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 고내봉 주변 취나물밭서 수컷 2마리 확인
그동안 산지 중심 서식…저지대 확산 여부 주목
9일 제주시 애월읍 고내봉 주변 취나물밭에 꽃사슴 2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두 마리 모두 뿔이 발달한 수컷으로 보였다. 밭을 천천히 오가며 먹이활동을 하거나 주변을 살피는 모습이 잡혔다.
꽃사슴을 확인한 곳은 해발 약 60m로 바다와 가까운 저지대다. 그동안 제주에서 외래 사슴류가 주로 확인된 중산간이나 한라산 자락과 비교하면 고도가 크게 낮다.
지난해 8월에도 고내봉 숲속에서 꽃사슴 1마리가 확인됐다. 당시 촬영된 개체는 머리 위로 뿔이 돋아나기 시작한 어린 수컷이다. 이번에 확인된 꽃사슴 2마리는 뿔이 뚜렷하게 발달한 수컷으로 지난해 촬영된 개체가 성장했을 가능성이 있다.
두 차례에 걸쳐 같은 지역에서 꽃사슴이 확인되면서 고내봉 일대가 이들의 생활권에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지난해 8월부터 1년2개월이 지난 시점에도 꽃사슴이 출현한 점은 저지대 산림과 주변 농경지를 지속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주지역 외래 사슴류는 주로 해발 200m 이상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겨울철에는 먹이를 찾아 중산간 목장지대에 모이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고지대로 이동하며, 낮에는 산림에 머물다가 해 질 무렵 먹이가 많은 초지 등으로 나오는 생활 형태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2023년 실시한 조사에서는 겨울철 해발 600m가량인 제주마방목지에서 외래 사슴류 190여마리가 확인됐다. 다른 중산간 목장지역에서도 10~20마리씩 무리를 이뤄 생활하는 등 제주 산지에 250여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3월 제주마방목지에서는 수컷과 암컷, 새끼로 추정되는 꽃사슴 20여 마리가 한꺼번에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제주에서 야생화한 꽃사슴은 토종 사슴이 아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제주지역 사슴류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야쿠시마꽃사슴과 대만꽃사슴, 중국계 붉은사슴 등이 확인됐다. 1990년대 한라산에 방사됐거나 사육시설을 빠져나온 개체들이 야생에 적응해 번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꽃사슴은 개체수가 늘면서 토종 노루와 먹이·서식지를 놓고 경쟁하고 농작물 피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제기돼 관리 대상이 됐다. 정부는 지난해 관련 법령을 개정해 서식밀도가 지나치게 높아 농림수산업이나 주민 생활에 피해를 주는 꽃사슴을 유해야생동물에 포함했다. 현행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도 꽃사슴이 유해야생동물로 명시돼 있다.
동물생태연구가인 오장근 박사는 "이번 고내봉 사례만으로 꽃사슴의 서식지가 저지대로 확대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기존 주요 관찰지역보다 훨씬 낮은 해발 60m 농경지에서 복수의 개체가 확인된 만큼 이동경로와 저지대 출현 빈도, 주변 농경지 이용 여부 등을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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