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측 '무관'에도 우크라이나 의심 지속"
우크라군 "러 타격 완전중단…공격불가"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우크라이나군이 미국 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 통신망 스타링크와 스타실드 이용에 제한이 생겼다고 밝힌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여 여부를 두고 양국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공격을 직접적으로 막아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액시오스는 1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스타링크 제약, '머스크·트럼프의 보복' 의혹 제기" 제하의 기사에서 "미국의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스타링크 서비스 제한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으나, 우크라이나 당국은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국내 방공 및 일반 통신·군수지원 등 임무에는 스페이스X가 운영하는 스타링크를, 러시아군 공격 작전에는 미국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스타실드를 이용해왔다.
일반 통신망을 쓸 경우 작전 지역 고도 등 별도 정보 계산이 필요하며 안테나 등 장비를 추가 설치해야 한다. 반면 스타링크·스타실드를 사용하면 이 같은 절차가 불필요한 데다, 적의 위성항법장치(GPS) 교란에도 좌표를 유지할 수 있고 드론 폭발 직전까지 실시간 영상을 연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측 주장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13일 늦은 오후부터 스타링크·스타실드 서비스 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드론 속도가 시속 80~100㎞를 넘기면 단말기 접속에 문제가 생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스타실드는 시속 290㎞ 이상까지 연결이 가능하다.
이후 시속 160㎞로 제한선이 올라갔으나 추가 개선은 없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이에 러시아 공격 방어에 일부 제한이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는 "아침보다는 나아졌지만, 러시아군 일부 드론은 시속 160㎞(드론)로는 요격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나아가 러시아 공격 작전은 크게 어려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우크라이나군 장교는 폴리티코에 "모든 중거리 타격 작전이 완전히 중단됐다. 이제 전장에서 보병을 지원할 수 없고, 적진의 다연장로켓포, 북한제 자주포, 탄약고, 지휘소 등을 공격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일단 우크라이나와 유럽 주요국은 공개적으로는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에 화살을 겨누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10일 "젤렌스키는 도를 넘었다"며 우크라이나군 지원에 회의를 드러낸 바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 "안정적 서비스 확보를 위해 파트너 및 스페이스X와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고,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머스크를 향해 "또 정치적 게임을 벌이나. 유럽의 고객들은 당신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머스크는 즉각 "스타실드는 미국 정부가 소유하고 통제하며, 모든 제한은 미군 당국과 최종적으로 미국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반박에 나섰다. 스타링크는 스페이스X가 통제하지만 상업용이므로 공격 작전에는 쓸 수 없으며, 스타실드는 아예 자신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내부 기류 역시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의 직접 지시를 의심하는 쪽이다.
특히 러시아 공격 작전의 필수 조건인 스타실드 속도 제한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수차례 압박해온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 중단을 강제하기 위한 조치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스타링크·스타실드 속도 제한 조치 직후 백악관과 중앙정보국(CIA), 국방부 등에 연락해 서비스 중단 결정이 있었는지, 해소 방안이 있는지 등을 타진했으나, 백악관 측은 '우리는 스페이스X를 통제할 권한이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미국 정부와 무관한 일이라는 취지다.
그러나 세르히 베스크레스노우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군사고문은 "현재 제한은 스타실드의 군사용 패키지에 적용되고 있는데, 이 조치가 우연일 수는 없으며 현재의 정치적 상황과 관련돼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중거리 공격 드론을 운용하는 익명의 우크라이나군은 폴리티코에 "9월 11~12일과 17일 (스타링크) 심각한 연결 장애를 겪었다가 미국 특사(스티브 윗코프·재러드 쿠슈너)의 키이우·모스크바 방문 며칠 뒤 정상화됐다. 이것이 일종의 신호였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사무실에서 지시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우크라이나군 스타링크·스타실드 이용을 제한했을 경우,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 기조가 또다시 후퇴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 비해 무기 지원을 크게 줄였으나, 정보 공유는 계속해왔으며 일부 측면에서는 오히려 확대했다"고 짚었다. WP도 "우크라이나 스타링크 접근 제한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정보·군사 지원을 제한하기 시작했는지를 둘러싼 혼란을 더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비용이 드는 무기 지원을 줄이는 대가로 스페이스X 등을 통한 정보 지원을 강화해왔는데, 이마저 축소할 경우 우크라이나가 크게 불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아직 트럼프 행정부의 관여 의혹을 공식 제기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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