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에 운까지 따랐다"…김정호 교수가 분석한 K반도체 성장 비결

기사등록 2026/10/24 00:00:00
[서울=뉴시스] 김정호 교수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 배경과 시장 동향에 대해 진단하고 있다. (사진 출처=유튜브 채널 '어썸코리아 Awesome Korea' 캡처)

[서울=뉴시스]허준희 인턴 기자 =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한국 반도체 산업이 호황을 맞은 가운데, 지금의 성과에는 기업의 기술력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시장 변화와 투자 결정이 맞물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21일 구독자 130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어썸코리아'에 출연한 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 배경을 설명하며 "한국이 해냈다기보다 횡재가 몰려온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에 집중하려 했던 점을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기대와 달리 시장 점유율은 하락했다. 반면 기존 주력 분야였던 D램은 AI 산업의 성장과 맞물려 예상 밖의 호황을 누리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D램이 대박이 난 것"이라며 "이제 D램의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해 투자 방향을 바꿨는데, 오히려 그 과정에서 기회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투자도 주요 사례로 꼽았다. 김 교수는 SK하이닉스가 과거 경영난을 겪던 시기에도 HBM 개발을 이어간 점에 주목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와 효율을 높인 메모리로, 대규모 연산이 필요한 AI 반도체에 활용된다.

당초 HBM은 게임용 컴퓨터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챗GPT의 등장으로 AI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AI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에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해졌고, GPU의 연산 속도를 뒷받침할 고성능 메모리 수요도 급증했다.

김 교수는 "아무도 챗GPT가 이렇게 성공할 줄 몰랐다"며 AI 열풍 역시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GPU는 빠르게 돌아가는데 메모리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HBM이 이러한 병목 현상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한국 배터리 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는 대량 생산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지만, 로봇 등 피지컬 AI 분야에서는 다른 경쟁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람과 비슷한 크기의 로봇은 배터리를 탑재할 공간이 제한적이어서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배터리가 중요하다. 김 교수는 "피지컬 AI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작아야 하기 때문에 품질이 높아야 한다"며 "그래서 한국 배터리가 더 유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교수는 고체 배터리에 주목했다. 기존 액체 전해질 배터리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고체 배터리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로 꼽힌다. 그는 한국과 일본이 고체 배터리 상용화 경쟁에서 유력한 후보라며 한국 기업들의 관련 기술 개발에도 주목했다.
[서울=뉴시스] 김정호 교수가 AI 혁명 이후 주목받을 차세대 산업 전망과 기술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출처=유튜브 채널 '어썸코리아 Awesome Korea' 캡처)

김 교수는 반도체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산업으로 방위산업과 AI를 꼽았다. 특히 AI와 드론을 결합해 국방 효율성을 높이는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차기 방위산업을 고려한다면 드론이나 AI라고 생각한다"며 "기존 AI를 써서 한국을 충분히 지키는 산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 시대에 맞춰 교육 체계를 바꾸는 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AI를 제대로 써서 AI 주인이 되는 사람들을 만드는 그런 교육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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