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29년 착공", 마사회는 "16년 걸려"
마사회 "정부 지원 없으면 이사진 배임 우려"
송미령 "지원 방안 초안"…마사회는 정부 보장 요구
[세종=뉴시스]임소현 기자 = 정부가 경기 과천 경마공원을 옮기고 그 자리에 주택을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경마공원을 어디로, 누구 돈으로 옮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가 내건 주택 착공 목표는 2029년 12월인데, 마사회는 통상적인 절차를 밟으면 이전에만 16년 가까이 걸린다고 본다.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약 2조4000억원으로 거론된 이전 비용, 정부 지원 없이 돈을 댈 경우 마사회 이사진이 질 수 있는 법적 책임, 정부 일정이 현실적인지까지 쟁점이 됐다. 옮기자는 동의 뿐, 돈과 시간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24일 관계당국과 국회에 따르면 정부는 과천 경마공원과 인근 국군방첩사령부 부지를 통합 개발해 주택 98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경마공원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확보한 부지를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구상이다.
경마공원 이전은 새 땅을 구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경주로와 마구간, 훈련시설을 새로 지어야 하고, 경주마와 종사자들도 옮겨야 한다. 공사 기간에 경마를 어떻게 계속 열지도 함께 풀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경기도 안에서 이전할 곳을 찾고 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9월 기자간담회에서 마사회 이사회를 거쳐 이전지 공모 기준과 절차를 정하겠다고 했다. 비용은 이전 지역이 정해져야 구체적으로 뽑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마사회 본사를 지방으로 옮기는 문제는 이와 별개로, 주택 공급을 위해 논의하는 건 경마공원 이전이라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공모 조건을 정하는 첫 단계부터 돈 문제에 걸려 있다는 점이다. 우희종 마사회장은 지난 1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에서 정부 지원 방침이 확정되지 않아 공모 조건을 마무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비용 부담은 이사회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당시 국감에서는 약 2조4000억원의 이전 비용이 거론됐다. 우 회장은 정부 지원 없이 비용을 부담할 경우 이사진에게 업무상 배임과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는 법률의견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우 회장은 “정부에 확실한 부분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전 자체에는 찬성하면서도 재정 부담과 법적 책임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2일 농식품부 종합국감에서는 정부 지원 대책이 어디까지 마련됐는지가 쟁점이 됐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이전 비용과 소요 기간, 정부 지원 및 경마 운영 대책을 묻자 송 장관은 "지금 정리하고 있다"며 "초안은 나와 있다"고 밝혔다.
송 장관은 "마사회와 농식품부가 지원 협의체를 구성해 이야기하고 있다"며 "우리 부처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다른 부처와 더 협의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원 방안을 구체화하려면 관계부처 간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농식품부와 마사회가 주고받은 공문을 제시하며 협의 과정도 문제 삼았다. 농식품부가 이전 이행계획 제출을 요구한 반면 마사회는 사전 협의 없는 정부의 일정 발표에 유감을 표하는 공문을 보냈다는 지적이다. 송 장관은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전지 공모와 이사회 개최 시점을 둘러싼 기존 답변의 정확성에 대한 공방도 벌어졌다. 정부 설명과 실제 절차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지적에 송 장관은 "보고를 받은 걸 받았다고 한 것"이라고 답했다. 관련 안건이 이사회에 상정됐다고 설명한 것 아니냐는 질의에는 "안건에 올라갔다고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돈만큼 시간도 문제다. 2029년 12월 주택 착공 목표를 맞추려면 새 경마공원을 짓고 옮기는 일정이 그 안에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우 회장은 16일 국감에서 "일반적인 과정을 따른다면 16년 가까이 걸린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외부 용역으로 확정한 사업 기간이 아니라 여러 부처와 관련된 변수를 고려한 내부 검토자료라고 설명했다.
2029년 12월 주택 착공 목표와 관련해서는 "저희는 이전 자체에 찬성하는 것이지, 그 기간은 저희가 판단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전 방향에 동의하는 것과 정부가 제시한 일정에 맞춰 사업을 완료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취지다.
향후 관건은 협의 중인 지원 방안을 실제 공모 조건과 실행 일정으로 구체화하는 것이다. 이전 비용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지, 시설 조성과 경주마 이동에 필요한 기간을 어떻게 확보할지, 그 과정에서 경마 운영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정리돼야 주택 공급 계획의 실현 가능성도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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