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관, 1심 징역 15년→2심·대법 징역 4년
아들 박중언 본부장도 감형 징역 7년 확정
쟁점 '비상구·통로 유지 의무' 무죄 유지돼
유족, 형 확정에 오열…"살인 기업 살려줘"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0일 박 대표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중대재해치사) 등 혐의 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공범으로 기소된 아들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에겐 징역 7년 및 벌금 100만원을 확정했다. 그는 1심에서 징역 15년 등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앞서 1심에서 실형을 받았던 이 회사 경영지원실 소속 홍모 상무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박모 환경·안전파트 책임은 금고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각각 확정됐다. 1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금고형을 받았던 오모 생산관리팀 선임도 2심 무죄 판단이 유지됐다.
아리셀 법인에는 1·2심의 벌금 8억원이 확정됐다.
선고를 지켜본 유족들은 대법원 법정 밖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기업을 어떻게 살려줄 수 있냐"고 울부짖었다. 앞서 2심의 감형을 두고 노동계에서도 "중대재해처벌법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했다"는 반발이 나왔다.
아리셀 화재 참사는 2024년 6월 24일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근로자 23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친 사건이다. 사망자 20명이 파견근로자였으며 대다수가 입사 3∼8개월 만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대표는 이 사고와 관해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지 않고, 재해 예방 예산을 편성하지 않거나 추가 피해방지 조치 매뉴얼을 두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어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박 본부장 등 4명은 전지 보관·관리(열감지기 미설치 등), 안전교육·소방훈련 등 안전조치 관련 의무를 위반해 사고를 일으킨 업무상 과실 치사·상 혐의 등을 받았다.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박 대표와 박 본부장의 사고 현장 '비상구·비상통로 유지 의무' 관련 혐의가 2심에서 무죄로 뒤집히면서 감형의 원인 중 하나가 됐다.
주출입구가 최초 발화지점과 맞닿아 있었는데, 보안 장치가 설치돼 상시 개방돼 있지 않았다.
참사 사망자 23명 중 21명이 발견된 2층 작업장과 해당 출입구 사이엔 파티션과 가벽(샌드위치 패널)이 설치돼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작업장에서 살아남은 일부 피해자들은 창문으로 뛰어내리는 과정에서 상해를 입었다.
1심은 이를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상 비상구를 설치할 의무, 이를 항상 사용할 수 있고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유지할 의무 위반이라고 보고 유죄로 판단했다.
2심은 관련 규칙상 비상구를 설치할 의무는 '건축물' 단위로 부여돼 있으므로 리튬 등 위험 물질을 취급하는 3동 1층에만 비상구를 설치하면 족하다며 무죄로 봤다.
비상통로의 개념이나 설치 기준을 확정할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어 그런 의무를 부과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검사는 이 부분으로 박 본부장과 아리셀 법인에 안전조치의무 위반 치사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박 본부장 등에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각각 적용했다.
아울러 박 본부장 등의 비상구·통로 유지 의무를 매개로 박 대표와 아리셀 법인의 주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공소사실을 구성했으나, 모두 무죄로 판단된 것이다.
다만 박 본부장 등의 다른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고, 이를 매개로 박 대표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도 인정될 수 있다는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2심은 또 박 대표가 사망한 피해자 23명 전원의 유족에게 피해를 변제하고 합의했다는 점을 유리한 양형요소로 반영해 감형했다. 합의 후 유족 측이 처벌을 탄원한 점은 불리한 요소로 반영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대법원도 이런 판단을 그대로 수긍했다.
박 대표 측은 1심부터 아들 박 본부장에게 경영권을 위임했기 때문에 자신은 중대재해처벌법상 처벌 대상이 되는 '경영책임자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리셀에 법상 '안전보건업무책임자'로 평가할 수 있는 사림이 없다는 점도 재판 과정에서 지속된 쟁점이었다.
1·2심과 대법원은 박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로서 '안전보건업무책임자'로 평가하고,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어겨 사고를 일으켰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안전보건업무책임자가 없다면 "사업총괄책임자가 단독으로 경영책임자 등으로서 중대재해처벌법상 책임, 의무 주체가 된다"고 이 사건에서 처음 판시했다.
안전보건업무책임자가 있더라도 사업총괄책임자가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영역에 대해선 사업총괄책임자가 법상 의무를 부담하고, 양 영역에서의 의무 위반이 중대재해의 원인이 됐다면 둘 다 형사 처벌 등에 대한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법리도 처음 제시했다.
대법원은 아리셀이 위험성평가 실시규정과 계획을 구비해두긴 했지만, 중대재해처벌법상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동법 시행령상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2심 판단도 그대로 수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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