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폭동에 주식·채권·유로화 동반 약세…"긴축이냐 민심이냐"

기사등록 2026/10/20 10:28:59 최종수정 2026/10/20 12:02:23

프랑스 10년물 국채 금리 10bp 이상 급등

CAC40지수 장중 1.7%↓…유로화도 약세

"시장 또는 국민 폭동 우려"…재정 건전성 필수

[파리=AP/뉴시스] 1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한 남성이 시위 중 약탈당한 상점 앞을 지나고 있다. 교육 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고등학생들의 시위가 전날 프랑스 전역에서 대학생, 노동조합, 교사 등이 참여하며 높은 생활비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로 번지면서 약 2천400명이 체포되고 약 1천 명이 부상했다. 2026.10.19.

[서울=뉴시스]고재은 기자 = 프랑스 전역에서 폭력 시위가 잇따르는 가운데 주식과 채권, 유로화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19일(현지 시간) CNBC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0bp(1bp=0.01%포인트) 이상 급등하며 수십 년 만의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2년물과 30년물 금리도 각각 6bp, 8bp 넘게 올랐다.

주식시장도 흔들렸다. 파리 증시의 CAC40지수는 이날 오후 장중 한때 1.7% 하락했다. 프랑스 증시는 최근 몇 년간 정치적 불안정과 명품·산업재 수요 둔화 등으로 다른 유럽 증시보다 부진한 흐름을 보여왔다.

CNBC는 프랑스 증시가 프랑스와 독일의 국채 금리 차이를 나타내는 'OAT-Bund 스프레드'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고 분석했다. 이 스프레드는 현재 2010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확대됐으며, 현재 프랑스 국채는 이탈리아와 그리스보다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안전자산인 독일과 국채 금리 격차가 벌어질수록 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고 세금 인상, 규제 강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 수 있다.

유로화는 이날 한때 미국 달러 대비 0.15%, 영국 파운드 대비 0.1% 하락했다.

◆재정 건전화 나서야…고물가에 시위대는 반대

이번 사태는 교육 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항의가 생활비 상승, 열악한 공공 서비스에 대한 전국적인 시위로 번지면서 나타났다.

파리, 리옹, 마르세유 등 프랑스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으며,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2000명 넘게 체포됐다.

프랑스 정부는 재정 건전성 회복을 위해 약 540억 유로(80조8100여억원) 규모의 예산 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시위대는 고물가로 생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긴축 정책이 민생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RBC 블루베이 자산운용의 시장 전략 책임자 마이크 벨은 CNBC에 "채권 시장에서 폭동이 일어나거나 국민들이 폭동을 일으키거나, 혹은 둘 다 일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해외 투자자들이 보유한 프랑스 국채 비중이 증가하면서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할 경우 시장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외 투자자 보유 비중은 2022년 초 약 48% 수준에서 올해 초 약 60%까지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벨은 "프랑스에 필요한 것은 재정 상황을 바로잡는 것"이라며 정년 연장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평균 수명이 84세인데 62세에 은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시기에 (이런 상황은) 국가가 제대로 통치되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프랑스가 부채 악순환에 빠지지 않으려면 '신뢰할 만한' 재정 건전화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높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과 저성장이 국채 금리를 끌어올리고, 이자 부담이 다시 재정 적자를 확대하는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유럽 주식 전략가 샤론 벨은 "고통스러운 조치 없이 예산 적자를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프랑스 기업들의 세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고, 전반적으로 세금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걸림돌…"프랑스 국채 수요 여전" 반박

그러나 정치적 불확실성이 재정 건전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샤론 벨은 "현재 내년 대통령선거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마린 르펜은 '황금 예산' 원칙을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CNBC는 세바스티앙 르코르누 총리가 이끄는 소수 정부의 2027년 예산안 통과 여부도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프랑스에서는 최근 몇 년간 예산안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졌으며, 르코르누 총리의 직전 두 전임자도 관련 문제로 사임한 바 있다.

다만 금융시장 불안에도 프랑스 국채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용평가기관 KBRA의 국가채권 담당 수석 이사 켄 이건은 "지난주 경매 결과를 보면 프랑스 국채에 대한 근본적인 수요는 여전히 매우 견고하다"며 "전반적으로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하지만 시장은 프랑스가 앞으로 상황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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