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참가자 1명 사망…상점 1500곳 피해·시청 방화
총리 "극좌 세력 책임"…멜랑숑 "정부 탓" 반발·르펜 가세
내달 5일 추가 시위 예고…폭력 사태 후 향방 불투명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프랑스에서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부실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폭동과 약탈로 번졌다. 약 2000명이 체포되고 경찰관 600명 이상이 다쳤으며, 시위 참가자 1명이 숨졌다. 전국 곳곳에서 정부 청사와 상점들이 파괴된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폭력 사태의 책임을 둘러싼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18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에 따르면 전날 프랑스 전역에서 50만명 이상이 참여한 시위가 일부 지역에서 폭력 사태로 번지면서 대규모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로랑 뉘네즈 프랑스 내무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피해 규모를 전하며, 이번 폭력이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CNN은 파리 북부에서 시위 참가자 1명이 심폐정지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사망 원인과 시위 또는 경찰 진압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시위대의 방화와 약탈로 전국 곳곳의 공공시설과 상점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프랑스 중부 리모주에서는 19세기에 건립된 시청 건물에 불이 나 건물 대부분이 파괴됐다. 남부 마르세유에서는 폭도들이 시청에 침입해 프랑스 공화국의 상징인 마리안느 흉상을 넘어뜨렸으며, 리옹에서는 관광안내소가 화재로 파괴됐다.
프랑스 상업유통연맹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상점 약 1500곳이 파손되거나 약탈당했다. 복구 비용은 수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수도 파리에서도 상점 약탈과 차량 방화가 잇따랐다. 파리 경찰청은 당초 500~1000명 규모의 폭력 집단과 충돌했으며, 이후 혼란을 틈타 절도와 약탈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대거 몰려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부터 이어진 학생들의 학교 환경 개선 요구에서 출발해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투자 부족에 항의하는 전국적인 사회운동으로 확대됐다.
전날 시위에는 학생과 농민, 교사, 노동조합원 등이 참여했다. 참가자 대다수는 평화적으로 행진했지만 일부 지역에서 경찰과 충돌이 발생했고, 이후 방화와 약탈이 확산했다.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도 불거졌다. 중부 생테티엔에서는 17일 행진에 참여한 시위자 1명이 손을 잃었다. 이번 학생 시위에서 참가자가 손을 잃은 사례는 두 번째다. 북서부 알랑송에서는 경찰관이 소녀의 목을 팔로 감아 제압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찍혔다. 이런 제압 방식은 현재 법으로 금지돼 있다.
폭력 사태가 진정된 뒤에는 정치권의 책임 공방이 본격화됐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극좌 정당인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가 학생 시위 참가자들 사이에서 경찰에 대한 불신을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공식 시위가 시작되기도 전에 경찰과 정부 청사를 공격한 집단 역시 극좌 과격세력이었다고 주장했다.
르코르뉘 총리는 프랑스가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이르렀다며 "공화국과 법 집행기관의 편에 설 것인지, 폭도들의 편에 설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정부가 혼란에 책임이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르코르뉘 총리가 무능하거나 재정 운영 실패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해 질서 회복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멜랑숑 대표도 약탈과 폭력 행위에 대해서는 "우리의 투쟁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약탈에 가담해서는 안 된다"며 선을 그었다.
극우 지도자 마린 르펜도 이번 사태에 가세했다. 르펜은 정당한 사회적 요구가 극좌 세력에 의해 가로채졌다며 멜랑숑과 그의 동료들이 폭력을 정당화해 혼란을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번 사태가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멜랑숑 대표는 중도 진영 후보들을 제치고 결선투표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거론되며, 르펜은 대선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폭도들을 "혼란을 조장하는 자들"이라고 규정하고, 이들을 기소해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저녁 TV 연설을 통해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대규모 폭력 사태 이후 시위 운동의 향방은 불투명해졌다. 프랑스 학교들이 2주간의 학기 중간 방학에 들어가면서 학생 시위의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프랑스 최대 노동조합 중 하나인 노동총동맹(CGT)을 비롯한 일부 노조는 다음 달 5일 추가 대규모 시위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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