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초진 7일 제한"…약사회 vs 플랫폼 '충돌'

기사등록 2026/10/20 09:01:00 최종수정 2026/10/20 10:20:26

약사회·의협 "의약품 오남용 막으려면 7일 제한 유지해야"

원산협 "치료 연속성 저해 우려…전면 재검토 해야" 주장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대한약사회가 주최한 비대면진료 약배송 저지를 위한 국민건강권 사수 비상대책위원회 발대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26.09.09.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오는 12월 24일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앞두고 초진 환자의 처방일수를 7일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을 둘러싸고 의약계와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대한약사회와 대한의사협회는 환자 안전을 위해 7일 제한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플랫폼 업계는 환자의 치료 연속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20일 대한약사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개정 의료법 시행을 앞두고 비대면진료 대상 환자와 의약품 처방 기준 등을 담은 '의료법 시행규칙' 및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초진 비대면진료의 처방일수를 7일 이내로 제한하면서도 과거 진료·처방 이력이 확인되고 의사가 기존 치료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1회에 한해 최대 30일까지 처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대한약사회는 초진 환자의 7일 처방 제한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약사회는 입장문을 통해 "7일 제한은 비대면진료가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수단이라는 취지를 지키는 핵심 조항"이라며 "정부는 이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다른 의료기관의 처방 이력까지 확인해야 하는 만큼 비대면진료지원시스템이 구축되기 전까지는 30일 처방 예외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시스템 구축 이후에도 최근 6개월 이내 대면진료 이력이 있는 경우에 한해 예외를 인정하고, 처방일수도 30일이 아닌 14일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초진 환자의 처방일수를 7일 이내로 제한하는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협은 "직접 진찰 없이 이뤄지는 초진 처방을 7일 이내로 묶는 것은 환자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단 한 번이라도 경과 확인 없이 한 달 치 약을 내주는 것은 7일 원칙을 무력화하고, 비대면 초진을 장기 처방과 향후 허용 확대의 통로로 만드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초진 30일 처방 조항은 삭제하고, 예외가 필요하다면 14일 이내로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계는 이러한 제한이 만성질환자의 치료 연속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반발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는 19일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발표한 시행규칙안이 비대면진료 환자에게 여러 규제를 중복 적용하고, 의료인의 판단에 따른 장기 처방마저 사실상 어렵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원산협은 "과거 진료·처방 이력이 확인되고 의사가 기존 치료를 계속해야 한다고 판단해야만 최대 30일 처방이 가능한데, 이마저도 단 한 번만 허용된다"고 밝혔다.

이어 "만성·관리질환 환자가 내년 1월에 한 달 치를 처방받는다면, 2월부터는 동일한 약임에도 불구하고 비대면진료로 일주일 치씩밖에 처방받지 못해 치료에 제약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의료기관이 30일 처방 예외 적용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원산협은 다른 의료기관에서 이미 30일 처방 예외를 적용받았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규정 위반의 책임을 의료인에게 지우면 장기 처방 자체를 꺼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약사회와 플랫폼 업계 모두 의료기관 간 처방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점을 문제로 보고 있지만, 주장하는 해결 방안에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약사회는 시스템 구축 전까지 7일 제한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원산협은 예외 적용 횟수 제한을 철회하고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처방일수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산협은 자체 조사 결과 만성·관리질환 이용자의 58%가 30일을 초과하는 처방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기존에 이용하던 의료기관이 비대면진료에 참여하지 않아 다른 병원을 이용할 때마다 초진 처방일수 제한을 적용받는다면 환자가 반복적으로 진료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산협은 "비대면진료가 대면진료의 보완적 수단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원칙에 동의한다"면서도 "환자의 의료접근성을 제약하고, 불필요한 진료와 의료비 부담을 늘리는 규제 방식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양 측은 재진 비대면진료의 처방일수에 대해서도 입장 차이를 보인다.

약사회는 이번 개정안에 재진 비대면진료의 처방일수 상한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1회 최대 60일로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원산협은 환자의 진료 이력과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적절한 처방일수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도 약사회는 비대면진료 전담 의료기관을 방지하기 위한 기준 강화와 의약품 배송업자 등록제 도입, 민간 플랫폼 관리·감독 강화 등을 요구했다.

특히 비대면진료 비율과 의사 1인당 진료 건수 상한을 산정할 때 야간·휴일 진료를 제외하는 조항을 삭제하고, 전자처방전전달시스템 등 공공 시스템을 신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복지부는 오는 11월 9일까지 국민과 관계기관의 의견을 수렴한 뒤 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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