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덕 의원 "디지털자산기본법 먼저 제정해야…과세 준비 위한 유예 필요"
해외 이동 가상자산 700조원 추산…국내 시장 경쟁력 강화·과세제도 개선 요구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서두르고 내년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제도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당 주최 토론회에서 나왔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시대 국내 가상자산 시장 경쟁력 긴급점검 및 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 수요의 해외 이동 문제를 짚고, 과세제도 개선과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필요성을 논의했다.
이번 토론회는 이광재·민병덕·박민규·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디지털자산정책포럼이 공동 주최했다.
◆"해외로 빠져나간 가상자산 700조원"…국내 시장 경쟁력 강화 필요
김규진 타이거리서치 대표는 '해외로 향한 700조, 한국이 놓친 디지털자산 시장'을 주제로 발표하며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적 제약이 해외 거래소 이용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타이거리서치는 체이널리시스와 공동으로 국내외 약 500만건의 거래소 연관 주소와 약 12만개의 한국 사용자 추정 지갑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지난 2021년부터 올해까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해외로 이동한 가상자산 규모는 약 700조원으로 추산됐다.
보고서는 이를 국내 투자 수요가 줄어든 결과가 아니라 국내 시장에서 충족되지 못한 수요가 해외로 이동한 것으로 해석했다. 특히 지난해 한 해에만 약 168조원 규모의 가상자산이 해외로 이동했으며, 국내 투자자가 해외 거래소에 지급한 거래 수수료도 약 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김 대표는 국내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허용하고 활용처를 확대하면 해외로 빠져나가는 거래 수요와 수수료 수익을 국내로 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국내 법인의 가상자산 활용처가 늘어나면 해외로 유출되는 약 5조원의 수수료 수익을 국내로 환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는 국내 가상자산 생태계의 이익과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파생상품에 대해서도 투자자 보호와 시장 경쟁력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국회와 정부 입장에서 투자자 보호가 중요한 것은 당연하지만, 위험성이 높은 상품을 국내에서 제한하더라도 온체인 시장에서의 거래까지 현실적으로 막기는 어렵다"며 "국내 사업자들이 안전하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성희 가톨릭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디지털자산 과세제도의 주요 쟁점과 정책적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며 현행 과세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가상자산 소득 과세는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얻은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며, 연간 이익 중 기본공제액 25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정부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에 따라 가상자산 투자 소득에도 과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반면 업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과세 인프라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도를 시행할 경우 국내외 거래 간 과세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추가 유예를 요구하고 있다.
안 교수는 과세최저한인 250만원을 상향하고, 해외로 이동하는 투자 수요를 국내 거래소로 유인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국내 거래소 이용 비중에 따라 세액공제나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국내 거래소 거래 비중에 따라 세액공제 또는 낮은 세율을 적용하면 자금의 해외 이탈을 방지하고 국내 거래를 늘려 세원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상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에 참여하지 않는 국가에서의 거래와 탈중앙화거래소, 개인 간 거래 등에는 과세 사각지대가 남아 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홈택스와 같은 신고·납부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본법도 없는데 과세부터"…디지털자산기본법 조속한 제정 촉구
이어진 토론에서는 국회에서 논의가 지연되고 있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규율 등 기존 법체계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한 영역을 제도권에 편입하기 위한 법안이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해부터 관련 입법 논의를 이어왔지만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는 관련 법안 10여건이 발의됐고 수차례 토론회도 열렸지만 법안 처리는 지연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함께 한 민병덕·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디지털자산기본법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민 의원은 "기본법도 만들지 않은 상태에서 과세를 하겠다는 것은 염치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먼저 만들고, 과세를 위해 무엇을 언제까지 준비해야 하는지 기한을 정해 준비 기간을 부여하는 차원에서 유예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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