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중수청 존재 의미 증명해 달라"
김지용 중수청장 "검찰개혁 완수에 최선"
법조계 "권력의 핵심 무언의 압박 가능성"
[서울=뉴시스] 장한지 오정우 기자 =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이 "수사의 정치화를 청산하겠다"고 선언한 지 하루 만에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수사기관의 정치적 독립을 다짐하며 출범한 중수청이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모인 자리에 정례적으로 참석하는 것을 두고,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청장은 20일 오전 10시 이 대통령이 주재하는 제45회 국무회의에 배석했다. 전날 임명장을 받은 후 첫 공식 일정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처음 참석한 김 청장을 호명하고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고 공소청과 중수청이 소속 부처까지 달리하는 검찰개혁이 제도적으로 완비됐다"고 말했다.
이어 "중수청이 독립적인 중대범죄 수사기관으로 새출발하게 된 만큼 새로운 각오와 다짐이 필요해 보인다"며 "처음 출발한 기관이라 부족한 것도 많지만, 검찰개혁에 대해 국민들이 갖고 계신 우려와 불안을 해소하고 최소한의 사회질서를 공정하게 유지하는 이 중차대한 업무를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화이트칼라 범죄나 권력형 부패범죄, 증권·금융범죄 등에 국민의 삶을 파괴하고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중대범죄에 대해 네 편 내 편 가리지 말라"며 "일체 성역 없이 수사력을 총동원해서 엄단함으로써 중수청의 존재 의미 필요성을 국민께 증명해 달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 청장에게 인사말을 하라고 요청했다. 김 청장은 "중수청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검찰개혁을 완수하고 국민 권익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 청장은 전날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수사의 정치화를 청산하겠다"면서도 '국무회의에 참석할 의향이 있는지' 질문에 "관계 법령과 관계기관과 협의해 적절히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총장이나 경찰청장은 수사기관의 중립성을 보장하고 수사의 정치화를 막기 위해 국무회의에 배석하지 않는 것이 오랜 관례였다.
정부조직법상 수사기관이 행정부에 속해 있더라도, 개별 사건 수사나 기소 판단에 정권의 외압이 미치지 않도록 완충 장치를 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기조는 이 대통령 취임 이후 달라졌다. 올해 초 구자현 당시 검찰총장 직무대행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을 시작으로 수사기관 수장들의 국무회의 배석이 정례화됐다.
지난 2일 검찰청 폐지 및 중수청·공소청 출범 직후 열린 국무회의에도 중수청장·공소청장·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연이어 참석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수사기관장의 국무회의 참석은 그 자체로 대통령의 국정 방침에 부응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현직 검사는 "정권에 대한 수사는 못 하게 될 수도 있고, 수사를 해서 결론을 낸다고 한들 국민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청장이 청와대에 가서 비공식적으로 국무위원들의 지휘를 받을 가능성도 열려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출범 초부터 청장이 정권의 핵심과 매주 대면하는 관행이 고착화되면 중수청이 이른바 '권력의 시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히려 행정안전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 문제 해소 등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조언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기관 수장들을 국무회의에 배석시키면 사건 공소취소나 수사 지휘를 위한 개입으로 의심받을 위험의 소지가 크다"며 "중수청의 수사 능력과 정치적 중립성을 입증해야 할 시점에 이런 행태가 이어지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기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수청법을 빨리 개정해 행안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부분을 조속히 삭제해야 한다"며 "중수청이 '권력의 시녀' 노릇을 철저하게 하는 괴물 경찰이 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논란에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저는 그 지적에 동의하기가 어렵다"며 "이견은 있겠지만 정부조직법상, 그리고 헌법에 의해 당연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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