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독제도 AI가 만든다…클로드, 64시간 동안 단백질 31만개 설계

기사등록 2026/10/24 06:00:00 최종수정 2026/10/24 07:28:24

AI 활용한 전갈 신경독 대응 단백질 설계 연구 공개

64시간 동안 단백질 31만여개 설계…17개 결합 확인

AI가 연구자료 분석부터 후보물질 선별까지 수행

오픈AI, 신약 개발 AI 스타트업 인수…빅테크 경쟁 확대

[서울=뉴시스] 앤트로픽이 20일(현지시간) 공개한 인공지능(AI) 기반 전갈 독 해독제 후보 연구 관련 사진. 앤트로픽은 AI 모델 '클로드'를 활용해 전갈 신경독에 결합하는 단백질을 설계했다. (사진=앤트로픽 블로그)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주영 기자 = 인공지능(AI)이 해독제 개발에 한 걸음 다가섰다. 앤트로픽의 AI 모델 '클로드'가 약 64시간 동안 31만개 이상의 단백질 후보를 설계한 데 이어 이 중 일부가 실제 전갈 신경독에 결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독성을 없애는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지만 AI가 신약 개발의 초기 연구를 수행할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지난 20일(현지 시간) 앤트로픽은 클로드 사이언스의 내부 연구 모델을 활용해 전갈 신경독에 결합하는 단백질을 설계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금융투자 리서치 업체 시트리니 리서치와 협력해 진행했다. AI가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서 얼마나 자율적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64시간 동안 단백질 31만개 설계…211개 실험해 17개 결합 확인

전갈 독에는 사람의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독성 단백질이 포함돼 있다. 일부 신경독은 신경세포의 신호 전달을 방해해 심각한 경우 심장 기능 이상이나 폐에 체액이 쌓이는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기존 전갈 독 해독제는 주로 말 등 동물에 독소를 투여해 생성된 항체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제작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높아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는 공급이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이번 연구에서 클로드는 전갈 독에 달라붙는 작은 단백질인 '미니바인더'를 설계했다. 미니바인더가 독소의 작용을 차단할 수 있다면 향후 해독제 개발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연구 대상은 전갈 4종에서 발견되는 신경독 5개였다.

클로드는 연구진의 초기 지시와 네 차례의 추가 요청을 바탕으로 약 64시간 동안 12개 설계 도구를 활용해 단백질 후보 31만8484개를 생성했다. 이 가운데 독소와 결합할 가능성이 높은 180개를 추려냈고, 이후 31개가 추가돼 최종 검증 대상은 211개로 늘었다.

실제 실험은 어댑티브 바이오와 트위스트 바이오사이언스가 맡았다. 두 기관이 후보 단백질을 제작해 독소와의 결합 여부를 검사한 결과 17개가 기준을 충족했다.

이들 단백질은 연구 대상 신경독 5개 중 4개에 각각 결합했다. 다만 여러 종류의 독소에 동시에 결합하는 단백질은 확보하지 못했다.
[서울=뉴시스] 앤트로픽의 AI 모델 '클로드'가 설계한 단백질과 전갈 신경독의 결합 구조를 나타낸 사진. (사진=앤트로픽 블로그)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자료 분석부터 후보 선별까지…AI가 과학 연구 과정 수행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부분은 클로드가 단백질 설계뿐 아니라 연구자료 분석과 후보물질 선별까지 상당 부분 수행했다는 점이다.

클로드는 초기 지시를 받은 뒤 24시간 동안 자율적으로 작업했다. 이후 연구진의 추가 요청에 따라 설계 결과를 개선했으며 실험 데이터 분석과 그래프 제작, 최종 보고서 초안 작성에도 참여했다.

다만 모든 과정을 AI가 독립적으로 수행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이 목표를 설정하고 중간에 추가 지시를 내렸으며, 실제 단백질 제작과 결합 실험은 외부 연구기관이 맡았다.

다만 이번에 확인된 것은 단백질이 전갈 독에 결합한다는 사실까지다. 실제 독성을 없애는 효과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앤트로픽은 해독제 개발에 성공한 것은 아니라며, 향후 독성 중화 효과와 안전성 등을 추가로 검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픈AI도 신약 개발 AI 기업 인수…연구실로 향하는 빅테크 경쟁

과학 연구와 신약 개발 분야에서 AI를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오픈AI에서도 포착됐다.

지난 20일(현지 시간) 오픈AI는 신약 개발 업무를 지원하는 스타트업 '오케스트라 바이오'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오케스트라 바이오는 제약·바이오 기업이 신약 개발 과정에서 진행하는 연구와 일정 관리 등 복잡한 업무를 AI 에이전트로 지원하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오픈AI는 이 회사의 기술과 인력을 생명과학 연구용 AI 모델·도구인 '로절린드'와 결합할 계획이다. AI를 활용해 생물학·화학 연구를 지원하는 데서 나아가 연구 결과 분석과 실험 계획, 개발 일정 관리 등을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앤트로픽이 AI를 이용한 새로운 단백질 설계와 실험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오픈AI는 연구 성과가 실제 의약품 개발로 이어지는 과정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는 셈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zo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