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기 질환이지만 돌 지나서도 발병
발달지연으로 오인…확진까지 19.6년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척수성 근위축증은 운동신경세포의 기능손상으로 인해 근력이 저하되고, 근육이 위축이 되는 퇴행성 신경질환을 말한다.
영유아부터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기에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아형에 따라 기기, 걷기, 머리와 목 가누기, 삼키기 등 운동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척수성 근위축증은 흔히 생후 6개월 이전에 발병해 치료하지 않으면 대부분 만 2세 이전에 사망하는 '영아기 희귀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제1형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척수성 근위축증은 생후 6~18개월에 발병하는 제2형과 생후 18개월 이후부터 초기 성인기에 걸쳐 발병하는 제3형도 있으며 신규 발생 환자 중 제2·3형이 약 40%를 차지한다.
발병이 늦다고 병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제2·3형 환자는 질환이 진행되면서 서기, 걷기, 앉기 등 핵심 운동기능을 순차적으로 상실하고 결국 일상생활의 독립성을 잃게 된다.
척수성 근위축증은 5번 염색체의 생존운동신경원 1(SMN1) 유전자 결실 또는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유전질환으로, SMN 단백질이 부족해지면 척수의 하위운동신경세포가 점진적으로 소실돼 전신 근육이 약해지고 위축된다.
구조가 거의 동일한 SMN2 유전자가 정상 SMN 단백질을 약 10%만 만들어내는데, 이 SMN2 유전자 수가 많을수록 발병이 늦고 중증도가 낮아지는 경향을 보여 제2·3형으로 나타난다.
제1형의 질환 부담이 사망이라면 제2·3형은 기능 상실이다. 치료받지 않은 제2형 환자는 앉을 수는 있으나 서거나 걷지 못해 휠체어가 필요하고, 10대 중반이면 혼자 앉는 것도 어려워지며 척추측만증·연하 장애·반복적 호흡기 감염이 동반된다.
치료제가 없던 시기 환자 240명을 추적한 연구에서는 30% 이상이 만 25세 이전에 사망했다. 제3형은 독립 보행이 가능했다가 질환이 진행되면서 이를 잃게 되는 유형이다.
같은 연구에서 발병 후 걸을 수 있는 환자의 비율은 만 3세 이전에 발병한 3A형에서 발병 10년 후 70.3%, 40년 후 22.0%였으며, 만 3세 이후에 발병한 3B형에서도 각각 96.7%, 58.7%로 감소했다. 한 번 사멸한 운동신경세포는 어떤 치료로도 되살릴 수 없어 치료의 목표는 손상된 기능의 회복이 아닌 남아 있는 운동신경세포의 보존이다.
증상도 다양하다. 신생아기에 증상이 시작된 경우에는 누워있을 때 양다리를 늘어뜨리는 개구리 다리 자세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아기가 활발하게 움직이지 못하고 수평으로 들었을 때 팔다리와 고개를 늘어뜨리며 쳐지는 모양을 보이게 된다.
영유아기에는 목 가누기, 뒤집기, 스스로 앉고 서며 걷기 등의 운동 발달지연이 나타나고, 소아기 이후에는 성인과 마찬가지로 보행 장애가 가장 흔한 증상이다.
조안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제2·3형은 제1형보다 늦게 발병하고 진행 속도도 느리지만, 발병 이후 근위약과 근위축이 계속 진행돼 결국 걷기와 서기, 앉기 같은 운동 능력을 순차적으로 잃게 된다"며 "진단시에 걸을 수 있던 환자도 결국 상당수가 휠체어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 임상 현장에서 마주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다 보니 선천성 근병증, 근디스트로피(LGMD),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 등 다른 신경근육질환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 경우 확진이 늦어지는 만큼 치료 시작 시기도 늦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2·3형은 제1형과 달리 급격한 근긴장 저하가 아니라 발달 지연의 형태로 서서히 나타난다. 국내 환자 38명을 분석한 연구에서 가장 흔한 초기 증상은 제2형 앉는 자세의 발달 지연, 제3형 불안정한 보행이었다.
증상 발현부터 확진까지의 지연은 제1형 3.6개월, 제2형 14.3개월, 제3형 43.6개월로 경한 유형일수록 길고1 국내 분석에서는 진단 지연 중앙값이 19.6년(증상 발현 중앙값 3.0세, 진단 중앙값 25.0세)에 달했으며 63%가 처음에 다른 질환으로 오진됐다. 미국은 2018년 척수성 근위축증을 신생아 선별검사 권고 목록에 포함했지만, 국내 국가 신생아 선별검사에는 이 검사가 포함되지 않아 환자들은 증상이 나타난 뒤에야 진단과 치료를 시작한다.
제2·3형은 진단 시점에 이미 학령기이거나 성인인 경우가 많고(국내 진단 시 연령 중앙값 25.0세), 이후 평생에 걸쳐 장기간의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조안나 교수는 "치료제가 도입된 이후 SMA의 자연 경과가 많이 달라져, 과거에 비해 생존율이 높아지고 중증도도 낮아지고 있다"며 "1형뿐 아니라 2·3형 역시 질환이 계속 진행되는 만큼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2·3형 환자들이 독립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조기 진단과 함께 치료 지침의 개선과 치료 접근성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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