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진술 일관성 등 고려해 신빙성 인정…'유죄' 판단
종교적 지위 이용 '신격화'…피해자들 거부·저항 어려운 '항거불능' 상태
[대전=뉴시스]김도현 기자 = 여신도를 준강간한 혐의로 징역 17년을 확정받은 후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33년을 추가로 선고받은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정명석(81)에 대해 법원이 이번 사건도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했다고 판단했다.
19일 대전지법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박우근)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316호 법정에서 준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정명석에게 징역 33년을 선고했다.
또 신상 정보 공개 및 고지 10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 취업 제한 10년, 위치 추적 전자 장치(전자발찌) 부착 15년 등을 명령했다.
정명석의 범행을 도운 2인자 정조은(48)에게는 징역 7년이 선고됐으며 다른 3명의 JMS 관계자는 각각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정명석 측은 제기된 공소사실을 실제로 저지른 사실이 없으며 피해자들 진술 외에 명확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JMS 교주였던 정명석이 신도들에게 종교적으로 절대적인 '메시아 권위'를 지고 있지 않을 뿐더러 이를 행사한 사실도 없으며 피해자들의 대응 태도를 비춰보면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했다.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공소사실에 대해 법정까지 일관되고 구체적인 자신의 반응과 심리 상태를 상세히 진술하고 직접 경험하지 않았으면 하기 어려운 신체적 특징과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고 봤다.
구체적인 상황 일부를 기억하지 못해 신빙성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다른 사람들과의 진술이 부합하는 점 등을 토대로 충분히 신빙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특히 재판부는 정명석이 종교적 지위를 이용해 자신을 신격화하고 신도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존재로 인식시켰으며 절대적으로 순종해야 한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정명석을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는 얘기를 하는 등 피해자들 입장에서 정명석에 대한 객관적 판단이 어려웠을 것이며 자유롭게 거부하거나 저항하기 어려운 '심리적 항거 불능 상태'에 놓여있었다고 판단했다.
정조은 역시 정명석 다음 가는 지위의 인물로, 교단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신도들이 정명석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설시했다.
재판부는 "징역 17년이 확정된 사건과 비교했을 때 피해자 수와 피해 건수가 많아 보다 엄정한 판결이 불가피 하다"며 "교주로서 종교적 의미를 부여하고 위계질서를 이용해 간음과 추행을 반복적으로 저지르며 피해자들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시했다.
선고가 끝난 후 피해자를 대리한 정민영 변호사는 "피해자들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억울함이 풀려 안도하고 있으며 보복을 두려워 고소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는데 이번 판결로 피해 사실이 인정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통상적으로 구형 범위 안에서 형량을 정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앞선 사건과의 균형을 맞췄다고 생각이 들며 애초에 구형량 자체가 적었다고 재판부가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을 도운 단국대 김도형 교수는 "지난 2022년 가을에 사건을 접수한 지 만 4년이 지나서야 1심 선고가 이뤄졌다"며 "다른 신도들이 고소를 취하해 달라고 얘기하고 가족에게 전화하는 등 이런 만행이 있었지만 오랜 시간 버텨준 피해자들에게 감사하고 재판이 비록 오래 걸렸지만 형량을 높게 선고해 준 재판부에도 감사하다"고 밝혔다.
한편 정명석은 지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피해자 16명을 상대로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약 80회에 걸쳐 강간, 준강간, 유사강간, 준강제추행 등을 저지른 혐의다.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형사 고소를 하지 못하게 협박해 각서를 쓰게 한 혐의도 받았다.
앞서 정명석은 2018년 2월부터 2021년 9월까지 금산군에 있는 수련원 등지에서 23회에 걸쳐 홍콩 및 호주 국적 여신도와 한국인 여신도를 성폭행하거나 추행한 혐의로 징역 17년을 확정받았다.
이때도 법원은 정명석이 자신을 메시아로 칭하며 피해자들을 세뇌해 항거불능인 상태를 이용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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