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 응원 속 발목 부상에도 동메달…사이클 허윤정 '눈물 펑펑'[장애인AG]

기사등록 2026/10/21 14:23:57

발목 부상 속에도 개인 도로독주 동메달

[서울=뉴시스] 2026 아이치·나고야 장애인아시안게임 사이클 여자 개인 도로독주에서 동메달을 딴 허윤정. (사진 =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시즈오카(일본)=뉴시스]공동취재단 = "너무 슬퍼요.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장애인 사이클 국가대표 허윤정(53·전라남도사이클연맹)이 경기 후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아찔했던 경기 상황과 부상으로 인한 고통, 끝내 완주했다는 안도감이 한꺼번에 밀려온 듯했다.

두 딸이 붙여준 '고양이 스티커'와 함께 달린 허윤정의 값진 동메달이었다.

허윤정은 21일 일본 시즈오카현 이즈시 이즈 사이클 스포츠센터 도로 코스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장애인아시안게임 사이클 여자 개인 도로독주에서 40분36초71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도연(54·전북특별자치도장애인사이클연맹)이 32분10초53으로 금메달을 차지한 가운데, 허윤정도 시상대에 오르며 동반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이날 경기는 쉽지 않았다. 이른 아침부터 내린 비에 강풍까지 불면서 선수들이 주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허윤정은 경기 중 왼쪽 팔꿈치가 땅에 쓸려 피가 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페달을 돌렸다.

허윤정은 마지막 바퀴의 내리막 구간에서 아찔한 상황까지 겪었다. 마지막 코너 경사로에서 넘어진 것이다.

뒤로 누워 팔로 페달을 돌리는 핸드사이클 특성상 후방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는 허윤정에게 엄청난 공포로 다가왔다.

그는 "너무 무서웠고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그냥 '이대로 끝나나' 싶었다. 어떤 정신으로 (일어나서) 손을 돌렸는지도 모르겠다"며 "피니시 라인이 보일 때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실 허윤정은 이날 경기 출전 자체가 쉽지 않았다. 대회 전 코스 답사 과정에서 앞선 선수와의 추돌을 피하려다 발목을 다쳤다.

엑스레이 검사에서는 골절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발이 붓고 통증이 계속됐다.

허윤정은 "이틀 동안 통증이 너무 심해 잠도 제대로 못 잤다. 몇 시간마다 진통제를 먹으며 '경기를 할 수 있을까', '그냥 돌아가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허윤정은 포기하지 않았다.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면서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다"라며 다시 자전거 손잡이를 잡았다.

그는 "악조건 속에서도 단상에 설 수 있어서 감사하다. 아쉬움도 남지만 경기를 끝까지 마칠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허윤정에게는 특별한 응원단도 있다. 두 딸 김서연(27)과 김서진(20) 양이다.

허윤정의 자전거에는 두 딸이 붙여준 작은 고양이 스티커가 있다. 집에서 키우는 반려묘 '양송이'의 스티커다.

그는 "내가 팔에 이상하게 쥐가 잘 난다. 그러니까 딸들이 고양이 스티커를 자전거에 붙여주더라"라며 웃었다.

쥐가 날 때마다 고양이 양송이가 해결해 줄 것이라는 딸들의 재치 있는 응원이었다. 2022년 사이클을 시작할 무렵 붙인 스티커는 지금도 자전거에 남아 있다.

허윤정은 "딸들은 제가 1등을 하든 꼴찌를 하든 상관없이 이 자리에 있는 것 자체를 엄청 자랑스러워한다"며 "어린 나이부터 나의 보호자 역할도 하면서 씩씩하고 똑 부러지게 자랐다. 0.1%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자랑스럽고 대단한 딸들"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두 딸은 저에게 가장 큰 희망이자 행복이다. 제가 어떤 자리에 있든 빛날 수 있도록 받쳐줘서 너무 감사하다"며 "사랑해, 서연이, 서진아"라고 전했다.

척수장애로 다리를 쓰지 못하는 허윤정은 2015년 배드민턴을 시작해 3년 만에 상비군에 오르고, 2022년 사이클로 전향해 이듬해 국가대표로 발탁될 정도로 운동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에 사이클 대표로 출전한 그는 이번 대회에서 값진 첫 메달을 수확했다.

그는 "항상 훈련은 저 자신과의 싸움인 것 같다. 여름에는 새벽 3~4시에 일어나 훈련하면서 스스로를 채찍질했다"며 "어찌 보면 가혹할 만큼 저 자신에게 여지를 주지 않았지만, 그랬기에 지금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를 마친 허윤정은 무엇보다 가족이 보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지금은 엄마가 제일 보고 싶다. 내일까지 정신 바짝 차리고 잘 마무리해서 돌아가겠다"라며 입술을 앙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