여러 형태의 리스크 이벤트들이 발생해도 장기적으로는 손실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uwu@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