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대책 쏟아냈는데…집은 왜 부족할까[공급의 역설①]

기사등록 2026/10/17 06:00:00 최종수정 2026/10/17 06:31:01

공급대책 발표와 실제 입주 사이 최소 5년 시차…중장기 계획만으론 한계

기존 주택 거래 활성화·민간 정비사업 활성화해야…"실제 공급 확대 관건"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N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아파트 단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인 지난해 10월 셋째 주보다 10.41% 상승했다. 같은기간 전셋값도 9.96% 올랐다. 2026.10.14.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올해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10만5000가구로, 최근 10년 평균인 18만3000가구를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3년간 주택 인허가 실적이 부진했던 여파가 실제 입주 물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공급 목표를 높이고 사업 기간 단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인허가 이후 착공과 준공까지 거쳐야 하는 만큼 공급 대책이 실제 입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누적된 공급 부족에 따른 시장의 수급 불안을 해소하려면 중장기 공급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동시에 인허가부터 착공, 준공까지 이어지는 사업 속도를 높여 공급 시차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수도권 주택 준공 물량은 8만75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6% 감소했다. 서울은 2만5630가구로 19.1% 줄었고, 전국 준공 물량도 15만664가구로 27.2% 감소했다. 공사를 마치고 입주가 가능한 주택이 줄어든 것이다.

앞으로의 공급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착공 실적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올해 1~8월 수도권 착공 물량은 8만6739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서울은 2만679가구로 41.1% 늘었지만, 경기는 4만8545가구로 23.9% 감소했다. 수도권 전체로는 소폭 증가했지만 경기의 감소 폭이 커 공급 회복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월별 실적에서도 불안한 흐름이 나타났다. 8월 수도권 착공 물량은 8845가구로 전월보다 30.3% 감소했다. 서울 착공 물량은 1172가구로 한 달 사이 81.6% 줄었다. 착공 실적은 월별 사업 일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착공 이후 준공과 입주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최근 실적 부진이 향후 공급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주택 공급은 정부가 계획을 발표한다고 곧바로 늘어나는 구조가 아니다. 택지 확보와 지구 지정, 기반시설 조성, 인허가를 거쳐 착공해야 하고, 공사를 마친 뒤에야 입주가 가능하다. 도심 부지 활용 계획이나 공공택지 공급 규모를 확대하더라도 개별 사업이 실제 공사 단계에 진입하지 못하면 수요자가 체감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공급 목표를 높이고 사업 일정을 앞당겨 실제 주택 공급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9·7 대책에서 2030년까지 수도권 주택 135만가구를 착공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데 이어, 올해 1·29 대책에서는 용산국제업무지구와 과천 경마장·방첩사령부 부지, 태릉CC 등 도심 공공부지를 활용해 약 6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8·13 대책에서는 신규 공공택지 10만가구 이상을 확보하고 기존 공공택지에서 추진하는 8만9000가구의 착공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내놨다. 정부는 이를 통해 23만 가구 이상의 공급 확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고, 2030년까지 수도권 착공 목표도 기존 135만 가구에서 150만 가구 이상으로 상향했다.

다만 목표 상향이 실제 공급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신규 택지는 부지 확보와 기반시설 조성에 시간이 걸리고, 도심 사업은 관계기관 협의와 인허가 과정에서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 민간 정비사업 역시 사업성이나 주민 간 협의 문제로 착공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계획된 물량이 많더라도 사업 추진 속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중장기 공급 확대와 함께 당장의 주택 수급에 대응할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규 택지와 공공주택 공급은 장기적인 공급 기반을 마련하는 데 의미가 있지만, 실제 입주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현재 주택을 구하는 수요자의 불안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기존 주택 거래를 활성화해 매물 선택지를 넓히고, 민간 정비사업이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도록 사업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주택 거래 활성화가 주택 재고 자체를 늘리는 것은 아니지만, 매매시장에 나오는 물량이 늘면 실수요자가 선택할 수 있는 주택도 증가한다.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 정비사업의 인허가와 착공 지연 요인을 줄이는 것도 신규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는 방안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공공이 공급 목표를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민간 공급이 계획대로 실행될 수 있는 환경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정부가 공급 목표를 상향하더라도 실제 입주 물량으로 이어지기까지는 택지 조성부터 인허가, 착공, 준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당장 집을 구해야 하는 수요자 입장에서는 중장기 공급계획보다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얼마나 늘어나는지가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신규 택지 확보와 공공주택 공급은 꾸준히 추진하되 기존 주택의 거래를 가로막는 규제는 지역별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민간 정비사업도 사업 지연 요인을 줄여 인허가와 착공이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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