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안 썼으니 괜찮다?"…지역·직업만 밝혀도 명예훼손 될 수 있다

기사등록 2026/11/07 08:10:00

초성·전후 정황 종합해 독자가 대상 알아챘다면 '특정성' 성립

변호사 "과거 공개 정보 활용했어도 허위·비방글 면책 안 돼"

[서울=뉴시스] 김래성 변호사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의 특정성 판단 기준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변호사의 로우킥' 캡처)


[서울=뉴시스]전민영 인턴 기자 =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상대방의 실명을 쓰지 않고 지역과 직업 등 일부 정보만 공개했더라도, 글을 읽은 사람들이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아볼 수 있다면 명예훼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설명이 나왔다.

최근 유튜브 채널 '매일 법률사무소 변호사의 로우킥'에는 김래성 변호사가 출연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의 특정성 판단 기준을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다툰 상대방의 과거 게시글을 찾아본 뒤, 공개된 근무 지역과 직업을 이용해 비난 글을 작성하는 가상 사례를 소개했다.

사례 속 작성자는 상대방이 특정 지역 헬스장에서 PT팀장으로 일한다는 홍보 글을 발견한 뒤, 이름과 상호를 가리고 '이 사람 회원들한테 PT비 받고 수업도 안 해주고 돈 떼먹었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다른 회원들은 "전에 여기서 홍보글을 올렸던 그 팀장 아니냐", "그 헬스장 다니는데 누구 얘긴지 알겠다"고 반응했다.

김 변호사는 "글이 누구에 관한 이야기인지 알아볼 수 있었는지가 중요하다"며 "동네와 역, PT팀장이라는 직책에 앞서 다툰 댓글과 홍보 글까지 연결된다면 이름 없이도 특정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름을 초성으로 바꿔도 마찬가지다. 그는 "초성과 함께 어떤 정보가 붙었고 어떤 상황에서 쓰였는지가 중요하다"며 "이름을 몇 글자 가렸는지로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상대방이 과거에 직접 공개한 정보를 활용했다고 해서 문제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김 변호사는 "누군가 자신이 일하는 헬스장을 홍보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그 정보를 이용해 허위 사실이나 모욕적인 표현을 게시해도 괜찮은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자신을 가리킨 글이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곧바로 명예훼손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김 변호사는 특정성 판단을 위해 세 가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글에 담긴 초성·지역·직업·직책 등이 얼마나 구체적인지, 해당 정보가 이전 게시글이나 댓글 등 전후 상황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독자들이 기존에 알고 있던 사정을 바탕으로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아볼 수 있었는지 등이다.

김 변호사는 "특정성은 구성 요건 중 하나이고 실제로 어떤 말을 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며 "상대방이 특정될 수 있다는 것과 최종적으로 명예훼손이 성립한다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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