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고점론·外人 매도에 증시 급락…코스피 낙폭 20%
증권가 "수급 공백 심화"…반등 열쇠는 AI 성장성 재확인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투자 요건 강화 이후 하락세를 보였던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 이른바 '공포지수'가 다시 치솟았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 고점 논란에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추격 우려까지 겹치면서, 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외국인 매도 물량을 받아낼 매수 주체마저 뚜렷하지 않아 대외 악재에 취약한 수급 구조가 낙폭을 키우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6분 기준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17% 오른 49.95를 기록했다. 시장 불안 심리를 가늠하는 지표인 변동성지수가 다시 50선에 육박한 것이다.
최근 국내 증시는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18.4%, 15.3% 급락했다. 이달 들어 코스피의 낙폭은 20%에 달하면서, 역대급 변동성을 기록했던 지난 7월의 하락률(22%)에 근접했다.
급격한 주가 하락에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에 이어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다. 코스피는 지난 7월 이후 처음으로 5400선까지 밀려났고 지난 15일에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가 8월 말 이후 처음으로 공포 구간으로 여겨지는 50선을 넘어섰다.
◆레버리지 규제에도 요동치는 증시…AI 불확실성에 수급 공백까지
국내 증시가 다시 극심한 변동성에 휩싸인 배경에는 대외 불확실성과 수급 불균형이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투자 요건이 강화됐지만, 시장 전반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하면서 주가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우선 미국 물가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인플레이션 장기화와 고금리 지속에 대한 경계감이 커졌다. 여기에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추격에 따른 공급 경쟁 우려와 미국 인공지능(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의 자금 조달 위험, 앤스로픽의 실적 실망감 등이 맞물리면서 AI 산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특히 그동안 글로벌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AI 관련 기업들의 성장성과 투자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반도체를 비롯한 AI 밸류체인 전반에 매도 압력이 집중됐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진 상황에서 고평가 부담이 컸던 기술주가 조정의 중심에 섰다.
국내 증시의 취약한 수급 구조는 하락 폭을 더욱 키웠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 종목을 중심으로 매도 물량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를 받아낼 국내 매수 주체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그동안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소화해 온 개인 투자자들은 신용거래 부담과 투자심리 위축으로 매수 여력이 약해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라는 수급 방어막마저 사라지면서 외국인 매도세가 지수 하락으로 직결되는 양상이다.
김종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외국인의 매도세가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되는 반면, 이를 받아낼 국내 개인 및 기관의 매수 여력은 부재한 상황”이라며 "매수 주체 실종에 따른 수급 공백이 심화되면서 시장은 패닉 셀링 단계로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코스피 반등 열쇠는 AI 의구심 해소…5100선까지 밀릴 가능성도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의 높은 변동성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외국인 매도세를 진정시킬 대외 환경의 개선이 쉽지 않은 데다 AI 산업의 성장성을 둘러싼 의구심도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5일 보고서를 통해 국내 증시의 수급 여건이 악화하면서 대외 악재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금리 상승 압력과 AI 수요 둔화 우려가 맞물리면서 국내 증시의 반등을 제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성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시장 내 수급 여건이 악화하면서 대외 악재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졌는데, 대외 환경이 단기간 내 호전되기 어려워 보인다”며 “높은 인플레이션과 프랑스 재정 문제 등이 글로벌 국채 금리에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고, 최근에는 AI 수요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하면서 기술기업들의 이익 성장성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증권가가 제시하는 반등 조건은 크게 거시경제 불확실성 완화와 AI 산업의 성장성 재확인, 기업 이익 전망 개선으로 압축된다.
우선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되면서 국제유가가 안정되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잦아들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 실질금리와 장기 국채금리가 하향 안정화될 경우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 프랑스 재정 문제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 역시 진정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AI 산업의 성장성을 둘러싼 의구심 해소가 관건이다. 이번 3분기 실적 발표 시즌에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견조한 이익 성장세와 충분한 잉여현금흐름(FCF)을 입증하고 AI 설비투자(CAPEX) 확대 의지를 재확인해야 한다. 이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고점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지가 국내 증시의 방향을 좌우할 전망이다.
기업 이익 전망치의 추가 상향도 필요하다. 이번 증시 조정은 기업들의 이익 전망이 급격히 악화했다기보다 투자자들이 주식에 부여하는 가치인 밸류에이션이 축소된 영향이 크다. 따라서 이익 추정치가 다시 높아진다면 주가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의 1차 지지선으로 5100선 안팎까지 거론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 1.0배에 해당하는 5142포인트를 하방 지지선으로 제시했다.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가 재차 상향 조정될 경우 해당 구간을 바탕으로 지수가 반등을 시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대신증권은 코스피의 1차 지지선이 지난 7월29일 장중 저점인 5262포인트와 7월30일 종가 기준 저점인 5593포인트 사이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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