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품은 구자욱 "정상에 목 말라 있었다…우승 주장 돼서 기뻐"[삼성 KS 우승]

기사등록 2026/11/08 19:31:42

2년 전 부상으로 벤치에서 우승 바라봐…"마음 안 좋고 힘들었다"

좌익수 맡아준 최형우 향해 "형 덕분에 우승, 수비 인상적이었다"

[대구=뉴시스] 이영환 기자 = 8일 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 12-1로 승리를 거둬 우승을 차지한 삼성 구자욱이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2026.11.08. 20hwan@newsis.com
[대구=뉴시스]김희준 문채현 기자 =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우승을 이끌고 가장 빛나는 별로 우뚝 선 구자욱이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정말 우승에 목 말라 있었다. 우승 주장이 돼 너무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구자욱은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벌어진 2026 신한 쏠 KBO 포스트시즌(PS) KS 5차전에서 삼성이 KT 위즈에 12-1로 승리해 우승을 확정한 뒤 "너무 긴 시간 우승하지 못해 팬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컸다. 팬 분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삼성은 이날 승리하면서 정규리그 우승 팀인 KT를 4승 1패로 따돌리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는 허벅지 부상을 안고서도 20타수 10안타(타율 0.500), 1홈런 6타점 5득점으로 맹타를 휘두른 구자욱에게 돌아갔다. 기자단 투표에서 97표 중 72표(득표율 74.2%)를 획득해 19표를 받은 박승규를 제치고 MVP에 선정됐다.

생애 첫 KS 우승 반지를 자신의 손으로 일군 셈이다.

2012년 삼성에 입단해 한 팀에서만 뛴 구자욱은 삼성이 2011~2014년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하며 왕조를 건설했을 때 함께 하지 못했다. 그는 2012년 12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상무에서 뛰었다.

제대 이후 삼성의 2015년 KS를 함께 했지만, 당시 삼성이 두산 베어스에 밀려 준우승하면서 우승 반지를 품지 못했다.

삼성이 2015년 이후 암흑기를 보냈을 때 구자욱은 삼성의 주축 타자로 거듭났다.

삼성이 암흑기에서 벗어나 9년 만에 KS에 오른 2024년은 구자욱에게 아픔으로 남았다.

[대구=뉴시스] 이영환 기자 = 8일 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 12-1로 승리를 거둬 우승을 차지한 삼성 구자욱이 MVP 수상 후 기뻐하고 있다. 2026.11.08. 20hwan@newsis.com
당시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2차전에서 도루를 하다 왼쪽 무릎을 다친 구자욱은 KS에서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고, 벤치에서 팀이 KIA 타이거즈에 1승 4패로 밀려 준우승 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구자욱은 "2012년 입단해 상무에 다녀왔고, 2015년에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았다. 당시 우리 팀이 당연히 1등하는 팀이고, 당연히 우승할 줄 알았다. 당연한 우승은 없는데도 그랬다"며 "이후 삼성이 하위권에 머물면서 정말 힘들고 속상했다. 열심히 뛰는데 우승 근처도 못가면 마음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고 돌아봤다.

11년 전, 2년 전을 떠올린 구자욱은 "2015년에 막내로 KS를 치렀고, 2024년에는 부상 때문에 경기에 나가지 못했다. 당시 마음이 너무 좋지 않았고, 힘들었다"며 "우승에 목 말라 있었다"고 전했다.

구자욱은 "올해 주장으로서 책임감이 무척 컸는데, 우승 주장이 돼서 너무 좋다. 10여년 동안 그런 시간을 걷고 우승하니 감격스럽다"며 남다른 소회를 드러냈다.

MVP를 수상해서 얼떨떨하다는 구자욱은 "나의 마음 속에 MVP는 이승민과 박승규, 원태인, 크리스 페덱, 아리엘 후라도, (강)민호 형, (최)형우 형 등 너무 많다. 삼성의 모든 선수가 MVP라고 생각한다"며 "박승규가 2번 타자로 나서면서 부담을 많이 덜어줬다. 나보다 승규가 더 미쳤는데 내가 MVP를 받았다. 승규가 결혼도 하는데 미안하기도 하다"고 밝혔다.

구자욱은 이번 가을야구 무대에서 투혼을 선보였다. 9월 30일 대구 한화 이글스전에서 왼쪽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을 다친 구자욱은 기적적으로 PS 엔트리에 합류했으나 정상적으로 뛸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PO 5경기에서는 타율 0.150으로 타격이 주춤한 모습을 보였던 구자욱은 KS에서는 올 시즌 타격왕 다운 모습을 되찾았다. 무엇보다 정상적이지 않은 다리를 이끌고도 전력 질주를 펼치며 선수단에 투지를 불어넣었다.

구자욱은 "2주 진단이 나왔는데 믿지 않았다. 무조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픈데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이 들었다기보다 간절했다"며 "이상하게 빨리 호전돼서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트레이너가 물심양면으로 치료해주신 덕분에 경기를 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고마움을 내비쳤다.

[대구=뉴시스] 이영환 기자 = 8일 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 12-1로 승리를 거둬 우승을 차지한 삼성 구자욱이 MVP에 선정되자 기뻐하고 있다. 2026.11.08. 20hwan@newsis.com
자신이 부상으로 수비를 소화하지 못한 탓에 PS에서 내내 좌익수 수비를 소화한 최형우에게도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구자욱은 "(최)형우 형은 꼭 말해야 한다. 형우 형이 있어서 우승할 수 있었다"며 "형이 온 뒤 우리가 보고, 배우고, 느낀 점이 정말 많다. 나중에 어떤 선수가 되고 싶냐고 물으면 최형우라고 답할 것"이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는 "정말 베테랑 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55세까지 야구하실 수 있을 것 같다. 연장 계약을 추진해야 한다"며 "형 너무 사랑하고 고생 많았다. 수비도 인상적이었다"고 박수를 보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구자욱은 "에이전트가 없어 혼자 협상해야 한다. 우승만 하면 된다고 하셨으니 기다려보겠다"고 했다.

해외 진출에 대한 생각을 묻는 말에 "보고 계신 해외 에이전트가 계시다면 연락 달라. 나도 미국 메이저리그에 꿈이 있다"며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 진심이다"고 농담을 섞어 말했다.

젊은 선수들이 즐비한 삼성이 이제 왕조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구자욱은 "왕조는 정말 힘들다. 앞으로 험난한 길이 있을텐데 우리 선수들은 이겨낼 능력이 있다"며 "충분히 왕조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방심해서는 안된다. 우승 기분을 하루만 느끼고 또 내년을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inxijun@newsis.com, dal@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