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청 내부 "검사들 서로 수사하는 황당한 결과"
파견 기피 분위기…"좌천성 인사 가능성도"
법조계 "사법부에 '공소기각·무죄' 압박하는 꼴"
[서울=뉴시스]권지원 박선정 오정우 이승주 기자 = '조작기소 특검법'이 여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결국 통과하면서 공소청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대통령이 자신의 사건 수사 과정을 들여다볼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구조에 대한 중립성 비판과 함께 '검사가 검사를 수사하는' 상황에 대한 거부감도 터져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소청 검사들은 내부망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조작기소특검법 추진에 대한 공개적인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동료들의 수사를 다시 파헤쳐야 하는 데다 정치적 목적이 있는 특검이라는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만큼, 특검 파견을 꺼리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장진영 광주지방공소청 순청지청 부장검사는 이날 공소청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리고 "조작기소 특검법은 끊임없는 또 다른 조작기소 특검의 무한 반복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수사와 기소에 관여한 검사들이 서로를 끊임없이 수사하게 되는 법치국가에서 상상할 수 없는 황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부디 삼권분립이라는 헌법의 근본 가치를 지키기 위해 멈추길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공봉숙 서울광역공소청 검사도 댓글에서 동료 검사들을 향해 "이번 특검은 무조건 피하길 바란다"고 적었다. 앞서 공 검사는 지난 3일 자신의 SNS에 "대통령 본인의 형사사건을 재수사하는 특검을 여당 주도로 만들고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는 것은 권력의 사유화이자 명백한 이해충돌"이라고 비판했다.
특검법상 파견검사 정원은 20명인데, 현직 검사들은 과거 수사팀을 수사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선뜻 자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재경지검 부장검사는 파견 지원 의사를 묻자 "누가 희망하겠냐"며 "손들고 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 출신 한 전직 검사도 "검사나 중수청 수사관들 모두 웬만하면 안 가려고 할 것 같다"며 "검사들은 거기 갔다가 나중에 정권이 바뀌면 부화뇌동했다는 비판을 받고, 결국 좌천성 인사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특검법이 법원의 재판 독립성을 정면으로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법부 내부에서도 특정 재판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금기시되는데, 특검 수사로 법원에서 다투고 있는 사건의 결론을 미리 정해버리는 것 자체가 재판의 독립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원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진행 중인 재판과 관련해 특검이 '조작 기소'라며 수사 검사를 기소한다면, 사법부를 향해 무죄나 공소기각을 선고하라고 외부에서 압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말도 안 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검법에 규정된 '6·3·3 재판 기간' 원칙으로 법원이 신속 처리 부담을 떠안게 되면서 일반 사건 재판의 심리가 뒤로 밀리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특검법은 특별검사가 기소한 사건의 재판을 다른 사건에 우선해 신속히 진행하고 1심은 공소제기일부터 6개월, 2·3심은 전심 선고일부터 각각 3개월 이내에 판결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종결 표결을 거쳐 '윤석열 정권 검찰청, 국가정보원, 감사원 등 국가기관의 조작수사·조작기소 등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조작기소 특검법안)을 통과시켰다.
특검의 수사 대상에는 ▲대장동·위례신도시·백현동 개발 관련 배임 ▲대장동·백현동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김진성 씨 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성남FC 후원금 관련 제3자 뇌물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현 대통령 관련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기소가 포함됐다.
이재명 대통령 사건과 함께 문재인 전 정부 당시 제기된 ▲통계 조작 의혹 ▲서해 공무원 피격 및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 ▲문 전 대통령 전 사위 특혜 채용 관련 뇌물수수 의혹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관련 군사기밀 유출 의혹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등도 수사 대상에 명시됐다.
특검팀은 특별검사보 8명, 파견검사 20명, 파견공무원 210명 등 총 309명 규모로 구성된다. 특검팀은 준비 기간 20일과 기본 수사 90일에 더해 최대 세 차례(각 30일) 기간을 연장할 수 있어, 최장 200일 동안 수사를 이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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