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장 국무위원 아냐…배석 의무 없다"
"배석 안 하면 탄핵 사유 주장…논리적 비약"
"수사 수장 부하처럼 대하면 어떤 인상 받겠나"
[서울=뉴시스] 장한지 오정우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중대범죄수사청장의 국무회의 배석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수사기관장을 국무회의에 부르지 않는 것이 오히려 '탄핵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세우면서 법조계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이 대통령이 임명 다음날인 지난 20일 김지용 중수청장을 국무회의에 부르면서 시작됐다.
이날 이 대통령은 김 청장을 호명하고 "네 편 내 편 가리지 말라"며 "일체 성역 없이 수사력을 총동원해서 엄단함으로써 중수청의 존재 의미 필요성을 국민께 증명해달라"고 언급했다.
김 청장은 "중수청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검찰개혁을 완수하고 국민 권익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법조계에서는 수사의 정치화를 청산하겠다는 각오로 출범한 중수청이 초기부터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이 대통령은 중수청장의 국무회의 배석 필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대화형 AI인 제미나이에게 질문해 얻은 답변을 공개했는데 논란을 키웠다.
이 대통령이 지난 21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공개한 제미나이 답변은 "정부조직법 제11조를 부정하는 것으로, 공소청장·중수청장의 국무회의 배석 불가론은 위헌적 억지"라는 내용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이 대통령은 지난 22일에는 "중수청에 대한 지휘·감독을 포기하는 것은 헌법과 정부조직법 위반으로 탄핵 사유이자 직무유기로 형사처벌을 받을 범죄"라고도 했다.
행정부 수반으로서 전체 행정관서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행사하기 위해 중수청장의 배석이 당연하며 이를 가로막거나 이행하지 않는 것은 헌법 위반이자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헌법학자들은 중수청장 등 수사기관장의 국무회의 배석이나 불참을 두고 '탄핵'까지 언급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국무회의는 헌법상 구성원인 국무위원(장관 등)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구이며, 비구성원의 배석은 의장의 판단에 따른 재량일 뿐 의무 사항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한 헌법학 교수는 "법률적으로 봤을 때 된다 안 된다, 잘라 말하기 곤란한 영역이지만 법적인 것보다 그렇게 운영하는 게 적절하느냐의 문제"라며 "대통령이 행정적인 지휘권을 가지고 출석하라고 할 수는 있지만 반드시 출석하라고 얘기하는 것은 안 맞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탄핵 주장에 대해 "특별한 사정도 없고 특별히 국민에게 알릴 것도 없는데 정기적으로 배석해서 할 필요가 있는가"라며 "중수청장을 배석시켰다고 탄핵 사유가 되는 것도 아니고 배석을 안 시킨다고 탄핵 사유가 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국무회의 배석 문제는 헌법적·법률적 강제 사항이나 탄핵의 대상이 아닌, 행정 운영의 효율성과 수사기관의 중립성을 고려해야 할 영역이라고 제언한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탄핵 사유 주장과 관련해 "논리적 비약이 크다. 사실 중수청장이나 수사기관의 장은 국무회의에 참석할 의무가 없다. 국무위원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국무회의라고 하는 것은 국가 행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인데, 온갖 청장들 다 불러서 진행하는 건 낭비"라고 말했다.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 측면에서도 차 교수는 "수사기관의 수장들을 불러 메모하는 그런 장면들을 국민들한테 보여주고 부하처럼 대하면 어떤 인상을 주겠느냐"며 "수사기관의 장들이 대통령의 하명을 받아서 업무를 수행한다, 이런 게 머리에 박히게 되고 정권에 입 맞춰 수사하고 공소유지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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