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 든 남성 3층 올라간 뒤 불"…역삼동 화재 아수라장[현장]

기사등록 2026/10/20 16:41:48

유리창 깨지는 소리에 "살려달라" 외침

방관 부축·현장 지켜본 인근 상인 '충격'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상가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잔불 정리를 하고 있다. 2026.10.20.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정유진·임다빈·오영주 수습기자 = "점심 먹으러 내려오던 여직원들이 어떤 아저씨가 신나를 들고 사무실 쪽으로 들어가는 걸 봤다고 했다." "액체를 든 사람이 올라갔고, 그러고 나서 불이 났다고 하더라."

20일 낮 서울 강남구 역삼동 신명빌딩 앞에서 만난 인근 상인과 회사원은 불이 나기 직전 상황을 각각 이렇게 전했다.

건물 맞은편 휴대전화 점포 운영자 A(50대)씨는 12시1분부터 화재로 이 일대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고 말했다.

A씨는 "여성 여럿이 창밖에 매달려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렀고, 한 남성은 몸이 반쯤 밖으로 나온 채 긴 막대기로 옆 문을 깨려 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이 남성이 소방관 도움으로 내려오자마자 바닥에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했다"며 "사다리를 통해 사람들이 빌딩을 탈출했다"고 했다.

길 건너 커피전문점 사장 김모(여)씨는 불이 번지는 순간을 지켜봤다. 김씨는 "처음엔 창문 하나가 새까맣게 연기만 뻐끔뻐끔 나왔는데, 갑자기 안쪽에서 불길이 막 터져 나왔다"고 말했다.

약 70m 떨어진 건물에서 근무하는 경비 B(70대)씨는 "3층에서 불길이 솟고 유리창 프레임이 녹아내리는 것처럼 보였다"며 "하늘 위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상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독자 제공). 2026.10.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옆 건물에서 일하는 이모(50대·여)씨는 사이렌 소리에 복도 창가로 나갔다가 연기를 봤다.

이씨는 "사무실로 뛰어 들어가 '불 났다, 빨리 나오라'고 소리쳐 직원들을 내려보냈다"며 "그 뒤로도 '살려달라'는 소리가 계속 들렸고, 3층에서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사람이 손을 흔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회색 티셔츠를 입은 남성이 소방관 손에 구조돼 나왔다"고 상황을 전했다.

옥상에서 "사람 살려" 소리를 듣고 내려왔다는 신씨는 "유리가 안에서 깨지며 파편이 튀었고 불꽃이 살짝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건물 앞에서 여직원들이 '우리 직원이 안에 있다'며 울고 있었다"며 "소방관 부축을 받아 걸어 나오는 분과 들것에 실려 심폐소생술을 받는 분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갑자기 불이 날 일이 없었는데 모르는 사람이 뭔가를 들고 올라간 순간 불이 났다고 하니 직원들도 그 사람을 의심하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연기와 냄새는 거리 전체로 퍼졌다. 건물 맞은편 식당 주인 김모(60·여)씨는 "환풍기를 돌렸더니 타는 냄새가 역겨울 정도로 훅 들어왔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상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독자 제공). 2026.10.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소방차와 구급차가 몰리면서 일대는 마비됐다. 또 좁고 열악한 환경에 소방인력들의 구조도 어려움을 겪었다.

화재 현장에서 50m 가량 떨어진 주유소를 운영하는 박모(43)씨는 "소방차 10여 대가 줄줄이 와서 도로를 막았다"며 "위험물을 다루는 곳이라 경찰이 손님 진입을 막고, 앞을 지나던 버스도 모두 세웠다"고 말했다.

박씨는 "주유소 앞으로 2~3명이 이송됐는데, 중년 여성은 의식이 거의 없어 산소마스크를 쓴 채 들려 갔고, 중년 남성은 소방관 부축을 받아 이동했다"고 전했다.

커피전문점 사장 김씨는 "소방차가 들어오기 어려워 보였고, 구경하는 사람들과 소방대원이 뒤섞여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54분께와 오후 12시1분께 강남구 역삼동의 상가 신명빌딩과 한양빌딩 두 곳에서 각각 화재가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은 인원 291명과 장비 56대 등을 투입해 처음 화재가 발생한 신명빌딩에 대해 오후 1시12분께 초진했다. 이후 오후 2시20분께 불을 완전히 껐다.

한양빌딩에 대해선 화재 발생 약 35분 만인 오후 12시35분께 완진했다.

처음 화재가 발생한 신명빌딩에선 중상 2명과 경상 9명이 발생했고 자력으로는 60명이 대피했다. 해당 화재에서 심정지 1명도 발생했으나 호흡을 회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중상자는 얼굴에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한양빌딩에선 당초 총 8명이 경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으나 이후 환자 이송 과정에서 중상이 3명으로 변경됐다. 이들은 모두 호흡곤란 및 피부가 찢어지는 상처 등의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hangseo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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