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권안나 기자 = 금융시장에서 혁신은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기존에 없던 서비스를 만들고 시장을 개척한 기업의 노력이 정당하게 평가받고, 후발 주자 역시 공정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대형 금융 플랫폼의 온라인투자연계(P2P)금융업 진출을 둘러싼 논란 역시 금융혁신과 공정경쟁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온투업은 기존 금융권에서 충분히 공급되지 못했던 중금리 대출 수요에 대응하며 성장했다. 제도 도입 이후 사업자들은 투자자와 차입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투자자 보호와 건전한 시장 운영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힘써왔다. 최근에는 제도권 금융기관 연계투자까지 확대되면서 새로운 자금 공급 경로로서 역할을 넓히고 있다.
이런 시장에 대규모 자본력과 고객 기반을 갖춘 금융 플랫폼이 진입한다면 경쟁이 활발해지고 소비자의 선택권도 넓어질 수 있다. 새로운 사업자의 참여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 문제는 시장에 진입한 이후에도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냐는 점이다.
특히 대출비교·중개와 온투업을 병행하는 구조는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대출비교 플랫폼은 금융회사별 금리와 한도 등 상품 정보를 취합해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상품의 노출 순서와 추천 방식은 소비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업 구조가 실제 경쟁 왜곡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중개 플랫폼의 추천을 객관적인 비교 결과로 받아들이는 만큼, 자사와 계열사 상품에 유리한 조건이 적용되지 않도록 투명한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이 살펴야 할 지점도 여기에 있다.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경쟁과 혁신을 위축시킬 수 있다. 반대로 시장 영향력이 큰 사업자의 진입을 허용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면 기존 사업자가 감당해 온 투자와 혁신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특정 사업자의 진입을 막는 장벽이 아니라, 기존 사업자와 신규 진입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경쟁의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상품 추천과 노출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경쟁사 정보의 보호하는 한편, 계열사와 비계열사 간 공정한 거래조건 등 시장 참여자들이 예측할 수 있는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혁신은 기존 질서를 바꾸는 과정이지만, 그 과정에서 지켜야 할 원칙까지 달라져서는 안 된다.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이 시장의 외연을 넓히고 소비자 편익을 높이려면, 그에 걸맞은 책임과 규칙도 전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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