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빨대" 비유에 부천 화재 사망까지…소방관들 '분노·침통'

기사등록 2026/10/17 09:00:00 최종수정 2026/10/17 10:16:08

부천 화재 소방관 1명 끝내 숨져…중상 등 부상자 5명

추미애, 경기도 국감 "소방, 골치 아픈 재정 빨대" 발언

소방노조 반발 "소방관을 재정 축내는 짐짝처럼 취급"

'지자체 부담 강조' 해명에도 화재까지 소방 비판 커져

추미애, 화재 현장서 '재정 빨대' 질문엔 "그런 말 말라"

이날 순직 소방관 추모제…처우 개선 목소리 이어질듯

[부천=뉴시스] 고승민 기자 = 지난 16일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도장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위로의 말을 전하고 있다. 2026.10.16. kkssmm@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이른바 '소방 재정 빨대' 발언을 두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 부천 공장 화재로 사망 1명을 포함해 소방관 6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소방관들의 분노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 순직 소방관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기 위한 대규모 추모 문화제도 열릴 예정이어서 어느 때보다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추 지사 발언에 대한 규탄과 소방관 처우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17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날 경기 부천의 한 도장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 1명이 숨지고 나머지 소방관 5명을 포함해 7명이 다쳤다.

중상자는 초기 진화 작업에 투입됐다가 불길이 확산하면서 연기를 흡입한 40대 소방관 2명이었다. 이 중 1명은 병원 이송 후 의식을 회복했으나, 나머지 1명은 심정지 상태로 이송돼 치료를 받다가 이날 새벽 끝내 숨졌다.

이번 화재는 추 지사의 발언으로 파장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앞서 추 지사는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소방 재정 확충과 관련한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답했다.

그는 "인건비만 하더라도 2027년도에 1조1000억원을 잡아먹게 되고, 사업비만 5000억원 가량"이라며 "국가직임에도 불구하고 소방에서 나가는 돈만 1조7000억원"이라고 했다.

소방 공무원은 2020년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여전히 인건비와 사업비의 상당 부분을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고 있다는 얘기다.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지난 13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6.10.13. jtk@newsis.com

이 같은 발언에 소방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성명을 내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밤낮 없이 뛰는 소방관들을 단순한 예산 낭비 요인이나 재정의 짐으로 치부한 것에 끓어오르는 분노와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지방 재정 의존이 문제라면 국비 지원 비중을 높여달라고 정부에 당당히 요구하는 것이 도지사로서의 올바른 책무"라며 "그러나 예산을 '잡아먹는다'는 저급한 표현은 소방관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동조합도 "소방을 '재정 빨대'에 빗대고, 소방 공무원을 마치 재정을 축내는 짐짝처럼 취급했다"며 "이는 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하는 소방 공무원들의 자존심을 짓밟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국가직 전환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지 못한 것은 정치와 행정의 책임이지, 소방의 잘못이 아니다"고 했다.

소방 노조의 반발이 이어지자 경기도는 "소방 관련 재정을 지자체가 대부분 부담하고, 오히려 국고 지원 비율이 줄어드는 것을 강조하는 취지였다"며 소방 공무원 비하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추 지사 발언 사흘 만인 전날 관할 지역인 경기 부천에서 발생한 화재로 심정지 상태의 소방관이 끝내 숨지자 소방 안팎의 비판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소방노조 관계자는 "이번 화재 현장에서 쓰러진 소방관들을 보고도 소방이 재정의 빨대라고 말할 수 있느냐"며 "추 지사는 소방 공무원들의 헌신을 폄하한 발언에 대해 즉각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어떻게 목숨 걸고 일하는 소방관들을 빨대 취급 하느냐', '취지나 맥락을 떠나 발언의 파장을 생각하고 말해야 하는 것 아니냐', '도지사로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부천=뉴시스] 고승민 기자 = 지난 16일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의 한 도장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2026.10.16. kkssmm@newsis.com
추 지사는 전날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화재 현장을 찾아 함께 진화에 나선 동료 소방관들을 위로했다. 현장에서는 그을린 진압복을 입은 소방관이 망연자실한 채 뒤돌아 고개를 숙이고 울먹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추 지사는 "소방관들의 용기와 헌신, 노고에 감사드린다. 경기도는 치료를 통해 빨리 회복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며 "위험 물질을 다루는 곳들을 사전에 단속하고 예방 활동을 강화하는 조치도 즉각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추 지사는 그러나 취재진이 '재정 빨대' 발언에 대해 질문하자 인상을 찌푸리며 "그런 얘기 하지 말라"며 답변을 피했다.

이런 가운데 소방청은 이날 세종중앙공원 도시축제마당 일원에서 순직 소방 공무원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기 위한 '제3회 119 메모리얼데이 추모 문화제'를 개최한다.

오전 10시30분부터는 일반 시민과 소방 공무원, 순직 소방 공무원 유가족 등 약 2500명이 순직 소방 공무원의 이름과 순직일이 새겨진 배번호표를 가슴에 달고 '11.9㎞'와 5㎞ 코스를 달리는 '119메모리얼 런(RUN)'이 진행된다.

특히 오후 2시에는 순직 소방 공무원 유가족과 소방 관계자, 일반 시민 등이 참석하는 '국민 참여 추모식'과 함께 이번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을 추모하기 위한 합동분향소도 마련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추 지사 발언에 대한 비판과 함께 소방관들의 안전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다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제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국체전 개회식에 참석해 기념사에 앞서 소방관들의 쾌유를 빌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던져가며 헌신하는 것에 비한다면, 천금을 준들 아깝겠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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