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전망치로 추산…잠재성장률 올해 2%대 회복
내년까지 상승하면 1986~1987년 이후 첫 기록
분석 대상 27개국 중 7위…G7 중 미국만 웃돌아
AI 투자·반도체 수요 둔화 땐 성장세 타격 우려
전망대로라면 1986~1987년 이후 40년 만의 첫 2년 연속 상승으로, 고령화 등으로 낮아지던 우리 경제의 중장기 성장 여력이 반등하는 셈이다.
다만 인공지능(AI) 투자와 반도체 수요가 꺾힐 경우 성장세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18일 IMF의 10월 세계경제전망(WEO)을 분석·추산한 결과,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지난해 1.94%에서 올해 2.14%, 내년 2.20%로 높아진다.
올해 0.20%포인트(p) 오른 뒤 내년에도 0.06%p 더 오르는 흐름이다. 2023년 2.06%였던 잠재성장률은 2024년 1.96%로 1%대에 내려앉았는데, 올해 2%대를 다시 회복하게 된다.
올해 추산치 2.14%는 2021년(2.23%) 이후 5년 만에 최고치이기도 하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가진 인력과 자본, 기술을 활용해 물가에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속도를 뜻한다.
재정 투입 등 경기 부양으로 일시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실질 GDP 성장률과 달리, 한 나라 경제의 중장기 성장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꼽힌다.
이번 수치는 IMF가 제시한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과 GDP갭률을 바탕으로 역산한 것이다. GDP 갭률은 실질 GDP와 잠재 GDP의 차이를 잠재 GDP로 나눈 비율로, 양수이면 실제 생산이 경제의 잠재 수준을 웃돈다는 의미다.
IMF는 올해 한국의 실질 성장률을 3.33%, 내년 2.83%로 내다봤다. GDP갭률은 올해 0.548%, 내년 1.168%로 전망했다.
우리나라는 고령화와 노동 가능 인구 감소 등의 구조적 제약 속에서 장기간 잠재성장률 하락세를 겪어왔다.
실제 1990년 9.24%였던 잠재성장률은 2000년 6.05%, 2010년 4.05%, 2020년 1.28%로 낮아졌다. 이후 2021년 2.23%로 반등했지만 2022년 2.08%, 2023년 2.06%, 2024년 1.96%, 지난해 1.94%로 다시 하락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잠재성장률이 반등한다는 것은 이례적으로 성장 여력이 커진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IMF 자료의 과거 시계열을 같은 방식으로 역산하면, 1985년 9.67%이었던 잠재성장률은 1986년 9.77%, 1987년 9.91%로 상승했다.
이후 하락 흐름을 이어오다 2010년과 2021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기저효과로 잠재성장률이 반등했었지만, 모두 이듬해 다시 꺾였다.
국제 비교에서도 한국의 순위는 크게 올랐다. 같은 방식으로 잠재성장률을 계산할 수 있는 27개국 가운데 한국은 올해와 내년 모두 7위로, 지난해(12위)보다 다섯 계단 올라선다.
올해는 ▲몰타(4.10%) ▲키프로스(3.39%) ▲덴마크(2.68%) ▲슬로베니아(2.53%) ▲스페인(2.50%) ▲미국(2.33%)에 이어 7번째다.
내년에는 ▲몰타(4.04%) ▲아일랜드(3.88%) ▲키프로스(3.29%) ▲슬로베니아(2.53%) ▲덴마크(2.34%) ▲미국(2.29%) 다음이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한국보다 잠재성장률이 높은 나라는 미국뿐이다. 영국(올해 1.29%·내년 1.26%), 프랑스(0.85%·0.85%), 일본(0.82%·0.84%), 독일(0.64%·0.70%) 등은 한국을 크게 밑돈다.
잠재성장률 산출의 근거인 GDP갭률 순위도 지난해 20위(-0.610%)에서 올해 6위(0.548%)로 오른다. 내년에는 1위(1.168%)에 올라 2위 그리스(0.750%), 3위 덴마크(0.737%)를 큰 폭으로 앞설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잠재성장률 3%, 수출 세계 4강,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를 아우르는 ‘3·4·5 경제 대도약' 목표를 제시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이어 달성이 가장 어려울 것으로 꼽혔던 잠재성장률까지 반등하면서 목표에 한 걸음 다가서는 모습이다.
다만 반도체에 기댄 성장 흐름이 꺾일 수 있다는 경고도 보고서에 함께 담겼다.
IMF는 주요 하방 위험으로 'AI 관련 기대의 재평가'를 꼽았다. IMF는 "AI가 이끄는 수익성과 생산성 향상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으로 드러나면 AI 관련 인프라·기술 투자가 급격히 둔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AI 관련 기업 비중이 높은 주식시장은 광범위한 가격 재조정에 취약할 수 있다"며 "한국과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최근 나타난 기술주 변동성이 이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기술 관련 재화·서비스 수요 감소, AI 가치사슬에 편입된 경제로의 자본 유입 축소, 해외 포트폴리오 투자 손실 등을 통해 파급효과가 번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IMF는 AI 생태계 내부의 순환 금융 구조와 레버리지 확대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반도체 공급망 핵심국인 한국으로서는 AI 투자 사이클이 꺾일 경우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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