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부터 세 차례 걸쳐 '대남 확성기 재개' 위협…국경선 현장 시찰도
우리 군 대응 위축시켜 국경선 요새화 작업 방해 요인 최소화 의도
공사 완료 시 '국경 지역 위험성 해소' 언급도…전문가 "군인 달래기"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연일 대남 확성기방송 재개 가능성을 거론하며 공세를 이어가는 것은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추진 중인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고, 공사에 동원된 군인들을 결속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부장은 19일 담화에서 남부국경선 부근에 전술적 타격수단을 증강 배치하고 대(對)한국 확성기방송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 매설지뢰가 폭발 사고 이후 북한군의 MDL 월선에 대한 한국군의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이 강화됐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21일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제외하면 군 서열 1위인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겸 국방성 고문인 박정천과 함께 이례적으로 국경선 공사현장 주요 지점을 시찰했다. 또 담화를 통해 이달 중 대남 확성기들이 전 국경선에서 '가동상태'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가동상태'가 실제 방송 재개를 뜻하는지, 언제든 방송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친다는 의미인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아울러 이날 김병주 청와대 국방정책특별보좌관(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북 사과 촉구에 대한 '경고' 발언을 통해 "대한국 확성기들도 수일 안으로 대기상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장은 세 차례에 걸친 메시지에서 일관되게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정당한 주권수호 행위로 규정했다.
북한은 MDL 일대에 지뢰지대를 조성하고 대전차 방벽·철책을 설치하는 등 남북 간 물리적 단절을 강화하고 있다.
유엔군사령부(유엔사)가 한국군과의 합동 현장조사를 통해 MDL 이남에 매설된 북한 대인지뢰 1발을 확인하고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밝혔지만, 북한은 개의치 않고 있다.
오히려 요새화 작업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임을 부각하면서 한국군이 교전수칙에 따라 실시하는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도발'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김 부장은 북측의 "높은 자제력"을 운운하면서 "적의 경고사격 도발이 경고성을 넘어 실제적인 우리의 영토안전, 장병들의 신변안전에 위해를 끼치는 결과를 낳게 된다면"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박정천 고문 역시 "적이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에 이어 앞으로 우리 군인들을 향해 실제 안전을 위협하는 도발을 해올 때에는 즉시 반격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실제 무력 충돌을 촉발할 수 있는 대응에는 일정한 조건을 설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 군의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위축시켜 공사에 대한 방해 요인을 최소화하면서, 국경선 요새화를 완수하려는 노림수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고사격에 경고사격으로 맞대응하지 않는 '자제'를 강조하고 있다"며 "경고사격 이상의 행동 시 대응이라는 '문턱'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은 아닌 확성기방송을 여러 차례 거론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정부가 대북 확성기방송으로 인한 접경지역 주민 피해를 우려해온 점을 겨냥해, 선제적으로 대남방송을 압박 카드로 내세워 한국 측 부담을 키우려는 계산이 깔렸을 수 있다.
공사에 동원된 군인들의 동요를 막고 사기를 진작하려는 의도도 감지된다.
김 부장은 전날 담화에서 "곧 평안하고 위대한 역사가 시작될 것"이라며 "국경이 영구화되면 이 지역에서의 군사적 충돌 위험성은 의심할 바 없이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장과 박 고문의 현지 시찰에 당의 사상·선전 업무를 총괄하는 리일환 당 선전선동부장이 동행한 점도 주목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군 내부에 '이것은 국가수반(김 위원장)의 지시'라는 정신무장, 결속을 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군인들을 달래는 모습"이라며 "(김 부장의 담화 및 경고가) 노동신문에 실리지 않은 것은 군인들과 군인 가족들의 위기 동요 확산을 방지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달리 노동신문은 북한 일반 주민들이 보는 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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