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정맥 수술 입원은 실손불가"…의료계 반발

기사등록 2026/10/19 06:00:00

실손보험사, 하지정맥 수술 입원료 부지급 통보

하지정맥류, 수술 후 3~6시간 관찰시간 필요

마취 농도, 주입 후 2시간 최고…위험할 때 귀가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김승진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 회장이 16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언론과 '하지정맥류 대법원 판결'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실손보험사들이 지난 6월 선고한 대볍원 판결을 근거로 카테터를 이용한 하지정맥류 수술의 입원보험금 심사 기준을 강화하자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는 "수술 시간이 짧다고 수술 후 관찰 필요성이 없다는 것을 뜻하는 것도 아닌데, 실손보험사들이 개별 사건의 판결을 확대 해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이로인해 연간 24만여 명에 달하는 하지정맥류 환자들이 수술이 꼭 필요한 상황에서도 실손보험 지급을 받지 못할까 우려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등 환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6월 하지정맥류 치료를 위해 정맥 내에 카테터를 삽입하는 방식의 '대복재 경피적 기계화학 정맥폐쇄술'과 '정맥 절제술'을 받은 환자에 대해 입원 필요성이 특별히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것으로 보고 입원 보험금을 불인정했다.

이에 보험사들은 이 판결을 근거로 "카테터를 이용한 비급여 하지정맥류 시술 청구 시 단순 입원 치료의 체류 여부가 아닌 실제 입원 치료의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심사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사전안내문을 가입자 등에게 발송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지정맥류로 진료받은 환자는 총 24만1672명이다.

의료계는 이와 관련 "하나의 판결을 모든 하지정맥류 환자와 모든 정맥 내 시술에 일반화해 사실상 새로운 의료 기준처럼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승진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 회장은 "대법원 판결의 쟁점은 하지정맥류 수술을 위해 병원에 머문 사실만으로 보험약관상 입원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며 "입원수속이나 체류시간만 아니라 환자의 상태와 실제 치료 내용 등을 종합해 입원치료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취지로 판결한 것으로 이를 모든 하지정맥류 수술이나 모든 환자에게 입원이 불필요하다는 일반적 의학 기준으로 확대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하지정맥류 수술 후 관찰 시간은 모든 환자에게 똑같지 않고 사용한 마취·진정 방법, 수술 범위, 환자의 연령과 기저질환, 회복 상태와 증상에 따라 달라지지만, 수술 후 환자의 안전한 보행, 출혈 유무 확인 등을 위해서는 평균 3~6시간이상의 회복시간과 경과관찰이 필요하다. 대한정맥학회가 2021년 내놓은 '하지정맥류 임상진료지침서 개정' 안에도 이를 명시한 바 있다.

수술 후 마취·진정에서 충분히 회복했는지, 혈압·맥박 등 활력징후가 안정적인지,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지, 수술 부위의 출혈·혈종과 통증이 조절되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자에 따라 오심·구토, 어지럼, 약물 이상반응, 배뇨 곤란이나 혈전 관련 증상 등도 살펴야 한다. 

김승진 회장은 "수술 시간이 짧다는 이유만으로 수술 직후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투메선트(팽윤마취) 리도카인은 피하에서 서서히 흡수되므로 혈중 농도가 주입 직후가 아니라 한참 뒤에 최고치에 이르는데  최초 주입 후 60~120분에 최고치에 이른다. 투메선트를 병용한 환자를 리도카인 최고 농도 시점 이전에 귀가시키는 것은 가장 위험할 수 있는 시간을 의료기관 밖에서 보내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정맥학회가 지난 8월 발표한 '하지정맥류 수술 입원 적정성 권고안'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권고안은 경증·저위험 환자는 원칙적으로 입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고령이거나 전신질환·마취 위험요인이 있는 환자, 일정 수준 이상으로 정맥질환이 진행된 경우 등에는 입원치료가 적정할 수 있다고 봤다. 또, 수술 과정이나 회복 단계에서 지속적인 출혈과 혈종, 심부정맥혈전증, 보행장애 등이 발생하면 입원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자신들(대한정맥학회)이 2021년 발행한 하지정맥류의 입원 필요성에 대해 설명한 지침서와 정면 배치되는 내용이다.

김승진 회장은 "환자마다 증상, 역류의 범위, 수술 범위, 마취 방법, 동반질환, 회복 속도가 다른데도 권고안이 보험금 지급이나 진료비 심사에서 사실상 획일적인 기준처럼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권고안이 임상적 참고자료를 넘어 보험금 지급을 좌우하는 사실상의 강제 기준으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임상 권고안은 다양한 진료현장의 참여와 충분한 근거 검토를 거쳐 마련하고, 법적 강제 기준처럼 오용되지 않도록 성격과 한계를 명시해야 한다"며 "법원의 개별 사건에 대한 판단이 모든 하지정맥류 환자와 진료 사례에 일률적으로 적용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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