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만의 재통합①]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발전 5사 합치는 이유

기사등록 2026/10/17 06:00:00

2001년 경쟁 도입 위해 한전 발전 부문 6개사로

민영화·배전 분할 중단되며 구조개편 '반쪽' 그쳐

연료 구매·설비 투자·연구개발 등 유사 기능 분산

경쟁 효과 제한적…26년 만에 '한국발전' 출범 추진

[세종=뉴시스] (왼쪽 위에서부터) 한국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이수정 기자 = 경쟁을 통해 전력 생산 비용을 낮추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겠다며 분리했던 발전공기업 5개사가 내년 다시 하나로 합쳐진다.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으로 출범한 지 26년 만이다.

당초 정부는 경쟁을 도입한 뒤 민영화와 전력 판매시장 개방을 추진했지만, 후속 구조개편이 중단되면서 경쟁 효과는 제한적이었던 반면, 중복 투자와 운영 비효율은 누적됐다는 판단에서다.

17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전력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한국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등 발전공기업 5개사를 통합해 내년 10월 '한국발전'을 출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전 독점 깨려던 2001년…민영화 무산에 '반쪽 개편'

발전 5사 체제는 외환위기 이후 공기업 구조조정이 추진되던 199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한국전력이 독점하던 전력사업에 경쟁을 도입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전력산업 구조개편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한전의 발전·송전·배전·판매 기능을 단계적으로 분리해 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하고 전력 생산 비용을 낮추겠다는 구상이었다.

이에 따라 2001년 4월 한전의 발전 부문을 6개 자회사로 분할했다. 수력·원자력 발전을 담당하는 지금의 한국수력원자력과 화력발전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이 이때 출범했다.

발전사들이 생산한 전력을 거래하는 전력거래소도 설립됐다. 발전 부문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되 송전·배전·판매는 한전이 담당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후속 구조 개편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정부는 발전 5사의 단계적 민영화를 추진하며 2002년 남동발전을 첫 매각 대상으로 선정했지만 2003년 3월 매각을 중단했다. 이듬해에는 증시 상장 추진도 유보됐다.

배전 부문 분할 역시 무산됐다. 정부는 2004년 노사정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배전 분할을 중단하고 한전 내부에 독립사업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결국 발전 부문만 6개 자회사로 분리된 채 한전이 전력을 구매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구조가 유지됐다. 당초 구상했던 도매·소매시장 경쟁은 본격적으로 도입되지 못했다.

◆사업은 비슷한데 '발전사'는 5곳…중복 투자·운영 부담

발전 5사는 분리된 이후 유사한 사업과 기능을 각각 독립적으로 수행해왔다. 

발전설비 건설과 운영, 연료 조달, 설비 유지보수, 연구개발(R&D),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을 개별적으로 추진했고, 인사·재무·회계 등 경영관리 조직도 회사마다 별도로 운영했다.

발전사업의 특성상 독립적인 운영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유사한 사업에 각사가 투자하면서 비용절감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석탄발전소 폐지에 따른 액화천연가스(LNG) 대체발전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개별적으로 추진하면서 국가 차원의 투자 조정이 어렵다는 문제도 불거졌다.

기후부가 올해 추진한 '에너지전환기 전력공기업들의 새로운 역할 연구'에서도 발전 5사 체제의 중복 투자와 분산 운영이 주요 문제로 지목됐다.

연구용역을 수행한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6월 중간보고회에서 발전사별 본사 기능과 유사 기술 분야의 연구개발이 중복되고, 연구 성과 공유도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LNG 대체발전 사업 등도 개별 회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추진되며 중복 투자와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고 봤다.

이에 정부는 지난 9월 발전공기업 통합방안을 발표하면서 5개 회사에 분산된 조직과 기능을 효율화하고 연료 구매와 발전설비 투자를 일원화해 원가를 절감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발전사는 여럿인데 구매자는 한전…경쟁 효과에 한계

발전사를 분리할 당시 핵심 명분이었던 경쟁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돼 왔다.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발전사가 생산한 전력을 전력거래소를 통해 거래하고, 한전이 대부분의 전력을 구매하는 구조다. 발전사는 여러 곳으로 나뉘었지만 사실상 단일 구매자 중심의 시장이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전력가격이 역시 발전사들이 자유롭게 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력거래소가 평가한 발전비용 등을 토대로 결정되는 비용기반 전력시장(CBP) 체계로 운영된다. 발전비용이 낮은 발전기부터 전력을 공급하고, 계통한계가격(SMP)과 정산조정계수 등을 적용해 발전사에 전력 판매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발전사들이 판매가격을 자율적으로 제시하며 경쟁하기 어려워, 경쟁을 통해 전력 생산 비용을 낮추겠다는 당초 취지가 충분히 실현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경쟁을 통한 효율성 제고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조직과 투자 기능의 중복에 따른 비효율은 누적됐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문양택 기후부 전력산업정책관은 이번 통합안에 대해 "단순히 규모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역량을 모아 재생에너지 전환을 선도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뒷받침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세종=뉴시스]기후에너지환경부는 4일 서울 한국전력공사 남서울본부에서 '발전공기업 통합방안 간담회'를 개최했다.(사진= 기후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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